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울산 시트공장의 업체 폐업 뒤 신규업체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투쟁에 들어간 29명 문제가 발단이 돼 급속도로 확산된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지난 15일 시작된 5백 여 명의 울산1공장 점거파업이 열흘이 훌쩍 지나고 있다. 비정규노동자들은 7.22 대법판결과 이달 12일 고법판결을 근거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자동차(주)와의 직접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3일 이경훈 현대차지부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즉각 교섭창구를 열라”며 회사를 향해 공식 촉구했다. 이 지부장으로부터 심경과 계획을 들어봤다. 아래는 25일 밤 주고받은 서면 인터뷰 문답 전문.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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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2 대법판결 뒤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은 시기가 문제였지 예견된 투쟁이었다. 특히 현대차지부도 법 판결 뒤 ‘법대로 하라’며 2년 이상 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내용의 소식지를 수차례 발행하기도 했다. 4개월 동안 비정규 노동자들과 투쟁을 함께 하기 위해 어떤 소통과 노력들이 있었는지 소개해달라.

지난 7월22일 이후 120여일이 지났다. 당시 대법원의 불법파견 파기환송심의 결과를 접하고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결국 터질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가 과제였다. 먼저 사측에 촉구하는 정규직화 요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비정규직 지회 자생력이 우선이라는 판단아래 현대차지부 간부들에 대한 설명회와 조합원확대, 경륜있는 간부를 통한 교육현장을 확보하며 투쟁을 엄호지지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국정감사가 실시되었는데 내가 직접 증인 신청까지 했었다. 솔직한 심정은 자본과 정권, 정치권에 사회보장도 확대하지 않으면서 비정규직의 해법은 있는지 울분을 토해내고 싶었다. 전부를 말할 수 없지만 비정규직 지회장과 상시적으로 “혼재되어 있는 현장에서 작은 사안이라도 함께 공유하자”는 실천을 지속해 왔다. 급박했던 한때의 엄호과정에 몽둥이 지부장이란 말까지 들었겠는가?

▲ 11월24일 열린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승리, 불법파견 정규직화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이 투쟁사를 하고 있다. 신동준
이번 투쟁이 촉발된 뒤인 지난 18일 지부장은 불법파견 상태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정규직 단위인 현대차지부에서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현대차지부가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노동조합은 조직의 체계가 존재하는 만큼, 폭발적으로 확대된 비정규직 조합원에 의해 수면 위로 떠오른 욕구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현대차지부가 지원했던 단체교섭의 형태를 벗어날 수밖에 없고, 특히 현대차 비정규직은 3주체(울산, 전주, 아산)의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금속노조를 통한 실질적인 투쟁과 중앙교섭의 주체를 세울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금속노조의 각 단위 회의에서도 현대차지부의 엄호지지를 역설하지 않았는가? 따라서 평가는 존재하기에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굳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울산 시트공장 비정규 노동자 뿐 아니라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은 이참에 당장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부에서는 시트공장 동성기업 조합원에 대해서 2007년 7월 이전 업체변경 시 근로계약과 동일하게 우선 고용승계 하라고 회사에 촉구하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당장의 바람과는  차이난다.

15일 촉발된 파업은 ‘불법파견 판정 특별교섭 요구’에 따른 투쟁이라기보다 현대차 시트공장 동성기업 소속 비정규직 동지들의 직접고용 요구로 시작된 파업과 1공장 거점투쟁이다. 전쟁도 선전포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대차지부에 사전 요구가 전혀 전제되지 않았기에, 집행부는 혼선을 거듭하였으며 현대차지부 운영위원회 단위의 문제제기도 컸다. 따라서 동성기업 문제부터 해결하고, 정규직화 문제는 최종판결의 법리를 떠나 철저하게 준비하면서, 정규직 조합원이 함께 동의하는 접점을 만들어 출발해야 한다는 중장기 목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2일 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 때 이달 말까지 현대자동차(주)가 교섭에 나오지 않을 경우 12월에 금속총파업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아울러 울산1공장 폭력침탈 땐 즉각 파업을 벌이기로 전제를 달았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방침 수행을 위한 계획은 뭔지 소개해달라.

지부 상집간부와 대의원들이 연일 비정규 거점지역 사수를 위해 사측과의 몸싸움으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래서 대표이사를 만나, 폭력을 중단하고 교섭창구를 열라는 것과 정규직과의 갈등을 막기 위해 휴업조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 전선 구축은 동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파국이라는 것과 교섭창구 방안부터 강구하자고 제기했다. 때문에 현대차지부 확대운영위 또한 조합원의 총의를 묻는 총회를 개최키로 정리했다. 이렇게 우리는 배수진을 치고 결의사항을 통해 사측을 압박하고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이 오판하여 공권력을 통해 이번 문제를 해결한다면 총파업으로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 11월24일 열린 '현대차 비정규직 승리, 불법파견 정규직화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이 투쟁사를 하고 있다. 신동준
특히 울산공장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원과 연대 모습을 소개해달라. 아울러 현대차지부가 비정규 노동자 투쟁 연대를 위해 수립한 방침들도 소개해달라.

무엇보다 1공장 거점파업 사수가 급선무다. 물품 반입과 단전 단수를 확인하며 매일 상집들이 2~3시간을 온몸으로 맞서 돌파하고 있으며, 대의원 동지들 또한 순환 농성단을 조직해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싸우고 있다. 각 사업부의 선전전, 대표 동지들의 사측 항의방문 투쟁 등으로 하루 하루 전쟁의 연속이다. 그리고 연일 개최되는 정문 앞 집회에서 지역의 동지들과 함께 결합하는 등 각 조직 활동가들이 연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차별철폐 투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정규직 노동자의 정서가 꼽히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정규직과 비정규 노동자간의 갈등까지 간 사례도 많았다.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씀바란다.

현대차는 1998년 극심한 고용안정투쟁 이후 1만 여 명이 떠난 일자리에 비정규직을 투입하면서 2000년 하청 비율 16.9% 투입을 노사가 합의했다. 그래서 지금의 사태는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현장 정서는 1998년 정리해고의 아픔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기에 비정규직 노조설립 8년차를 돌이켜보면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3년 비정규 노조 설립 당시 노동조합을 설립할 시기가 아니라며 지금도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핵심간부가 그들 가슴에 상처를 줬다. 2005년에는 젊은 류기혁 열사가 자결하고, 공장에서는 비정규직의 투쟁으로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지만 당시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전혀 지지를 하지 않아 결국 고사 작전에 밀렸다.

이같은 사례를 보듯 전국의 많은 사업장이 투쟁 초기부터 겪었던 분열을 재현하지 않으려면 과거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금 출발하고 있는 조직의 보존과 성공이 비정규직 지회의 지속적인 발전인 만큼 정규직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연대’를 말하고 싶다.

지난 23일 새벽 점거파업 중인 1공장 속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등 공조직 얘기만 믿으라”는 이야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차지부 이번 집행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다. 작지만 처우개선에 역점을 뒀다. 그동안 열악했던 비정규직지회의 지원을 시작으로 단체협약의 실질적인 제정과 2008년까지 정규직의 60%였던 성과급을 70%로 상향시키며 본격적 사업을 진행해 왔다. 비정규직을 포용하자고 주장하면서 관심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지펴왔다. 그러나 금번 사태를 빚으면서 희망보다 자책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조직화의 첫 단계에서 분출되는 욕구충족은 구심인 지도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논쟁을 하더라도 주장과 책임을 수반하려면 회의체의 가장 큰 중심이 노동조합 공조직이라는 것을 역설했다.

금속노조와 노조 소속 전국의 15만 조합원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마무리 차원에서 말씀바란다.

금속노조 15만 노동자는 항상 소중한 동지를 외친다. 그러나 때로는 이해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고 목적의식을 훼손하여,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낀다는 푸념만 말한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고용 없는 성장만 존재하는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희망의 끈을 놓치지 말고 함께하는 공동 투쟁으로 모두가 새로운 책임을 가져야 한다. 현대차에서부터 비정규직 동지들과의 아름다운 연대부터 시작하겠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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