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번호 : 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19두59349 판결

2. 사실관계 요지

이 사건 노동자는 광주 제2순환도로 일부 구간의 유지관리 용역업무를 수행하는 업체에서 2008년부터 근무했다. 해당 용역업무는 2017년부터 다른 용역업체인 이 사건 회사(원고)가 수행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 사건 노동자의 고용승계와 시용계약 체결이 이루어졌고, 이 사건 노동자는 종전과 같이 서무주임 직책으로 근무했다.

원고 회사는 2017년 6월 30일 이 사건 노동자에게 ‘수습기간 종료에 따른 정식채용 부적격 결정 통보’를 했다. 그 사유는 초번 근무(교대조 근무전환시간 등의 업무 공백 방지를 위해 매월 일정 횟수로 06:00~15:00 근무) 거부와 공휴일 무단 결근으로 근태 항목에서 50점 가까이 감점되어 본채용 기준인 총점 100점 중 70점에 미달하였다는 것이다(평가 결과 업무수행능력 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 당시 이 사건 노동자는 1세와 6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었다.

이 사건 노동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구제신청을 기각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판정을 하였다. 이에 원고 회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에서 승소했다.

3. 판결 요지

대법원은 원고 회사의 사규에 따라 이 사건 노동자에게도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 의무가 인정되므로, 공휴일 근무 등을 지시한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법 제36조 제1항 등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부모의 자녀 양육권의 취지, 노동자의 양육을 배려하기 위한 남녀고용평등법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사업주는 다음과 같이 그 소속 육아기 노동자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배려 의무, 일·가정 양립 지원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으로 발생하는 근무상 어려움을 육아기 근로자 개인이 전적으로 감당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는 그 소속 육아기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사업주가 그 소속 육아기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시간 등에서 배려하는 것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의 필수적인 전제가 되는바, 이때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려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근로자가 처한 환경, 사업장의 규모 및 인력 운영의 여건, 사업 운영상의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원고 회사가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이 사건 노동자에 대하여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그 결과로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하지 못하여 본채용 거부 통보를 받기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하였다. 결국 본채용 거부통보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 원심 판결은 파기되었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공휴일 근무가 단순히 순찰·식사시간의 공백 정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면 공휴일 근무의 횟수, 빈도나 근무시간을 조절하여 연차휴가·외출 등을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거나 노동자가 바뀐 근로조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일정한 유예기간을 부여하였더라도 이 사건 영업소의 운영에 큰 지장이 있었으리라고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영업소의 여건, 인력 현황 등을 고려해 보면, 원고 회사에게 공휴일 근무와 관련해 육아기 근로자에 대하여 일·가정의 양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기대하는 것이 과도하거나 무리라고 보이지 않는다. 수년간 지속하여 온 근무형태를 갑작스럽게 바꾸어 보육시설이 운영되지 않는 공휴일에 매번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자녀 양육에 큰 저해가 되는 반면, 서무주임인 노동자에게 공휴일 근무를 지시하여야 할 원고의 경영상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시사점

이 판결은 육아기 노동자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사업주의 배려 의무의 구체적 내용과 정도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노동자가 처한 환경, 사업장 규모와 인력 운영 여건, 사업 운영상 필요성 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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