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투쟁에 관해 많은 보도를 하지만, 투쟁하는 이유는 주목받지 못하는 듯하다. 이 투쟁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지회의 투쟁 이유에 관해 설명하려 한다.

조선하청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고용노동부·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옥포조선소에서 한해 500건 이상 산재신청이 올라올 정도로 유해한 작업현장이다.

노동자들은 평균 90dB, 최고 110dB에 육박하는 소음을 견뎌야 하고, 쇠·페인트 가루가 날려 호흡하는 공기의 질이 좋지 않다. 30~50m의 고소 작업이 많아 항상 추락할 위험이 있다. 선박은 바닷가에 놓인 거대한 쇳덩이이다. 여름에 달궈진 쇠의 열기를, 겨울에 살을 에는 바닷바람을 견뎌야 한다.

고용불안은 덤이다. 하청 아래 재하청을 주는 구조라서 물량팀이라고 불리는 하청노동자들은 하루 일해서 하루 먹고 산다. 이보다 나은 계약직은 1~3개월짜리 계약을 맺고 일한다. 지난해 조선하청지회의 투쟁으로 단기계약 빈도가 줄었지만, 옥포조선소에 엄연히 존재하는 고용형태다.

이런 고용구조에서 조선업이 위축하자 원청은 하청노동자의 인건비부터 깎았다. 2010년대 초중반의 임금에 비해 60~70% 수준으로 낮아졌다. 재계약 못 할 수 있어서 부당한 처우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6월 22일부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1 도크 선박에서 1㎥ 케이지를 만들고 들어가 끝장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 부지회장이 ‘이대로 살 순 없지 않겠습니까?’라고 쓴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변백선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6월 22일부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1 도크 선박에서 1㎥ 케이지를 만들고 들어가 끝장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 부지회장이 ‘이대로 살 순 없지 않겠습니까?’라고 쓴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변백선

최근 업체의 임금 체불로 법률원을 찾아온 한 조선하청노동자가 5월 한 달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 대가로 받은 급여는 290만 원이었다. 근무시간 대비로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다. 건강을 돌보지 못할 정도로 고된 일에 시달린 노동의 대가로는 너무나 적다. 하청업체들은 몇 푼이라도 더 남겨 먹으려고, 노동자의 4대 보험료를 체납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수많은 하청노동자가 조선소를 떠났다. 많을 때는 한해에 4,000명이 넘는 하청노동자가 현장을 떠났다. 떠난 노동자들은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수주실적 1위를 탈환한 현재에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의 상황은 외면당하고 있다. 어려울 때 책임을 전가하던 사측은 지금도 위기라며 하청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닫고 있다. 파업으로 하루 2,600억 원을 손해 보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 말이 사실이면 지회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서로 윈-윈일 텐데 말이다.

정부마저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 등을 통해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불법이라고 비난하며 숟가락을 얻고 있다. 역설적으로 담화문의 마무리 문구는 취약 근로자 처우개선을 위해 힘쓰겠다는 말로 끝난다. 정부가 말하는 취약계층 근로자에 조선하청노동자들은 제외했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

하청노동자들이 어려운 형편에도 무임금이 원칙인 파업에 돌입한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다. 요구사항도 간명하다. 업황이 좋지 않을 때 후려친 임금을 회복하라는 거다.

조선하청노동자의 요구는 정당하다. 정부와 사용자는 더는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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