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쌍용차 회생계획안이 부결되었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려면 회생담보권자들의 채권액 4분의 3이상, 회생채권자의 채권액 3분의 2이상, 주주들의 주식 총액 2분의 1이상 각각 모두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회생채권자 조는 채권액 9천1백74억원 중 3천7백82억원인 41.21%의 찬성에 그쳐 사실상 회생계획안 자체를 부결시켰다.

쌍용차는 해외CB 중 47%는 현금분할로 변제하고, 43%는 출자전환, 나머지 10%가량은 면제하겠다는 계획인데, 2억 유로정도인 해외 채권조가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11월 5일 이율을 3%에서 7%로 높이고 변제 시기도 앞당기는 등 채권단에게 유리하게 수정된 계획안이었음에도 부결된 것이다. 회사는 12월 11일 다시 관계인 집회를 가지고 회생계획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언론에 따르면 씨티은행과 바클레이스 등 해외채권자들은 파산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이며 좀 더 유리한 채권상환조건을 따내고 싶어한다고들 한다. 만약 해외채권단이 또 다시 부결시킨다면 법원이 강제적으로 회생계획안 인가결정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채권관계를 둘러싼 해외자본들과 분쟁도 예상되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해외자본에 대해 추가적인 양보조치가 예상된다.

▲ 8월6일 한상균 쌍용차지부장이 77일 동안 투쟁을 마치고 귀가하는 조합원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77일 투쟁 때 노조가 우려했던 것

최악의 경우 파산결정을 할 수 있다. 만약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비롯한 확고한 회생의지가 없고 미래가 불투명한 이유로 해외채권단이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고 있다면 사태는 복잡해 질 것이다. 만약 상하이차의 국제적 브랜드를 가로채기 위한 음모를 갖고 해외 채권단과 모종의 공조를 하고 있다면 상황은 더더욱 복잡해 질 수 있다. 아직은 우려에 불과한 시나리오이지만 77일간의 투쟁과정에서 노조가 우려했던 바들이다.

채무변제 조건을 해외 빚쟁이들의 요구에 맞춰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노동자들이 자르지 않고도 살수 있다면서 온갖 대안을 제출해도 무지막지하게 해고 했다. 지금도 이른 바 ‘산 자’들은 무지막지하게 강화된 노동강도를 버티면서 일하고 있으며 ‘잘린 자’들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돈 가진 채권단에게는 무릎을 꿇겠다는 것? 역시 자본이 주인인 세상인 ‘자본주의(資本主義)’에서 노동자는 노예의 처지에 불과함을 확인시켜 주려는 현실이다.

한때 박 모씨가 주도하는 사모펀드에 의한 인수설이 떠돌자 복잡한 소설들이 쓰여지기도 했다. GM대우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고 GM이 상하이GM을 아시아 전략기지로 삼고 있는 현실에서 쌍차와 지엠대우의 처리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쓰다만 소설에 그칠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차라리 망해버려라”?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기업처리가 아닌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에 의한 기업처리는 꿈에 불과한 것일까? 지엠이 갑자기 독일의 오펠을 매각하지 않는 대신 노동자를 자르겠다고 하니까 독일의 총리가 발칵 화를 낸 사건에서도 부러움이 생긴다. "대통령을 뽑은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주식회사 사장을 뽑았다"는 항간의 얘기를 들으면 77일간의 전투는 MB정권아래에서는 불가피한 항전이었다. 발레오공조, 캐리어, 대림자동차 등에서 자행되는 정리해고의 칼바람은 여전히 차갑다.

회생계획안 부결 결정과 동시에 현장으로 부터 전화들을 받았다. 한편에서는 “차라리 망해버려라"라는 독설도 나온다. 차갑게 버려진 노동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감정에 대하여 손가락질 할 수 없다. 명분과 절차적 논란을 안고 민주노총 탈퇴까지 하면서 탄생한 ‘그들의 독자노조’가 이 끝나지 않은 운명의 미로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2차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떠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쌍용차와 관련해 다가오는 변수들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냉정하게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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