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일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국방선진화위원회와 국방부가 국방개혁의 10여과제에 대하여 의견을 조율하고 ‘능동적 억제’ 개념을 정립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도 같은 날 국방개혁과제를 담은 종합 보고서에 ‘능동적 억제’ 개념을 반영해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5월 24일 천안함 사건 관련 대국민 담화문에서 밝힌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한다는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능동적 억제’ 개념이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 및 전쟁 징후가 포착되면 사전에 군사기지를 비롯한 전쟁지휘부 시설을 타격하는 구체적인 선제공격개념이다.

‘능동적 억제’는 대북 선제공격을 우리 정부와 군이 대북 군사전략으로 처음 공식화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이 개별적으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거론한 적은 있지만 이를 국가정책 기조로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표면적으로 견지해 온 대북 방어전략을 폐기하고 대북 선제공격을 통한 북한 붕괴를 대북 군사전략으로 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이는 MB정권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전쟁정책임을 드러낸 것이다. 간간이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을 언급해왔지만 속내는 무력을 통한 흡수통일이었음이 명백하게 밝혀진 것이다.

능동적 억제=대북 선제공격

‘능동적 억제’ 전략 표명은 우리의 대북 전략이 미국의 요구에 맞춰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능동적 억제는 미국의 선제 핵공격계획인 ‘OPLAN 8010'과 대량살상무기 확산저지 작전계획인 ‘CONPLAN 8099’ 등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OPLAN 8010’은 첨단 재래식 전력과 함께 핵전력을 사용하여 대북 핀 포인트 공격(pinpoint attack, 일명 족집게 공격), 지하 군사시설 파괴, 미사일망·방공망 등을 마비시키기 위한 사이버 전쟁 등의 전략 공격을 담고 있고, ‘CONPLAN 8099’는 북한 핵 시설 및 핵무기 장악, 탈취 등을 주된 목적의 하나로 하고 있다.

▲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선제공격 전략은 자위권을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로 한정한 유엔헌장 제51조에 위배되며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헌법 제5조에도 반한다. 따라서 ‘상대방의 공격 징후’니 하는 등의 이유들 들어도 상대방의 공격 이전에 먼저 공격을 하는 것은 자위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나는 침략행위로서 불법이다. 뿐만 아니라 ‘능동적 억제’전략은 ‘외부 침략으로부터 국가 보위’, ‘평화통일 뒷받침’, ‘지역 안정과 세계평화 기여’라는 우리의 국방목표에도 위배된다.

MB정권이 선제공격 전략을 채택하게 되면 북도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게 되어 한반도의 안보가 오히려 위태로워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런 점에서 ‘능동적 억제’ 전략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러오는 위험천만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능동적 억제 개념이 공식 채택되면 군사전략, 군 구조와 작전계획, 병력과 장비 등을 그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공세적 대북 전력의 도입을 정당화하게 되어 우리 경제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국방비 증액요구가 제기될 것이다. 이래저래 죽어나는 것은 이 땅의 노동자 민중들뿐이다.

평화통일 세계평화는 뒷전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평화공동체→경제공동체→민족공동체’로 이어지는 3단계 통일방안과 통일세 신설을 제시했다. 반통일적 행각을 일삼아 온 이명박 대통령이 ‘깜짝쇼’ 하듯 통일을 언급하니 황당하다. MB정권은 정권 출범 때부터 통일부 폐지 방침에 이어 반통일론자를 통일부장관에 앉혔고, 선 북핵폐기 정책인 ‘비핵개방 3000’을 내세우면서 6·15, 10·4선언을 부정해왔다. 급기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은폐조작을 통해 북을 공격의 주체로 규정하여 유엔안보리 제재에 앞장서고, 각종 대북 무력시위를 강행하면서 남북관계를 최악의 국면에 빠트렸다. 남북관계를 파탄상태로 내몬 MB정권이 통일을 운운하는 것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적어도 MB정권이 통일을 말하려면 먼저 이제까지의 대북 적대정책을 중단하고 6·15, 10·4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3단계 통일방안은 6·15공동선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실상 흡수통일방안이다. 이 대통령의 통일방안은 ‘비핵개방 3000’을 3단계 통일방안으로 확장한 것이다. 북한 핵폐기를 통해 ‘평화’를 이루고 ‘시장경제’로의 경제 통합의 기반을 다져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하자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의 핵심이다. 이명박 정부가 기존 남측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한 단계인 남북연합단계를 뺀 것은 북한 급변사태 등을 빌미로 흡수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 공세적 대북 전력 도입을 정당화하게 되면 엄청난 국방비 증액요구가 제기될 것이고, 이래저래 죽어나는 것은 이 땅의 노동자 민중들뿐이다.
이 대통령은 2008년 11월 방미 때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일하는 게 최후의 궁극 목표”라고 말한 바 있으며, 2009년 말 북한 급변사태를 빌미로 북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노리는 작전계획 5029와 2010년 초 남한 정부의 북한 점령통치계획인 ‘부흥’을 작성하고 ‘2010 UFG(을지 프리덤 가디언, 을지 자유수호연습)’ 한미연합연습에 적용하여 실시했다. 이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방안은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6·15공동선언 2항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통일방안을 사실상 전면 부정하는 반민족적 행위이다. 또한 통일의 상대인 북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도 없는 방안이다.

남북교류협력기금도 거의 안쓰고 통일세 운운?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세 운운한 것 역시 터무니없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세를 말한 것도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발표했던 통일비용 연구결과도 대부분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6·15공동선언에 따라 남북이 합의하는 통일을 이룰 경우 통일세가 새로이 필요하지 않다. 이제까지의 분단과 전쟁에 이어 반세기가 훌쩍 넘는 남북 대결로 인한 자원 낭비와 소모적 비용을 줄이면 통일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는다. 나아가 남북의 기술과 자금력, 천연자원과 우수한 노동력의 결합에 의한 강력한 시너지 효과로 우리 민족은 일대 도약을 이룰 수 있다. “한반도가 ‘중국-홍콩식’ 경제통합을 이룬다는 전제 하에 통일 코리아가 2050년에 GDP규모가 독일과 프랑스를 추월하여 세계8위가 될 것”(골드만 삭스, “통일한국, 북한 리스크 재평가”, 2009. 9)이란 관측은 통일의 전망을 밝게 한다.

작년 남북교류협력기금 1조1천억 중 8.6% 밖에 쓰지 않았고, 올해에도 거의 쓰지 않고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통일세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부자에게는 세금 깎아주고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에는 세금을 쏟아 부으면서 통일을 명분으로 서민들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발상은 한마디로 국민을 봉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반통일적 정책을 통일정책이라고 제시하는 MB정권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게 아닌가 싶다.

김종일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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