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 점거농성을 지원하기 위해 모인 민주노총 조합원 1천여명이 경찰의 공장 앞 집회 불허 조치에 항의하며 구미 시내 주요도로에서 기습 가두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위원장 김영훈)은 29일 낮 3시 구미 KEC 공장 정문 앞에서 KEC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집회 시작 전 경찰이 버스를 동원해 집회장소 봉쇄를 시도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애초 경찰은 이날 정문 앞 집회를 허용해 주기로 했었다.

▲ 29일 KEC투쟁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 1천여명이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상민
경찰이 약속을 깨고 집회장소를 막자 집회 참가자들은 KEC 공장에서 5백미터 가량 떨어진 이마트 앞에 모여 4차선 도로를 점거한 채 기습 가두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경부고속도로로 통하는 도로 방면으로 15분 가량 행진했다. 그러자 경찰이 긴급 투입해 이들을 가로막았다.

▲ 29일 구미에서 가두시위에 나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상민
참가자들은 방향을 바꿔 다른 쪽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집회 대오의 고속도로 점거를 막기 위해 참가자들을 포위한 채 물대포차를 전진 배치시켰다. 경찰 포위를 뚫는 과정에서 일부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민주노총 간부 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구미에 배치된 경찰 병력은 45개 중대 4천명 규모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경찰이 원래 약속한 대로 공장 앞 집회를 보장하면 평화적으로 결의대회를 진행하겠다고 거듭 호소했지만 경찰은 해산만을 종용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 29일 가두시위에 나선 조합원들과 이들을 막기 위한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김상민
집회 참가자들은 1시간가량 가두시위를 벌인 뒤 구미역으로 이동해 집회를 열고 이날 투쟁을 끝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은 힘없는 여성 노동자를 짓밟는 깡패들의 불법 폭력에는 눈 감으면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다”며 “이런 정부가 공정사회를 운운할 자격이 있냐”고 따져 물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제는 구속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는 점거농성 대오 속의 김준일 구미지부장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정부와 KEC가 평화적인 사태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또 “11월 3일 금속노조 전국의 모든 노조간부를 구미로 집결시킬 것이며 G20 정상회의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더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 29일 구미역 앞 정리집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상민

이날 집회에 앞서 낮 2시에는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진보신당 여성위원회, 전국여성연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대구여성과장,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7개 여성단체가 KEC 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EC 사측과 정부에 평화적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회견이 끝난 후 경찰과 용역들을 향해 농성장에 여성 생필품과 쌀을 전달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29일 기자회견을 마친 여성단체 회원들이 KEC 농성장에 생필품과 쌀을 전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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