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정문 안쪽에서 한 퀵서비스 기사가 용역과 경비원에게 끌려나왔다. 그의 손에는 고객이 배달을 요청한 하얀색 봉투가 들려 있었다. 봉투의 수신인은 현대자동차 정몽구 사장이었다. 동희오토 문제 해결을 위해 현대기아차 직접교섭을 촉구하던 정당, 노동, 사회단체 대표들이 기자회견 후 회사 쪽과 면담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의서한을 퀵서비스로 보냈다.

▲ 끌려나오는 퀵서비스 기사
퀵서비스 기사는 끌려나오며 “고객이 배달을 요청했는데 너희들이라도 받아라”고 소릴 질렀지만 경비와 용역들은 4-5명이 달려들어 팔짱을 걸고 막무가내로 그를 끌어냈다. 다시 퀵서비스 기사가 정문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기사 앞으로 한 용역 직원이 튀어나와 등으로 막았다. 둘이 살짝 닿았지만 용역직원은 길거리에 확 넘어졌다. “어 밀었어. 그냥 누워있어. 경찰 불러” 순간 현대자동차 관계자가 회심의 미소를 보였다. 헐리우드 액션을 선 보인 용역 직원은 이내 일어났지만 어느새 사쪽 관계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다.

출동한 서초경찰서 관계자들은 용역과 퀵서비스 기사 모두 일단 지구대로 함께 가서 조사를 받자고 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경찰은 신고를 받았으니 무조건 임의동행을 요구했다. 그 사이 멀쩡하던 용역은 경찰차 옆 경계석 위에 얼굴을 찡그리며 앉았다. 퀵서비스 기사를 끌고 가려는 경찰에 현대기아차 앞에서 101일째 농성을 하고 있던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교통사고 공갈협박범도 저렇게는 안 하겠다”, “불법을 저지른 용역깡패들을 신고하면 당신들이 한번이라도 조사해 본 적이 있냐고”, “사진까지 찍어서 신고해도 아무 것도 안했다. 공정하게 해야 할 것 아니냐”, “4일 전에 합법 집회를 방해한 현수막을 제거해 달라고 했던 경찰이 당신 맞죠. 정보과에선 보고도 못 받았다던데. 그 문제는 외면해 놓고서 이렇게 빨리 출동하는 게 쪽팔리지도 않느냐”

100일 동안 매번 당했던 목소리가 이날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퀵서비스 기사는 임의동행을 거부했고 경찰은 그냥 돌아갔다.

이어 불법파견정규직화를 위한 공동 농성단은 농성장 앞에 걸어놓은 ‘정몽구가 해결하라’를 현수막을 가리기 위해 사쪽이 설치한 ‘기업경쟁력은 국가경쟁력’이라는 현수막을 철거했다. 농성단을 “이미 4일동안이나 합법적인 집회를 방해할 목적의 현수막 철거를 경찰에 요구했지만 전혀 답이없어 우리가 직접 철거한다”고 밝혔다. 농성단은 현대기아차 정문 왼쪽 10미터 떨어진 곳에 비닐 농성장을 마련하고 21일째 농성중이다.


이에 앞서 농성단은 ‘동희오토 해고노동자 현대기아차 본사 앞 농성 100일, 현대기아차 직접교섭 촉구를 위한 제 정당, 노동, 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조희주 노동전선 대표는 “농성장 앞에 정몽구가 해결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회사가 가린 것은 정몽구 스스로도 부끄러운 일 이란 걸 알기 때문”이라며 “정몽구는 동희오토나 불법파견을 정규직화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내가 진짜 사장이다. 동희오토 노동자를 기아차 서산공장에서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것을 당당히 말하라”고 비꼬았다.

이해선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현대기아차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에 대한 책임없이 무슨 경영을 한다고 떠드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주 진보신당 부대표도 “진보신당은 모든 것을 걸고 불법 파견을 철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정몽구 회장은 8400억원의 사회환원 약속을 안 지키고 있다”며 “기아차 서산공장(동희오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벌써 100일이 되었다. 현대기아차 자본은 절망공장, 100% 비정규직 공장인 동희오토에 대한 착취 극대화 실험을 그만두고 동희오토의 진짜 주인이라는 것을 선언하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