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으로 드러난 조선산업 사내하청 등 다단계 착취구조에 관한 해법으로 정부와 노동조합이 조선산업 미래를 두고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속노조와 창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회학과 등이 7월 26일 창원대학교에서 ‘조선산업 사내하청 문제 진단과 해법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김태정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조선업의 전방산업인 해운업의 전략 변화로 친환경 선박, 스마트 선박 수요증가를 예상한다”라면서 “한국 조선산업은 적정임금 책정과 노동환경개선, 우수인력확보로 고부가가치 선박생산에 집중하는 장기 전망을 세워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김태정 정책국장은 한국이 고부가가치 선박생산에 주력해야 한다는 근거로 한국, 중국, 일본 간 점유율 추이를 들었다. 한국은 2018년 수주 점유율 37.9%로 1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중국 31.2%, 일본 19.7%였고, 2019년부터 지금까지 중국에 이어 수주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점유율은 2015년 29.7%에서 2022년 3.1%로 대폭 하락했다.

김태정 국장은 “일본은 조선업의 연이은 악재로 엔지니어와 숙련기능직 확보에 실패하고, ‘표준선 전략’의 시효가 끝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라면서 “중국은 한국 중소조선소가 폐업 등으로 주춤하는 사이 벌크선, 중소형 탱커 수요를 다수 가져갔다. 한국이 수주점유율 1위로 다시 올라서기는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김태정 국장은 “향후 10년 동안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선업 장기 전망을 세워야 한다”라며, ▲조선업 전체 노동자 임금수준 하락 ▲제조업 평균보다 높은 산재 사망률 ▲젊은 노동자층 신규 유입 저조 등 한국 조선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준현 전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은 자동차업종 사내하청노조 사례를 들면서,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교섭하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 현대위아 광주, 안산, 창원 비정규직지회는 사측, 원청 지회와 ‘미래를 위한 원하청 노사포럼’을 202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금속노조와 창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회학과 등이 7월 26일 창원대학교에서 ‘조선산업 사내하청 문제 진단과 해법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으로 드러난 조선산업 사내하청 등 다단계 착취구조에 관한 해법으로 정부와 노동조합이 조선산업 미래를 두고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금속노조와 창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사회학과 등이 7월 26일 창원대학교에서 ‘조선산업 사내하청 문제 진단과 해법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으로 드러난 조선산업 사내하청 등 다단계 착취구조에 관한 해법으로 정부와 노동조합이 조선산업 미래를 두고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정준현 전 지부장은 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자동차부품사비정규직지회의 ‘사회 교섭 전략’은 “직서열 생산방식 등 하청노조의 ‘힘’을 기반으로 원청노조를 교섭으로 끌어내고, 하청노동자들의 ‘연합의 힘’으로 ‘사회 교섭력’을 확보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게 만드는 전략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전문위원은 미국, 독일 건설산업 사례를 들며 조선산업 적정임금제 도입을 제안했다. 적정임금제는 건설공사 단가 후려치기 원인이 ▲저가 수주 경쟁 격화와 ▲공사비 부족으로 인한 다단계 하도급 ▲저임금 노동자 양산에 있다는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인건비의 하한선을 규정하는 제도다.

미국은 최저임금과 별개로 2,000달러가 넘어가는 공공 공사에 지역별, 직종별 임금 하한선을 규정한 ‘적정 공사비’를 책정해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공사 낙찰 선정 기준에 엄격한 기술심사를 도입해 가격경쟁 대신 기술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독일 건설산업은 기능인력 80%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등 고숙련 노동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심규범 전문위원은 “인건비 하한선을 규정해 무리한 가격경쟁 여지를 막아야 기술경쟁을 유도하고 노동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라며 “우선 공공 발주 선박 등에 적정임금제를 도입하고, 법 개정으로 확대·적용할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양승훈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대우조선하청노동자 투쟁으로 조선산업 정책, 거버넌스, 교섭 방식을 본격 논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다”라고 평가했다. 양승훈 교수는 기술직 설계 역량 하락이 생산 재작업 등 생산효율과 수익 하락을 불러와 하청노동자 저임금 현상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양승훈 교수는 “용접, 도장, 전기 포설 등 주요 생산공정 하도급 단가 책정에 ‘누가’,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라면서 “적정임금제 도입에 기술과 경영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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