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자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삼성의 성과 중심 고과·임금제도가 불합리하고 업무 비효율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민간부문 가리지 않고 직무성과급으로 임금체계 개악을 추진하는 가운데, 금속노조와 정의당이 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삼성 성과급 임금제도 현황과 폐해 연구 발표·토론회’를 열었다.

박경선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금속노조는 민주노조로서 공정한 분배와 평등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라며 “회사를 구성하는 노동자들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삼성전자, 삼성SDI가 일류기업이 맞는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국회에서 한 기업의 인사 고과 문제를 두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라면서 “세계 일류기업이라고 자칭하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내부 조직문화를 조사해보니 매우 후진 기업이었다”라고 꼬집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윤석열 행정부가 성과급 임금체계를 강조하고 있다”라면서 “이번 연구가 보여주듯 성과급제도는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이번 토론회가 삼성 문제뿐 아니라 윤석열 행정부가 추진하는 성과급제의 문제를 밝혀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2022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삼성 고과 제도 현황과 폐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삼성전자 345명, 삼성SDI 91명 등 노동자 44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이 가운데 삼성전자 7명, 삼성SDI 15명 등 22명은 면접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를 담은 ‘삼성 고과 제도 현황과 폐해 실태 연구 금속노조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자 10명 중 7명이 성과주의 임금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67.9%는 사측·관리자가 고과평가를 객관 기준에 따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고과 평가가 개인의 노력을 정확하게 반영하느냐는 질문에 76%의 응답자가, 고과평가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75%의 응답자가 부정적인 응답을 했다. 고과평가 시 직원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는 응답도 68%에 달했다.

최근 6개월이 기준인 고과평가에서 6개월 이전의 실수를 반영하고 있다는 응답은 49%, 고과가 관리자와의 학연이나 지연의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은 55%였다. 관리자가 고과평가 시 친분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응답은 66%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노동자들은 고과평가를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삼성의 고과평가 제도는 ▲개인의 노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과거의 실수를 계속 반영하는 등 선입견을 배제하지 못하며 ▲학연이나 지연, 친분 등이 영향을 미침으로써 객관성이 떨어지는 등 공정성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실패한 제도로 볼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삼성의 고과 제도는 생산성 향상, 실적 독려, 동기 부여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 고과를 평가하는 중간 관리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노동자와 가족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동료 사이에 협력보다 견제와 경계가 심화한다. 그 결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적달성을 오히려 방해한다.

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금속노조와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주최로 ‘삼성 성과급 임금제도 현황과 폐해 연구 발표· 토론회’를 열고 있다. 변백선
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금속노조와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주최로 ‘삼성 성과급 임금제도 현황과 폐해 연구 발표· 토론회’를 열고 있다. 변백선
김성용 금속노조 울산지부 삼성SDI 울산지회장이 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금속노조와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주최로 연 ‘삼성 성과급 임금제도 현황과 폐해 연구 발표· 토론회’에서 현장 사례를 증언하고 있다. 변백선
김성용 금속노조 울산지부 삼성SDI 울산지회장이 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금속노조와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주최로 연 ‘삼성 성과급 임금제도 현황과 폐해 연구 발표· 토론회’에서 현장 사례를 증언하고 있다. 변백선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자들이 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금속노조와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주최로 연 ‘삼성 성과급 임금제도 현황과 폐해 연구 발표·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변백선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자들이 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금속노조와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주최로 연 ‘삼성 성과급 임금제도 현황과 폐해 연구 발표·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변백선

삼성은 왜 성과 중심 고과·임금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을까?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 활동가는 심층 면접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측이 고과 제도를 ‘노무관리 수단’으로 악용한다고 지적했다. 중간 관리자의 권력을 통해 작업장 통제를 강화하고, 노조 가입 등 다른 목소리의 분출을 막는 도구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종란 노동자권리연구소 연구위원은 ‘삼성 고과제도에 따른 노동관계법령 위반사항 검토’ 주제를 발제하며, 삼성 고과제도의 폐해가 개인 노동자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실정법 위반에 해당함을 꼬집었다.

삼성은 공공연하게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에게 하위 고과를 부여함으로써, 임금과 승진의 기준인 고과를 이용해 산업재해를 손쉽게 은폐했다. 이종란 연구위원은 이를 산업안전보건법 57조 산업재해 발생 은폐 금지 및 보고 등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주는 고과 불이익이 상당수 존재했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한 남녀고용평등법 19조 위반에 해당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하위 고과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역시 남녀고용평등법상 남녀 차별금지와 근로기준법상 균등 처우 원칙 위반이다.

오기형 금속노조 정책부장은 토론에서 “이번 연구보고서에 나타난 삼성 성과 고과 임금제 악용 사례는 성과주의 인사·임금 제도가 얼마나 노동자에게 나쁜지 알려주는 교과서 같다”라고 운을 뗐다. 오기형 부장은 “노동조합이 현장의 부당함을 알리는 대변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라면서 “연구보고서의 문제의식을 확산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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