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여러 언론 등 6월 15일 대법원판결들의 긍정성을 강조하는 시선이 많다. 노동조합 내부에도 이 판결들에 대한 오해들이 있는 듯하다.

사건 담당 변호사 가운데 한 명으로서 판결문 등에 근거해 더욱 정확한 사실관계를 전하려 한다.

첫째, 어제 대법원판결 선고를 듣는 과정에서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대법원 선고에서 기존 판결 일부만 파기할 때는 ‘어떤 부분에 대한 일부 파기’라는 식으로 대법관이 말하곤 한다. 그런데 어제 선고 첫 부분에 마치 노조가 패소한 부분 전체를 파기하는 것처럼 선고해 법정에 있던 노동자들과 변호사들이 크게 기뻐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필자도 금속노조 관련 메신저에 우리가 완전히 승리한 것으로 이해하고 소식을 전했다. 나중에야 사실관계를 일부 정정했는데, 이 내용도 오해를 촉발한 것 같다. 오늘 일부 언론 1면에 실린 노동자들이 활짝 웃는 사진은 선고 내용을 부정확하게 이해한 시점에 찍힌 것이다.

둘째, 어제 대법원판결은 노조가 실제 감당해야 하는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필 때, 크게 환영하거나 기뻐할 만한 판결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다른 시민사회단체들은 3자라서 견해가 다를 수 있겠지만, 금속노조와 쌍용자동차지부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소송 당사자들로서 재판 결과에 따라 수십억 원에서 수천만 원의 돈을 자본에 물어줘야 하는 처지에 있다.

쌍용자동차 파업 사건의 경우, 파기 환송 내용을 빼고 확정된 부분은 현재 시점까지 이자와 배상액 모두 계산해 35~37억 원이다. 15일 대법원에서 전부 패소하면 100억 원을 물어줬어야 하는 상황이니, 6070억 원이 줄어 물론 다행이다. 이 정도 판결 배상액이 줄어든 결과도 노동조합이 계속 싸우고 투쟁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35억 원이든 100억 원이든 노동자에게 천문학적인 돈인 사실은 변함없다.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노동삼권을 위축하기에 충분히 큰 금액이다. 15일 대법원 판결 결과를 보고 어떤 현장의 노동자들이 ‘아, 이제 파업해도 두려울 게 없겠다’라고 느꼈겠는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사건도, 대법원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대수 차질을 좀 더 엄격하게 계산 ▲파업 참가 조합원별로 배상 책임 비율을 개별적으로 따져보라고 한 것이다. 노동자 손해배상책임을 크게 면제, 경감한 판결이 아니다.

비정규직지회 사건 여러 개 중 하나는 20억 원을 네 명이 물어주라는 것이 기존 판결이었다. 15일 대법원 판단대로 파기환송돼 이 액수를 다투더라도 개인별로 얼마나 감액할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20억 원에서 70%를 면제하는 판결을 끌어낸다 해도 여전히 6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노동자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손해배상 책임의 주체이자 손배 책임을 질 조합원을 책임지는 노동조합이 대법원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셋째, 15일 대법원판결은 소위 법률관점에서 봐도 큰 진전이 있는 판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법원이 쌍용차 사건에 대해 일부 금액을 손해액에서 빼라고 했지만, 해당 금액은 2009년 당시 일부 파업 복귀자에 대한 위로금 성격의 급여다. 1, 2심 때부터 당연히 손해배상액에 들어가면 안 되는 금액이다. 이제라도 빠져 다행이지만 노동운동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큰 긍정성이 있는 판결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사건들에서 생산 차질 대수를 좀 더 엄밀하게 보라고 한 판시는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있지만, 개별 조합원 책임을 개별적으로 따지라는 판단에 대해서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

지금은 손배 책임을 지는 당사자들의 처지에서 보면, 무거운 마음으로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법률 다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동조합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현행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물론이고, 그보다 훨씬 더 나아간 파업권 보장을 위한 투쟁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과제를 새삼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자료사진>

현재 쟁의행위 손해배상 청구에 있어서 노동운동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요구는 세 가지 정도다.

① 불법 파업의 범위 자체를 좁혀서 자본의 손해배상 청구를 차단하는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상황은 자본이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든 말든 현장의 힘으로 손배 청구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② 불가피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면 개인이 아니라 노조 조직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책임은 조합원 개인이 위축되는 일을 막아 투쟁 참여를 고무하며, 파업 이후 뒷수습을 조직적 단결로 해결할 수 있다.

③ 위의 모든 것이 안 될 때, 자본이 개인들에게 책임을 물리려면 엄격하게 따져서 증명하라는 것이다.

사실 ③의 주장이라도 법원이나 국회가 받아들이는 것이 거부하는 것보다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법과 제도가 ③만 인정하는 것에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만족하거나 기뻐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 먼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③은 파업에 대해 노조와 개인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 등은 15일 대법원판결이 여전히 노동삼권을 위축한다는 점은 보지 않은 채, 민주당이 국회에 계류한 노조법 2, 3조 개정 내용 중 ‘조합원의 개별 손해배상 책임’이라는 극히 일부를 법원이 국회보다 앞서서 수용했다는 사실에 주로 주목하고 있다. 결국,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결론이 날까 봐 크게 우려한다.

15일 대법원판결이 노동권 보장과 확대의 기점이 되기에 너무나 부족한데도, 판결의 의미를 민주당 개정안과 공통점 유무에서 찾으려다 보니 착시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쌍용차 사건은 사실 지금의 노조법 개정 흐름과 무관한 것으로까지 느껴진다.

쌍용차 파업은 법률상 책임 개별화가 사실상 불가한, 철저한 노동조합의 통제와 단결로 정리해고에 맞선 목적이 불법이고, 수단이 불법인 전면 점거 파업이다. 민주당 개정안 기준으로 봐도 합법 또는 손배 책임을 면제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대중에게 알려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쟁의행위에 천문학적 손해배상이 여전히 이뤄지고, 노조와 투쟁하는 조합원 개인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의 진보성(?)을 칭찬해 넌지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작업에 집중하기에는 15일 대법원이 보여준 판결의 내용이 너무나 초라하다.

지금은 손배 책임을 지는 당사자들의 처지에서 보면, 무거운 마음으로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법률 다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동조합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현행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물론이고, 그보다 훨씬 더 나아간 파업권 보장을 위한 투쟁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과제를 새삼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필자와 다른 견해가 다른 동지들도 물론 있으리라 생각한다. 심지어 금속법률원에도 필자와 생각이 다른 동지가 있을 것이다. 최소한 15일 판결에 대해 필자가 최초에 소식을 잘못 전한 부분을 바로잡고, 이 판결들의 긍정성을 노동조합이 지나치게 속단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긴 글을 공유한다. 읽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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