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와 산업은행이 9월 26일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한다고 급작스레 발표했다. 금속노조는 “한화 재벌로 졸속 매각, 특혜 매각을 결코 동의할 수 없다”라며 “산업은행과 한화는 노동조합, 거제 시민사회, 납품 업체 등 대우조선 주체들과 대화에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가 9월 27일 노조 회의실에서 ‘한화 재벌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재벌 특혜·졸속 매각 속도전 중단과 거대 방산 재벌 한화 검증이 우선이다”라며 정부와 산업은행의 행태를 꼬집었다.

9월 26일 오전 정부와 산업은행은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을 넘긴다고 언론에 흘렸다. 이어 산업은행은 한화와 2조 원의 유상증자를 시행해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넘기는 내용의 투자합의서에 서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 원을 투자하고, 한화시스템 등 다섯 개 회사가 나머지 금액을 대는 거로 알려졌다.

금속노조는 기자회견에서 본격 매각 절차에 돌입 전 정부와 산업은행이 노조의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째, “왜 이리 서두르는가”이다. 노조는 “대우조선은 세계 조선 시장에서 한국을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이자, 거제의 경제를 책임지는 중요한 향토 기업이다”라면서 “조선산업 정책 한 줄 내놓지 못하는 정부가 재벌에 졸속매각하면 안 된다”라고 못 박았다.

둘째, “왜 한화인가”이다. 한화 인수 발표는 흡사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밀실에서 추진했다. 노조는 “제정신인 정권이라면 국민에게 한화가 왜 대우조선을 인수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다”라며 “조선산업 경험이 없는 재벌이 조선소를 정상 운영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셋째, “매각 이후 대책은 무엇인가”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생존권 투쟁에 나선 하청노동자들에게 47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낸 상태다. 노조는 “한화 재벌은 대우조선을 온전하고 건실하게 경영하고 지키겠다는 약속을 내놓아야 한다”라며 “한화는 진정성 입증을 위해 인수와 동시에 하청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약속하라”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가 9월 27일 서울 중구 정동 노조 회의실에서 ‘한화 재벌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 특혜·졸속 매각 중단과 노조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신동준
금속노조가 9월 27일 서울 중구 정동 노조 회의실에서 ‘한화 재벌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 특혜·졸속 매각 중단과 노조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신동준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이 9월 27일 ‘한화 재벌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산업은행, 한화가 매각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노동조합에 밝히고, 매각 관련 협의 자리에 나와야 한다”라고 촉구하고 있다. 신동준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이 9월 27일 ‘한화 재벌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산업은행, 한화가 매각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노동조합에 밝히고, 매각 관련 협의 자리에 나와야 한다”라고 촉구하고 있다. 신동준
정상헌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장이 9월 27일 ‘한화 재벌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정상헌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장이 9월 27일 ‘한화 재벌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금속노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의 한 주체인 노동조합이 매각에 참여해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신동준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세계에서 손꼽는 규모의 조선소를 매각하면서 관련 당사자들과 협의하지 않고, 일방 추진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라면서 “발전 전망을 우선 밝혀야 한다. 졸속매각 추진을 우려한다”라고 지적했다.

윤장혁 위원장은 “정부와 산업은행, 한화가 매각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노동조합에 밝히고, 매각 관련 협의 자리에 나와야 한다”라며 “이런 절차를 이행하지 않으면 금속노조와 거제 시민, 국민의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지난 6년간 임금삭감, 구조조정 등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이 만들던 배에 스스로 감옥을 만들어 들어가 투쟁했다”라면서 “조선산업은 노동력 집약산업이다. 희생을 감내한 노동을 배제한 매각은 언어도단이다”라고 규탄했다.

정상헌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장은 “21년 동안 지회는 매각 관련 요구를 단 한 차례도 바꾸지 않았다. 매각 과정에 관련 당사자인 노동조합이 반드시 참여해 고용과 생존권, 단체협약을 지키겠다는 것이다”라며 “대우조선의 한 주체인 노동조합이 매각에 참여해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상헌 지회장은 “경남 경제, 조선 기자재 업체들, 한국 조선산업이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큰 그림을 그리는 협의기구 만들자”라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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