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여러분 2020년의 새날이 밝았습니다. 21세기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 세기의 첫 20년을 마무리합니다. 11기 금속노조가 시작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각오와 결의가 가득한 시기인 만큼 덕담과 따뜻한 말로 신년인사를 채워야 하겠으나 한국 사회는 노동자에게 연말연시의 따스함조차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창원에서, 평택에서 연말연시도 없는 자본의 공세

10년 투쟁 끝에 공장으로 돌아가기로 정부와, 회사와 합의한 쌍용자동차지부 동지들의 마지막 복귀가 이해할 수도 없고, 허락할 수도 없는 이유로 가로막혔습니다. 기업노조와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한 무기한 복직중단 조치는 시민사회와 맺은 약속을 깨는 것입니다. 합의의 무거움이 어떤 것인지 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행동이며 특히 외국자본이 얼마나 우리 사회의 제도와 가치를 우습게 여기는지 잘 보여줍니다. 뒷짐 진 채 무기력한 정부의 태도 역시 문제입니다. 사회갈등의 조정자는커녕 합의이행의 능력조차 상실한 정부에게는 실망조차도 사치일 것입니다.

이 상황은 창원의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똑같이 겪고 있습니다. 막대한 지원을 받고도 약속을 어긴 채 해고를 강행하는 한국지엠에 정부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총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합니다. 전국의 조합원 동지들! 휴일을 끝내고 새해 첫출근하시는 길, 같은 시간 평택의 공장 정문에서 출근투쟁을 벌일 쌍용자동차지부 동지들을 떠올려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구조조정 저지하기 위한 대정부 투쟁

금속노조의 2020년은 쌍용자동차지부의 투쟁으로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미 투쟁의 깃발을 들고 새해로 건너온 동지들도 계십니다. 장기파업 사업장과 장기투쟁 사업장의 동지들, 자본의 농락으로 임단협을 마치지 못한 단위와 복수노조 사업장의 동지들까지. 금속노조는 언제나 투쟁하는 노동자가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올 한해도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라는 정신으로 우리 앞에 놓인 투쟁의 다리를 건너야 하겠습니다.

위원장으로서 그 많은 다리 중 구조조정의 다리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조조정의 본질은 경영의 실패를 노동자에게 떠넘기거나 노동조합을 파괴할 목적으로 자본이 자행하는 자작극입니다. 그러나 최근 산업과 시장의 변동이라는 조건이 구조조정의 다른 원인으로 떠오르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대응은 한계가 명백합니다. 문제는 이것을 기업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 경제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정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부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닐 것인지 아래로부터의 토론을 바탕으로 명확한 입장과 노선을 세우겠습니다. ‘노동지향 산업정책’의 밑그림이라도 그릴 수 있도록 대정부 투쟁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하겠습니다. 속도를 높일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후퇴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지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4월 총선도 결국 이 투쟁의 연장선에서 돌파해야 합니다. 조합원 동지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합니다.

더 큰 연대로 더 강한 노동조합을!

올해로 금속노조는 20년차 입니다. 내년은 조합 창립 20주년이 됩니다. 노동조합으로서 당연히 더 많은 조합원을 모으는 조직화에 앞으로도 힘써야 하지만, 스무살 금속노조는 이제 성장에서 성숙으로 넘어가는 단계를 고민해야 합니다. 업종을 불문하고 비정규직의 고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노동조합은커녕 여전히 노동법의 사각지대인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에게 금속노조가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사회양극화와 빈곤문제, 위험의 외주화는 노동조합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런 문제에 금속노조가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더 따듯한 세상을 만드는 노동조합의 길을 찾는데 게으르지 않겠습니다.

지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11기를 1기처럼” 이끌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말은 금속노조를 원점으로 돌린다는 뜻이 아니라 산별노조를 세우던 그때의 벅찬 감동으로 돌아가 정말 새롭고 자신만만한 금속노조를 만들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자본과 권력에 단호하고 동지에게는 한없이 여린 금속노동자의 정신으로 18만 조합원이 함께 걷는 혁신의 길을 가겠습니다.

현장과 함께 혁신의 길로

얼마 안 있어 설 명절이 다가옵니다. 그 시간까지 세상은 겨울이라 춥더라도 우리 조합원 동지들과 가족들 가슴 속에는 따스한 연대와 사랑의 온기가 피어오르기를 기원합니다. 투쟁의 현장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2020년 새해를 맞아 금속노조 11기 위원장 김호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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