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번호 :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35595 판결

2. 사실관계 요지·쟁점
피고 회사(현대자동차)는 2004년 7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에게만 적용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했다.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종전 취업규칙상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연차휴가의 상한을 신설(25일)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피고 회사는 이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신설하면서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전체 간부사원의 동의(89%)를 받았다 (장래 간부사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는 일반직, 연구직 등 직원들도 동의 주체가 됐어야 함).

서울고등법원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부분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고,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무효라고 판단하며 원고들(과장급 이상)의 연월차휴가수당 청구를 인용했다.

이 사건에서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유효’라고 인정해온 기존 대법원 판례의 유지 여부가 중요 쟁점이 됐다.

3. 관련 규정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4. 판결 요지 :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 폐기, 그러나 노동자측의 동의권 남용 여부 직권 판단해야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함으로써가 아니라, 단체교섭이나 근로자의 이해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의 유효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으므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다고 해서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이 항상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불확정적이어서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는지 노동관계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별 사건에서 다툼의 대상이 됐을 때 그 인정 여부의 기준으로 대법원이 제시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법원의 판단 역시 사후 평가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종전 판례의 해석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더라도 일정한 경우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인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으로 기존 근로조건을 낮추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명문 규정에 반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예정한 범위를 넘어 사용자에게 근로조건의 일방적인 변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헌법 정신과 근로자의 권익 보장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에 위배된다.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나아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했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다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5. 시사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법문에도 없는 모호한 개념을 근거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노동조건 개악의 효력을 인정해온 기존 판례 법리가 폐기된 점은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그러나 노동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면 노동자 측의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유효할 수 있다는 판시를 함으로써, 대법원은 다시 분쟁의 불씨를 남기고 말았다.

향후 노동조합으로서는 사측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시도에 대해, 불이익변경의 문제점을 지적할 충분한 근거를 확보해두는 등으로 ‘집단적 동의권 남용’ 여부가 문제되지 않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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