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부터 복수노조 창구단일화가 시행되면 많은 사용자들이 친기업 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의 교섭권 제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노사 간 갈등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경기 평택 포승공단에 있는 대한솔루션에서는 이미 전초전이 시작됐다. 올해 4월 사측 관리자들과 금속노조 탈퇴자들을 중심으로 기업별 노조(아래 기업노조)가 설립됐다. 금속노조 대한솔루션분회는 소수노조로 전락해 버렸다. 회사는 기업노조와 기존에 비해 전면적으로 후퇴한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분회에도 이를 수용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문대식 경기지부 대한솔루션분회장은 개악안 철회를 요구하며 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단식 12일째인 12일 오후, 그를 만나 현장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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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임단협에서 회사가 요구하고 있는 단체협약 개악안의 주요 내용이 무엇인가?

단협을 거의 모든 부분에서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먼저 회사는 조합활동을 축소하려고 한다. 회사는 타임오프를 핑계 대며 간부회의 시간도 없애겠다고 하고, 조합원 총회, 교육시간도 못주겠다고 한다. 지난 9일에는 조합원 교육을 위해 1시간 총회를 잡았는데, 회사가 조합원들에게 근무지이탈로 처분하겠다며 참가를 막았다. 사측 관리자에게 노조법을 보여주며 단협에 보장된 조합원 교육과 총회를 못하게 하는 것이 어디 명시돼 있냐고 따졌다. 결국 그날은 총회가 아닌 파업을 해버렸다.

▲ 단식투쟁 중인 문대식 경기지부 대한솔루션분회장. 신동준

회사는 그밖에도 현재 노사동수로 구성하게 돼 있는 징계위원회를 사측이 위임하는 사람만으로 구성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징계 절차는 쉽게 하고 종류를 늘리자고 한다.

임금성 부분과 복지축소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회사는 생산계획을 달성하면 지급하던 생산격려수당을 흑자 시에만 지급하자고 한다. 대한솔루션 포승공장은 인천, 당진공장과 달리 구조적으로 흑자가 나기 쉽지 않다.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자동차 내장재를 전문 생산하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생산격려수당을 주지않겠다는 얘기다. 장기근속자에게 금반지를 포상하던 것도 앞으론 10만원 상품권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각종 휴가제도도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임자 처우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회사는 타임오프 한도인 3천 시간을 줄 테니 기업노조와 알아서 쪼개 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는 타임오프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기업노조와 이를 협의하진 않았다. 아마 기업노조 전임자에게만 급여가 지급되고 있을 것이다. 나는 현재 무급상태다. 방값, 쌀값도 없는데 여기서 단식 농성을 하니 차라리 잘 된 것 같다.

기업노조가 설립된 경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또한 기업노조 설립 과정에서 회사 개입 정황은 없었나?

작년 말에 복수노조 추진 움직임을 포착했다. 당시에는 내년 복수노조 창구단일화가 시행된 후에 공식적으로 설립될 줄 알았다. 하지만 올해 4월 현장 관리자들인 조반장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기업노조를 결성했다. 평택시청에서는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근거로 이들에게 신고필증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법적 소송까지 진행했고, 기업노조가 있어도 산별노조 조직이 함께 있을 수 있다는 법원 판례가 적용돼 8월에 신고필증을 받아냈다.

▲ 지난 12일, 12일째 단식투쟁 중인 문대식 대한솔루션 분회장이 <금속노동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동준

회사의 입김이 작용했는지에 대해 정확히 드러난 증거는 없다. 하지만 설립 과정에서 관리자들이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밥 먹이고 술 먹이고 하면서 노조 가입을 권유했다. 또한 신고필증을 받기 위한 수백만원의 소송비가 어디서 나왔겠나. 회사는 신고필증 나오기 전에도 이들과 교섭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기업노조가 사측의 개악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업노조가 사측과 조인식을 하기 전까지 공동투쟁도 얘기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형식적인 연기에 불과했던 것 같다. 조정신청도 말로는 할 것 처럼 얘기했지만 결국 하지 않았다.

기업노조가 조합원 과반 이상을 포괄한 상황에서 내년 7월 이후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법이 시행되면 아예 교섭권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올해 임단협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내년 7월 이후로 넘어가면 더 싸우기 힘들어 진다. 심지어 회사는 현재의 기업노조보다 더 친 기업적인 어용노조를 만들 계획까지 갖고 있는 듯하다. 이 때문에 올해 물러서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난생 처음 단식투쟁까지 하며 싸우고 있다.

우리 조합원들도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다. 기업노조가 의견접근안 찬반투표를 하고 있을 때, 우리는 총회를 열고 솔직하게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임금인상 소급분이 기업노조 소속 조합원에게만 나오고 우리는 안 나올 텐데 그래도 더 싸울 것인지 물어봤다. 모든 조합원들이 이제 와서 포기할 순 없다며 투쟁의지를 밝혀 줬다.

현재 기업노조에 소속된 조합원들도 우리 싸움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여러 가지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몸은 기업노조에 있지만 마음은 여기에 있는 이들도 있다. 조용히 와서 우리를 응원해 주기도 한다. 올해 우리가 싸움에서 지면 우리 조합원들뿐 아니라 이들 역시 패배감과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이긴다면 이들 역시 우리를 지지하거나 기업노조에게 제대로 할 것을 압박할 것이다.

기업노조든 어용노조든 조합원 눈치를 안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현장 조합원들의 의식이다. 어느 노조에 속해 있건 우리 공장 노동자들 대부분 비슷한 처지다. 다들 최저임금 조금 넘는 수준의 임금으로 살고 있다. 조합원들이 이 같은 현실을 바꾸려고 하는, 또한 바꿀 수 있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한 우리 공장에 어용노조가 뿌리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 분회가 다수노조가 되건 아니면 계속 소수노조 상태건, 올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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