2011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각 방송사, 신문사에서 일제히 신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명박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50%에 육박하며, 차기 대선후보로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독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진보언론들을 중심으로 이번 조사에 대한 의혹을 쏟아내고 있으며, 더 나아가 여론조사 자체에 대한 불신까지 언급하고 있다. 심지어 ‘여론조작’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실제 바닥민심은 싸늘한데 이명박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이렇게 높게 나올 수가 없으며, 따라서 잘못된 조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의 정확성 여부를 따질 때,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왔느냐 여부는 기준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잘못된 조사고,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제대로 된 조사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사과정에서 조사의 원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지키지 않았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를 덮어놓고 맹신하거나 겉으로 나타난 수치만을 절대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못 믿을게 여론조사’라는 식으로 여론조사 전반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해석’을 필요로 한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그 결과가 보여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해설을 필요로 한다. 주목할 것은 하나도 아니고 여러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서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일관되게 50% 전후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수년간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의 추이를 보더라도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 시기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를 제외하면 대체로 40%대에 달하는 지지도가 일관되었다는 사실이다.

조사결과를 보다 세밀하게 살펴보면 누가 정부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60대 이상의 고연령층과 영남권에서 지지율은 60~70%대에 육박한다. 즉 정권의 냉전적 대북정책이나 철저한 지역차별 전략은 정책적으로 소외되고 배제된 계층에게서는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반면, 자신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에는 성공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 50%가 정확하냐 정확하지 않느냐는 논란을 떠나서 특정연령대와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확고한 지지층이 형성되어 있으며,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일정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각종 선거에서 그대로 반영될까.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 결과에 꼭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에는 일정한 ‘거품’이 끼어있을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여론조사는 집전화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 20~30대 연령층 응답이 반영되기 어렵다. 그리고 이들은 대체로 선거에서 진보적이거나 개혁적인 투표성향을 보인다.

▲ 이명박 정부의 국정수행 지지도 추이(코리아리서치)
그리고 현 정권이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층은 여론조사에 보다 적극적이고, 반대로 현 정권에 실망하고 분노한 계층의 상당수는 여론조사 자체에 대한 응답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 국정운영 지지율이 50%에 달하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 승리가 장담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신년 여론조사 가운데 내일신문과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1.6%가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30~40대 연령층에서는 이보다 높은 55.8%가 정권교체 의사를 밝혔다.

민심은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고정 지지층이 많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12년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지만 그래도 ‘상대’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것이 올 신년 여론조사에 담긴 민심의 메시지다.

김용현 / 사회동향연구소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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