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밤. 심각한 표정을 한 노동자 수십명이 전남 광양 백운산 모처에 모여들었다. 펜을 잡았다. 각자 유서인지 편지인지 모를 글을 썼다. 목숨 건 크레인 농성을 하루 앞두고 가족들에게 남길 말이었다. 편지를 쓴 노동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또 해야 하나? 6개월 전 올랐던 그 곳에 또 오를 수밖에 없나?’ 크레인에 오르기로 한
파업 18일째. 아침이 밝자마자 구사대가 기습적으로 철조망을 끊고 공장 내에서 농성 중이던 노동자 대오를 침탈했다. 수적으로 열세였던 노동자들은 본관 옥상으로 피신했다. 소화기를 뿌려대며 올라오는 구사대에 맞서 노동자들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공중에선 돌이 날아다니고, 바닥은 시너와 휘발유로 흥건해졌다. 노동자들은 죽을지언정 굴복하지 않겠다고 버텼다.&ldq
무려 10년. 경기 안산 자동차 시트 생산업체인 대원산업에서 소위 민주노조가 안정화되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노조를 만들었을 때, 웬만한 탄압은 나름 각오했어요. 하지만 교묘하고 집요한 노조 무력화 공작이 더 무서운 건 줄은 몰랐죠.” 13일 안산 대원산업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정승권 조합원이 대원산업 노조 역사를 소개하기에 앞서 한 말
임단협 9개월 옥쇄 파업.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이 기록의 주인공은 노조 역사가 오래된 대기업 노동자들이 아니다. 조합원 수 1백여 명에 불과했던 충남 아산 대성엠피씨 노동자들이 지난 2004년 벌인 투쟁이다. 그것도 금속노조 가입 직후 3개월 만에. 당시 한 경제지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 회사 노조는 신출내기답지 않게 과감한 투쟁성과 전투력을 발휘하고 있
172일이었다. 대구 달성공단 대동공업 노동자들이 지난 2002년 5월 부분파업을 시작할 때 싸움이 그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회사는 같은 해 8월 직장폐쇄에 돌입해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노동자들은 정문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였다. 싸움이 길어졌지만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커피 배달, 쌀 배달, 주유소 아르바이트에 막노동까지 하며 172일을 버텼
초전박살. 주말 저녁을 틈타 기세 좋게 공장을 침탈했던 용역과 구사대 수백명은 순식간에 불어난 조합원들 기세에 눌려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공장 한 구석에 고립됐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만에 공장 밖으로 모두 쫓겨나야 했다. 지난 2006년 3월 11일 구미 한국합섬(스타케미칼의 전신)에서 벌어진 일이다.“긴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문자를 받은 후
금속노조는 현재 2백40여개에 달하는 사업장 및 지역조직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만큼의 각기 다른 경험들이 있는 셈입니다. 조직의 규모가 크건 작건, 역사가 길건 짧건 많은 곳들이 치열한 투쟁을 겪으면서 노동조합을 지키고 발전시켜왔습니다. 우리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담고 있습니다. 는 노동조합 활동과 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