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사흘을 앞둔 1월 24일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472번째 죽음이다.

1월 24일 가공 소조립부 2공장에서 AC210 리모컨 크레인으로 3t짜리 선박 블록을 팔레트에 쌓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이 낡은 크레인의 브레이크 오동작으로 크레인과 철제 기둥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금속노조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울산운동본부는 1월 26일 오전 울산고용노동지청 앞에서 ‘현대중공업 472번째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덕헌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규탄사를 통해 “현중 자본이 현장에 기본 안전조치만 했더라면 죽지 않을 목숨이었다”라며 “내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시행하는 날이다. 국가가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최기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부지부장은 “이번 사고는 재벌의 다단계 하청 착취구조 때문에 발생했다. 정비예산이 줄고 인원이 줄어 발생한 사고다”라고 규탄했다. 현중은 크레인 정비업무를 ‘모스’라는 자회사로 분사했고, 자회사 모스는 아래에 하청을 만들었다.

최기철 부지부장은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모스의 하청업체는 현장점검 와서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라면서 “다단계 하청 구조를 바꿔야 중대재해 사고를 막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울산운동본부가 1월 26일 오전 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현대중공업 472번째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부 제공
금속노조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울산운동본부가 1월 26일 오전 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현대중공업 472번째 노동자 사망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부 제공

노조와 울산운동본부는 “현중 자본이 안전을 내팽개친 결과 노동자가 매년 열 명꼴로 허망하게 목숨을 잃고 있다”라며 “현중은 ‘안전 최우선, 제1 경영 방침’을 떠들지만, 돈 들고 시간 든다며 재발 방지대책에 관심조차 없다”라고 규탄했다.

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최근 사측에 사고 크레인이 잦은 롤링과 오작동한다며 여러 차례 수리를 요구했다. 사측은 리모컨 조작 버튼이 식별 불가능할 정도로 낡은 상태에서도 작업을 강행했다. 사측은 크레인 표준작업 지도서에 주행 중 비정상 상태를 확인하면 작업을 즉시 중지하고, 문제 사항을 확인하라고 명시한 사항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노조와 현대중공업지부는 노동부에 ▲중대재해 책임자 즉각 구속, 처벌 ▲전체 크레인 작업중지 확대, 전수 조사시행 ▲사고 크레인 안전검사업체 자격 취소, 처벌 ▲현대중공업 근로감독관 상주 ▲특별근로감독 실시 ▲목격자 포함 동일부서, 동일업무 노동자 상담·치료 등을 요구했다.

더불어 현중 자본에 ▲대표이사 공개사과 ▲중장비 분사 철회 ▲크레인 업무 2인 1조 작업 보장 ▲유해 위험성평가 노동조합 참여 보장 등을 촉구했다.

금속노조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울산운동본부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준휘 노동부 울산지청장과 면담했다. 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 472명 사망사고에 관해 노동부가 자본에 강력한 조처를 내리기는커녕 솜방망이 처벌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휘 지청장은 “울산 여러 사업장에서 산재가 다발로 발생하고 있는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재해예방 대책을 점검하고 있다”라면서 “현대중공업은 특히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고, 사고원인 관련해 설비상의 하자인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 원인 파악 후 대처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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