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사업장 53곳에 복수노조가 있습니다. 이 중 10여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소수노조 사업장입니다. 2011년 7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제도 시행 이후 복수노조 설립을 통한 민주노조 탄압이 전국 곳곳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복수노조시대 금속노동자 분투기]는 금속노조 깃발을 지키고, 다시 현장을 조직하기 위해 싸우는 복수노조 사업장 조합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기획입니다. <편집자주>

‘지키자. 그리고 준비하자.’ 2012년 복수노조 설립 이후 노조 경기지부 경기지역금속지회 대한솔루션분회의 목표이자 다짐이다. 지난 6월 기업노조 조합원 30여 명이 금속노조 분회에 가입했다. 분회는 아직 기업노조보다 조합원 수가 20여 명 적은 소수노조다.

하지만 분명 현장이 달라지고 있다. 회사는 최근 분회장과 분회 사무장, 기업노조에서 금속노조로 넘어온 조합원에 대해 탄압에 나섰다. 정재황 대한솔루션분회장은 “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회사가 느낀 것 같다. 이전과 달리 탄압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솔루션 노동자들은 2006년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큰 마찰없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현장 분열이 가시화 한 것은 2008년 부터. 2008년 7월 분회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5일 동안 전면파업을 벌였다. 파업을 앞두고 20여 명이 집단 탈퇴했다. 파업 당시 먼저 현장에 복귀했던 조합원 40여 명도 파업 이후 노조를 탈퇴했다. 분회는 이 과정에 회사의 개입이 있었다고 한다.

2009년 또 하나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분회장이 회사에게서 별도로 돈을 받았다. 분회 조합원들은 분회장을 탄핵했다. 이 사건을 거치며 일부 조합원이 또 다시 분회를 떠났다. 노조를 신뢰할 수 없다는 조합원들도 등을 돌렸다. 140여 명에 달하던 조합원은 33명으로 줄었다.

140명에서 33명으로

분회는 2010년과 2011년 줄어든 조합원들의 결속을 다지는데 집중했다. 정 분회장은 “여러일을 겪고 남은 조합원들이라 분회 분위기가 좋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우리끼리 노조’로 남지 않기 위해 현장 노동자들을 다시 금속노조로 조직해야했다. 분회는 지난해부터 재조직화 사업을 결의하고 기금을 마련했다.

분회는 무엇보다 기업노조 조합원과 소통에 중점을 뒀다. 정 분회장은 “현장과 연결고리가 약하니 여론전에서 밀린다고 판단했다”며 “당장 금속노조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현장노동자들이 우리 입장을 지지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 정재황 노조 경기지부 경기지역금속지회 대한솔루션분회장은 “분회는 지난해부터 월 1회 선전물을 발행한다. 신문 형태의 선전물에 회사 정책의 문제, 의도, 분회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렸다. 1년 넘게 발행한 선전물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정 분회장은 “현장 노동자들이 집에 선전물을 챙겨가서 읽는다.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보기도 한다. ‘이 내용이 맞다. 기업노조는 왜 이렇게 못하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현장의 변화를 말한다. 김형석

분회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은 선전물만이 아니다. 금속노조 분회 조합원들의 입이 무엇보다 강력한 선전 도구다. 정 분회장은 “기업노조 조합원들은 분회 간부들보다 현장에서 만나는 조합원들에게 더 많이 묻는다. 분회는 우리 조합원들과 수시로 간담회를 하면서 어떤 상황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최대한 알린다. 우리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기업노조 조합원들에게 상황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분회는 지난해부터 월 1회 선전물을 발행한다. 신문 형태의 선전물에 회사 정책의 문제, 의도, 분회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렸다. 1년 넘게 발행한 선전물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정 분회장은 “현장 노동자들이 집에 선전물을 챙겨가서 읽는다.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보기도 한다. ‘이 내용이 맞다. 기업노조는 왜 이렇게 못하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현장의 변화를 말한다.

분회는 기업노조 조합원들과의 꾸준한 만남을 추진했다. 정 분회장은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복수노조가 생긴 직후에 서로 관계가 좋지 않았다. 갈등도 심하고 적대적이었다”며 “분회 간부들이 만나자고 하면 현장노동자들은 회사가 감시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고 거부했다”고 말한다.

어렵지만 여러 통로로 기업노조 조합원들을 만났다. 최근 회사 관리자들이 “왜 금속노조 간부들을 만나느냐”고 해도 개의치 않는 기업노조 조합원들이 다수다. 정 분회장은 “기업노조 조합원들은 단일노조일 때보다 소통이 잘된다고 좋아한다. 우리 내부에서 갈등을 풀고 신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라고 재조직화 사업의 성과를 강조한다.

알리고 만나면서 연결고리 만들다

조합원이 소수이지만 꾸준한 일상사업을 진행하고 적극 재조직화 사업에 나설 수 있는 힘은 분회 내부의 탄탄한 결속력이다. 33명으로 조합원이 줄고 복수노조까지 설립된 뒤 어려움이 컸다. 복수노조 설립 이후 분회 조합원 중 승진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정 분회장은 “일상적인 차별과 감시, 억압으로 조합원들이 많이 힘들었다. 그만두고 싶을만큼 힘든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 정민영 노조 경기지부 경기지역금속지회 대한솔루션분회 사무장은 “조합원이 늘어난 것만 봐도 힘이 난다.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가 달라졌다. 노조의 힘은 조직력이다. 어깨가 더 무겁지만 조직력 확대를 위해 더욱 힘을 내겠다”고 다짐한다. 김형석

정재황 분회장은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다. 잘 버티기라도 하자는 것이 당시 목표였다. 소수라고 기죽기 보다 더 잃을게 없다는 심정으로 하나씩 사업을 해나갔다”고 떠올렸다. ‘준비하고 기회를 기다리자. 진짜 노조가 아닌 저들은 분명히 실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분회의 생각이었다.정민영 사무장은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일이 많다. 우리가 소수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봐야 할 때는 울화가 치민다”고 토로했다. 정 사무장은 “최근 금속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이제야 뼈저리게 느낀다. 현장에서 똑같이 일하고 행동해도 금속노조라는 이유만으로 회사 태도가 달라졌다. 회사가 정말 나쁘다고들 얘기한다”고 전한다.

분회는 조합원 야유회, 여성부, 남성부 모임을 꾸준히 진행했다. 특히 여성부는 4년 동안 꾸준히 모임을 해왔다. 정 분회장은 “볼링부, 탁구부 등 동호회도 꾸렸다. 볼링을 못 쳐도, 모임이 잘 안되도 꾸준히 하는게 장점이다”라며 웃는다.

동호회, 모임 운영은 내부 친분을 쌓는데만 그치지 않는다. 정 분회장은 “‘끝까지 남는다’라고 마음 먹은 조합원들이지만 노조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고 간부 활동도 부담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며 “편한 분위기에서 조합원들이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노조에 대한 생각을 쌓아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조합원이 강해야 지킬 수 있다”

동호회장, 모임 간부를 맡았던 조합원들은 조금씩 달라졌다. 정민영 사무장은 “조합원들이 책임감이 생겼다. 노조가 자판기처럼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줄어들었다”며 “단결력이 강해졌다. 복수노조의 어려움이 있지만 어려운 시기를 거쳤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단련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 분회장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데 노조, 지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수노조로 남은 뒤 꾸준히 투쟁하고 사업을 벌이고 조직력을 확대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온갖 차별과 탄압에 지치고 감정이 쌓인다. 노조를 포기하지 않더라도 그냥 우리끼리 잘 지내자는 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정 분회장은 “이 시기 간부들의 역할과 의지가 중요하다. 그만큼 간부들의 어려움 크다. 지부와 노조는 간부들의 고민을 풀어주고 외롭지 않게 해줘야 한다”며 “예산 지원은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다. 노조와 지부가 우리를 잊지않고 지원한다는 안도감을 소수노조 사업장 조합원들에게 주는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정 분회장은 “최근 금속노조로 집단 가입한 계기는 어쩌면 회사가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회사는 기업노조와 임단협 교섭을 통해 임금체계를 개악하려 했다. 기존 상여금 600% 중 400%를 삭감하고 기본급을 비슷한 비율로 인상하겠다는 것. 이렇게 변경할 경우 실제 조합원들의 임금은 기존보다 줄어든다. 상여금 200%는 명절에 지급하겠다고 했다.

정 분회장은 “기업노조는 이 안으로 합의하려 했다. 분회는 이 합의안의 의도와 문제점을 선전물을 통해 알렸다. 기업노조 조합원들은 이런 내용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반발이 컸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상여금 삭감, 임금체계 개악 막았다

결국 회사와 기업노조는 이 안을 합의하지 못했다. 상여금은 기존대로 600% 지급하기로 했다. 분회가 있는 대한솔루션 포승공장 현장직을 제외한 포승공장 사무직, 충남, 대구 등 전국 네 개의 대한솔루션 공장은 모두 상여금을 삭감한 임금체계로 변경했다. 포승공장 현장직만 회사의 의도를 관철하지 못한 셈이다.

정 분회장은 “기업노조 설립 이후 금속노조를 탈퇴한 현장 조합원들은 ‘안 싸우고 이정도면 됐다’고 생각하거나, 기업노조가 기존 단체협약보다 후퇴한 내용으로 합의해도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 채 넘어갔다”며 “지금은 ‘그때는 제대로 몰랐다. 심각하다’는 반응과 금속노조가 반대하니 지킬 수 있었다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정 분회장은 “우리가 한 것은 꾸준한 일상사업과 선전물 발행 밖에 없다. 이후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서 조합원들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소수노조 사업장은 예산, 시간, 인력 모든 조건이 좋지 않다. 선전물을 꾸준히 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정 분회장은 “선전물을 꾸준히 내는 것이 중요하다. 매번 선전물을 내고 ‘민주노조는 이래야 한다. 회사가 노동자들에게서 이렇게 뺏으려 한다’는 것을 꾸준히 알렸다. 하루아침에 현장이 뒤집어지지는 않지만 계속 꿈틀거림이 있었다. 이 움직임이 모여 지금이 온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회와 현장 조합원들 사이 소통과 신뢰회복이라고 강조한다. 복수노조 설립과 소수노조 4년을 겪으며 느낀 교훈이다. 정 분회장은 “현장에서 집행부에 대한 불만이 생긴다. 집행부가 잘못 할 때도 있고 오해도 있다. 현장 조합원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하면서 불만과 오해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회 내부, 기업노조 조합원 모두 같다”고 설명한다.

정민영 사무장은 “조합원이 늘어난 것만 봐도 힘이 난다.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가 달라졌다. 새로 가입한 조합원들은 ‘이런 것이 민주노조구나’라고 하나씩 느끼고 있다”며 “노조의 힘은 조직력이다. 어깨가 더 무겁지만 조직력 확대를 위해 더욱 힘을 내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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