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자동차 제조업현장 현대위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금속노조 조합원입니다. 제조설비가 멈추지 않도록 실시간으로 설비를 고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현장 조합원으로서 겪은 육아휴직에 관해 말하려 합니다. 육아휴직을 말하기 전에 고용형태를 얘기해야 합니다. 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위아 안산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원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회사를 폐업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회사의 말을 듣지 않거나, 회사에 일감이 없으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나는 2017년 11월 18일 지회 조합원으로서 금속노조에 가입하기 전까지 노동자의 기본 권리인 연차휴가조차 회사 눈치를 보며 사용했습니다. 육아휴직 제도를 활용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현재 두 살, 다섯 살 아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첫째 출산 때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사회 통념상 ‘생계를 주로 책임지는 아빠는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제 주변 남성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둘째 출산을 앞두고 첫째 아이가 대학병원에 다닐 정도로 아팠습니다.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육아휴직 보너스제’를 적용받아 급여 일부분을 보전받았습니다. 육아휴직 덕분에 첫째 아이와 함께 진료받으러 다닐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둘째 아이 출산까지 무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항상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육아휴직하고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첫째 아이와 관계가 좋아졌습니다. 첫째 아이는 이제 ‘엄마,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고, 사랑해요’라고 말합니다.

우리 집은 육아휴직 전 아내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했습니다. 휴직 동안 육아와 집안일을 해보니 일상생활에서도 가사분담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부부관계도 더욱 좋아졌습니다.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하면서 가족에 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육아휴직을 길게 사용하진 못했습니다. 석 달 정도 사용했습니다. 짧게 사용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생계입니다. ‘육아휴직 보너스제’가 끝났을 때 어쩔 수 없이 복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복귀했더니 부당한 대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서 상급자가 ‘너랑 근무할 수 없다’라며 사측에 나를 전환배치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상급자는 육아휴직 기간 사측이 채용공고를 내긴 했지만, 제 업무가 특수하다 보니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업무상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타부서로 가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나는 회사에서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입니다. 노동조합 간부입니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회사가 나를 굉장히 불편하게 생각했습니다. 회사는 ‘이때다’ 싶었는지 바로 전환배치 했습니다. 노동조합과 함께 사측에 ‘육아휴직 복귀자 전환배치는 부당하다’라고 항의했습니다.

사측은 전환배치를 강행한다고 했지만, 노동조합과 함께 대응하며 부당한 전환배치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있어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 상급자 눈치를 보며 회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노동조합’이 있었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부당한 대우를 거부하고,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남성 노동자가 육아휴직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합니다.

나는 ‘노동조합’이 있었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부당한 대우를 거부하고,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남성 노동자가 육아휴직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합니다.
나는 ‘노동조합’이 있었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부당한 대우를 거부하고,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남성 노동자가 육아휴직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합니다.  사진 = 금속노조 여성부장 제공

제가 일하는 현장 노동자가 대부분 남성이다 보니 노동조합도, 사측도 육아휴직 제도를 활용할 준비를 하지 않은 듯합니다. 단체협약에 관련 내용이 있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문을 연 듯합니다. 동료들은 나에게 “육아휴직을 우리도 사용할 수 있는 거냐?”,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몰랐다”, “육아휴직은 아이가 몇 살일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느냐”, “급여는 어떻게 보전하느냐”라며 육아휴직 관련 질문을 합니다.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을 추가로 보강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회가 성과급, 휴가비, 명절비, 기타수당 등 복지성 임금에 육아휴직 관련 내용을 추가 정리하고, 사유가 있는 남성·여성 노동자들이 사측의 부당행위를 당하지 않으면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안내하고, 교육하고, 투쟁해야 합니다.

특히, 남성 노동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기본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대부분 노동자는 “육아휴직하고 복귀하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까?”, “임금보전을 제대로 받지 못 할텐데…”, “육아휴직 제도가 뭐지”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물론 제도상 규정으로 사측이 부당한 대우를 하지 못하게 막고 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법 제도를 더욱 강화해서 육아휴직 사용 후 복귀한 노동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면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합니다.

제 주변 남성 노동자는 대개 가정 내 주요 수입원입니다. 육아휴직 시 임금보전 상한액이 너무 낮습니다. 최소한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금액 수준 같은 현실적인 임금보전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제조업현장 노동자들은 특근, 잔업, 성과급 등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체계라서 더욱 필요한 제도입니다. 현재 통상급 산입범위에 각종 수당을 제외하기 때문에 실제 육아휴직급여는 아주 적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육아휴직을 망설이게 됩니다.

현장의 분위기와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합니다. 제 주변 일부는 “아빠가 왜 육아휴직을 하냐”, “네가 육아휴직을 사용해서 내가 피해 본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사와 육아 책임은 함께 져야 합니다. 현장의 분위기를 바꿀 교육, 제도가 필요합니다.

법 제도, 교육, 현장 분위기를 한꺼번에 바꿀 수 없을 겁니다. 정치권은 노동자들이 최소한 법 제도로 보장한 육아휴직을 누리도록 제도를 현실화하고, 노동조합과 회사는 현장 인식개선과 제도 이용을 위한 교육을 시행하고, 단협을 보강해야 해야 합니다. 남성, 여성 노동자 누구나, 당연히, 부당행위를 당하지 않고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하도록 한국 사회를 바꿔야 합니다.

[편집자의 말] 이 글은 5월 30일 개최한 ‘육아휴직 실효성 높이는, 임금 삭감 없는 단기 육아휴직 보장 등 성평등 단협안 마련 국회 집담회’에서 김성규 조합원이 발표한 사례를 다듬어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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