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존중받고 싶었어" 
"살아서 행복하고 싶었어" 

열아홉살, 꿈 많던 나이에 반도체 공장에 입사했던 한 소녀가 백혈병으로 죽음을 마주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 하나 낳고 딱 지금처럼만 살면 행복하겠다던 한 남자. 대기업 하청노동자인 그는 급성 심장마비로 소박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그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이 먹먹해진다. 행복하고 싶었을 뿐인 그들 앞의 삶의 장벽이 만만치가 않다.

▲ 연극 <반도체소녀> 포스터

문화창작집단 '날'의 7번째 작품 연극 ‘반도체 소녀’의 내용이다. 올 해 3월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故박지연씨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연극에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취업과 노동, 결혼, 행복까지. 일상의 고통과 희망을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연극은 말한다.

"우리라고 임금 많이 받고 좋은 집에서 살지 말라는 법 있냐"며 대기업에 취직하기 만을 꿈꾸는 한 사람이 있다. 대학원에 다니고 스펙도 쌓을 만큼 쌓았지만 또다시 불합격 통보를 받고 좌절한다. 학습지 교사로 일하다 해고되고 몇 년째 길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그의 여자친구는 얘기한다. 더 이상 위만 쳐다보지 말고 옆을, 같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라고. 

연극이 끝나고 소극장을 나서는 이들이 한마디씩 한다. “꼭 보라고 주변사람들한테 추천해야겠어.” 아직 보지 못한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1월2일까지 공연 예정이었지만 호응이 좋아 1월30일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 연장공연은 1월5일 오세철 교수의 프리뷰 개념의 공연을 시작으로 1월6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다.

오랜만에 대학로를 찾아 연극 한 편 보시면 어떨지. 아참, 공연 내내 분주히 나타나는 14명의 인물을 눈여겨 보는 재미도 꼭 챙기길 바란다.

시간 : 평일 8시/ 토요일 3시, 7시/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문의 : 02-953-6542/ 공식클럼 : club.cyworld.com/munhwa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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