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성차 : 정주교 금속노조 정주교 부위원장 (한국지엠지부 조합원)

한국지엠 부평공장 노동자다. 완성차를 만드는 노동자로서, 글로벌 미래차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차 전환의 속도를 올리는 것도 동의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산업전환 정책은 문제 투성이다. 우선 특정 재벌, 바로 현대-기아차만 배불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정부는 산업부 미래자동차 과장과 자율주행기술개발 혁신사업단 단장에 현대차그룹 임직원을 임명했다. 이러다 보니 정부의 미래차 정책은 수소 관련 인프라 구축과 같은 현대차그룹의 방향만 쫓고 있다. 반면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는 기술과 이윤 빼가기에 시달리고 있다.

■ 완성차 : 정주교 금속노조 정주교 부위원장 (한국지엠지부 조합원)
■ 완성차 : 정주교 금속노조 정주교 부위원장 (한국지엠지부 조합원)

지금 완성차 공장의 노동자는 전기차 도입으로 자리를 옮기고 기술을 바꿔야 하는 처지이다. 하지만 완성차 자본은 미래차 전환으로 생기는 새로운 생산 영역을 외주화해 무노조-저임금의 질 나쁜 일자리로 채우는 데에 혈안이 돼 있다.

재벌특혜-노동배제 산업전환은 재벌독점이 강화되고 무노조-저임금의 질 나쁜 일자리가 늘어나게 만든다. 미래가 하나도 없는 미래차다. 금속노조는 완성사와 부품사가 상생하고, 자동차산업의 원하청 노동자 모두가 보호받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을 것이다. ‘희생과 파괴가 없는 정의로운 산업전환실현을 위한 금속 노동자의 투쟁, 완성차 사업장의 조합원이 선두에서 싸울 것이다.

 

부품사 : 도성대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아산지회장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일한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자동차 엔진의 주요 부품인 피스톤링을 생산한다. 

부품이 없는 자동차는 없다. 전기차라고 전기만 가지고 달릴 수 없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산업전략에는 부품이 없다. 사흘이 멀다하고 부품사 지원책을 내놓지만 무엇을 지원하는지, 누구에게 지원하는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선도자, 게임체인저로 한국 자동차산업체질을 바꾼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산업전환은 멋진 말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 부품사가 영세하고, 역량이 없는 것은 바로 완성차의 종속성과 부품 단가의 문제 때문이다. 단가 문제를 보자. 비싼 배터리 가격을 만회하기 위해 완성차는 내연기관 부품사 단가를 더욱 조일 것이다.

■ 부품사 : 도성대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아산지회장
■ 부품사 : 도성대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아산지회장

그리고 그것은 최저가 입찰제라는 시장경제논리의 탈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최저가 입찰제는 부품사의 출혈 입찰이었다. 물량으로 단가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내연기관차량 물량은 더욱 줄어들고 부품사는 물량으로 이익을 낼 수 없다. 신차 개발이 중단되면 AS부품 금형 유지 비용도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해결은 고사하고 미래차 부품에서도 이미 경쟁 입찰제를 통한 단가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부품단가를 공정하게 책정하도록 정부가 원청을 규제 감독하고 부품사 자생성을 키우는 데 팔 걷고 나서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도 지켜야 한다. 이미 너무 많은 기업이 자회사, 외주화를 통해 미래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투자를 늘리지 않고 인건비부터 줄이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막대한 혈세를 지원받아 비정규직, 최저임금 일자리를 늘리지 못하도록 정확히 규제해야 한다. 동시에 불가피한 이직 노동자에 대한 재교육, 재배치 대책도 세워야 한다.

정부가 입만 열면 외치는 스마트 공장도 마찬가지다. 스마트 공장이 노동자 구조조정을 포장한 이름이 아니라 기술과 노동이 조화를 이루는 신성장 동력이 되려면 노동을 부품이나 도구로 보아서는 안 된다노동이 참여하는 산업전환으로 부품사의 도약을 일궈내자.  

 

상용차 : 황의택 금속노조 전북지부 사무국장 (서연인테크분회 조합원)

전북 서연인테크에서 일한다. 서연인테크는 트럭, 버스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트럭, 버스, 상용차 산업의 위기는 국가기간산업의 위기다. 전북지역 경제의 위기다. 한국 고용의 위기다우리나라 전체 상용차 생산이 2011년 약 43만대에서, 2020년 약 29만대로 약 32% 넘게 감소했다. 전북지역은 국내 중대형 트럭과 건설기계, 버스 생산의 95%가 모여있다. 전북지역의 생산 물량은 201766천 대에서 20204만대로 38.8%나 감소했다. 전북의 상용차 산업 취업자는 2년 사이에 3천명이 줄었다.

금속노조는 업체의 부진한 연구 개발 투자와 수출활로 개척 실패가 상용차 경쟁력을 죽이고 있다고 줄곧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업체는 베트남 등지로 공장을 이전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 상용차 : 황의택 금속노조 전북지부 사무국장 (서연인테크분회 조합원)
■ 상용차 : 황의택 금속노조 전북지부 사무국장 (서연인테크분회 조합원)

정부의 책임도 크다. 문재인 정부는 자동차 산업이 중요 국가기간산업이라 했지만 미래 전략 보고서에 중대형 상용차 부문은 고작 네 줄에 그쳤다. 또한 정치권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군산형 일자리라는 명목으로 연 25만대 생산 전기트럭, 버스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지금 정부의 지원은 기반 구축을 위한 건물 건립과 운영비 중심의 사업으로 실효적인 결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산업전환 시기와 맞물려 중대형 상용차 산업은 이제 존폐의 기로에 섰다. 금속노조는 정부 차원의 중대형 상용차 산업 정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기업도 투자를 늘려 이에 화답해야 한다. 또한, 고사 직전의 부품사에 대한 당장의 고용 유지 대책이 절실하다. 아직 기회가 있을 때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라.

 

조선 : 신태호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 수석부지회장

기후위기는 조선산업의 변신도 강제하고 있다. 서구의 조선업계는 신기술 개발을 위한 분업과 협업에 열심이다. 그러나 한국의 조선 산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조선산업의 전망을 제시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반세기 걸쳐 가꾼 조선 산업 생태계를 헤집어 놓고 있다.

자동차 산업 뿐만 아니라 조선산업 역시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된 산업전환이 필요하다. 조선산업에서는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 조선소가 몰려오고 있다. 국제해사기구의 결정에 따라 전 세계 조선산업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중이다.

■ 조선 : 신태호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 수석부지회장
■ 조선 : 신태호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 수석부지회장

우리도 수소, 암모니아 같은 새로운 친환경 연료 개발에 정부와 업계가 팔을 걷고 나설 때다. 그러나 이 중요한 시기에 조선산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장 노동자들이 빠져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 조선산업을 세계 1위로 이끌었고 이후에도 한국 조선산업의 주춧돌이 될 현장 노동자의 참여 없이 친환경 선박, 스마트 조선은 가능하지 않다.

실제로 한국의 조선산업은 지금도 노동자가 제외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권력과 자본에 의해 재편되고 왔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결합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결국, 2년이 넘게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얻지 못한 채 아직까지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은 조선소의 숫자를 계속 줄이며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고 독점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조선산업 미래에 전방위로 대응할 수 있도록 대형-중형-소형, 원청-기자재-기술연구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 조선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그 시작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 철회와 중형조선소 살리기다.

 

철강 : 목수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

포스코에서 쇠를 만드는 노동자다. 철강산업은 이미 십여년 전부터 많은 부분이 자동화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화로 더 안전해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다치고 또 죽고 있다.

스마트 공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기계가 좋아져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외주화로, 하청으로 내몰면 결국 산업 재해는 21세기의 공장에서도 20세기 공장과 마찬가지로 반복할 것이다.

■ 철강 : 목수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
■ 철강 : 목수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

철강 사업장은 공정 특성상 현장이 매우 위험하고 낙후되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 또한 심각하다. 포스코는 철강산업의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탄소배출 문제해결을 위해 산업전환과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전환과 스마트팩토리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똑똑한 생산공장은 현장의 안전을 높이고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를 공장의 생산부품으로 상정하고 진행되는 산업전환과 스마트팩토리는 노동자에겐 지옥일 뿐이다. 노동자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생산성 향상만을 추구한 자동화는 노동강도를 높이고 더 많은 산재를 발생시키며 고용불안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철강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참여 없이 정부와 자본이 추구하는 일방적 스마트 산업전환에 반대한다. 산업전환은 노동자의 희생도 파괴도 요구하지 않는 정의로운 과정이어야 한다. 그 길은 노동의 참여다.

 

항공 : 최진영 금속노조 경남지부 아스트지회장

경남 사천에 있는 아스트에서 항공기 부품을 만든다. 정부는 항공산업을 미래먹거리라고 했다. 사천 항공산업단지를 만들며 우리 미래가 여기에 달렸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 바람 한번 불자 정부 정책은 모래성보다 쉽게 무너졌다.

항공산업 역시 산업전환을 마주하고 있다. 기존의 부품 제조업은 항공정비, 개조·개량 등 MRO 산업으로 빠르게 확장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국제여객 운송 수요는 줄어들고 국제화물 운송 수요는 늘어나면서, 여객기 기체를 화물기 전용으로 개조하는 P2F 사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도 달라진다. 기후위기에 따라 친환경 항공기도 본격화됐다. 선도 업체들은 벌써 액체수소연료 가스터빈엔진과 수소연료전지 항공기 개발에 나섰다. 무인기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 항공 : 최진영 금속노조 경남지부 아스트지회장
■ 항공 : 최진영 금속노조 경남지부 아스트지회장

그런데 산업전환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안이하다. 정부대책은 건강한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하부기반을 탄탄하게 다지지 않고 대기업에 쏠려있다. 국내 항공산업은 3개 대형사가 전체 매출의 83%, 고용의 57%를 차지한다. 건강한 산업 생태계가 결코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경쟁력 강화대책인 국제공동개발 사업의 참여기회는 대기업에만 열려 있다. 역량있는 중소기업이 연합해 새로운 사업모델로 진출하게 지원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정부의 시야에 노동이 없다. 산업의 중추를 이루는 노동자의 숙련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산업 안에 머무르게 할지 대책이 없다. 항공기 부품 산업은 2019737맥스 기체결함, 2020년 코로나19 수요감소로 이미 타격을 입었다. 2020년에 이미 국내 항공산업 전체 인력의 약 8%에 해당하는 1,400명 이상이 산업을 떠났다.

미래먹거리라면 10년이 아니라 2030년을 내다보고 버티는 산업정책을 짜야 하는데 1년도 못 버티고 있다. 비단 항공 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 정부의 산업정책은 정권의 임기, 관료의 임기, 예측 가능한 수준에 갇혀 있다. 기업도, 정부도 지금 금속노조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희생과 파괴의 두려움 없이, 노동자의 참여로 우리 경제의 설계도 다시 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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