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면 우리는 아이들의 행동을 향상시키기 위해 하루 24시간 동안 계속해서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부모들이 아이들보다는 더 많이 지혜로우며, 아이들은 규정되고 제한받지 않으면 불안정하고 제멋대로일 것이기에, 부모는 아이들에게 사회 규범과 가치관을 전수할 도덕적 책무가 있다는 일반적인 관념 때문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바람직한 행동을 가르치고 제한을 가할 때 대부분 부모들은 설교에 의존합니다. 이는 현재의 부모들이 어릴 때부터 배워온 방법이기 때문에, 자기가 하는 말의 영향력을 의식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반복하게 됩니다. 설교는 부모와 아이의 쌍방 대화이기보다는 일방적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부모에게 대들거나 무시하는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엄마가 한창 저녁 준비로 바쁜 때 철수와 민수가 새로 산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엄마 : 형이 동생에게 양보해야지.
민수(형) : 나도 갖고 놀고 싶단 말이에요.
엄마 : 다른 것도 있잖아. 왜 고집 부리니?
민수 : 내가 놀고 있는 걸 철수가 빼앗았어요. 엄마는 알지도 못 하고.
엄마 : 서로 사이좋게 나눠 가지고 놀아야지. 넌 여태까지 갖고 놀았으니 동생에게 주렴. 착하지.
민수 : 엄만 만날 동생 편이야. 엄마 미워! 엄마 싫어!
엄마 : 뭐라구! 너 자꾸 그렇게 떼쓰면 새로 산 자동차 갖고 놀지 못하게 한다.
민수 : 알았어요. 이젠 엄마가 바쁠 때 철수랑 절대 안 놀아 줄 거예요. 엄만 만날 엄마 맘대로야.
엄마 : 철수야, 형 떼쟁이지. 너는 그러면 안 돼. 그럼 나쁜 사람이야.

엄마는 새로 산 자동차를 갖고 놀고 싶다는 민수의 감정을 부정하고, 왜 그러는지 이유도 알아보지 않고 서로 사이좋게 놀라고 설교만 합니다. 설교를 할 때 철수는 동생 편만 든다고 엄마를 원망합니다. 그러자 엄마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민수에게 다시는 새로 산 자동차 장난감을 갖고 놀지 못하게 한다고 협박(?)합니다. 그러자 민수는 엄마가 속으로 바라고 있을 ‘잘못했어요’라는 말 대신에 굽히지 않고 엄마가 바쁠 때 동생과 안 놀겠다고 부모의 말을 무시합니다.

엄마가 자기가 협박(?)한 대로 장난감을 갖고 놀지 못하게 하거나, 말을 취소하고 항복(?)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말을 다시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될 것이기에 그 어떤 선택도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더구나 엄마는 동생에게 형의 험담까지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부모와 아이만이 아니라 형제끼리도 욕구가 자주 상반되기 때문에 갈등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때 일방적으로 누군가에게 양보하라고 설교하거나 명령한다면 갈등을 빨리 덮을 수는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생길 것입니다.

이때 엄마가 민수의 감정에 주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하지만 감정에 대해서는 수용적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아이를 제멋대로 내버려두라는 것이 아닙니다. 감정의 수용으로 부모와 아이가 사소한 싸움때문에 감정적으로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친밀감을 증진시키고 아이의 협력을 이끌어 내어 문제 해결을 함께 함으로써 아이의 자아존중감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엄마 : 엄마가 안 보는 사이에 서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구나.
민수(형) : 새로 산 자동차를 나도 갖고 놀고 싶단 말이에요.
엄마 : 그래 그 자동차가 마음에 드는구나.
민수 : 네. 근데 내가 놀고 있는 걸 철수가 빼앗으려고 했어요.
엄마 : 그래서 속상했구나.
민수 : 네. 내가 놀 때마다 철수가 방해하는 것이 정말 싫어요.
엄마 : 음 그렇구나. 동생이 방해하지 않길 바라는데, 철수도 갖고 놀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엄마는 너희가 즐겁게 노는 걸 보면 마음 놓고 저녁준비를 할 수 있을 텐데. 엄마, 철수, 민수 다함께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자꾸나.
철수, 민수 : 네, 알았어요.

이때 엄마가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1분이든 3분이든 시간을 정해놓고 아이가 직접 생각하게 해주면 좋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각자 떠오른 방법을 이야기하기로 합니다. 단 누구의 해결책이든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은 다 들어주어야 합니다. 해결책을 내놓을 때마다 각자의 평가를 내놓으면 아이들은 감정이 상하고 평가가 두려워 더 이상 자기 의견을 제대로 내 놓지 않게 됩니다. 다 듣고 나서 왜 그런 방법을 생각했는지 한 가지씩 들어보면서 각자 동의하는지 안 하는지 의견을 이야기 합니다. 그 중에 모두 동의하는 방법이 나오면 그것으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만약 아이들이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 엄마가 제시한 해결책대로 하기로 하는 것 보다는 ‘이런 방법은 어떨까’하며 아이에게 선택할 여지를 줍니다. 그래야 아이가 자기 선택으로 느껴져 더 잘 지키고 만족해 할 수 있습니다.

해결책 : 가지고 노는 시간을 정해둔다.(엄마, 철수, 민수 모두 동의) 같은 장난감을 하나 더 산다.(엄마 반대) 둘 다 다른 것으로 논다.(철수와 민수 반대) 형이 유치원에 갈 때는 철수가 가지고 논다.(엄마와 철수 동의, 민수 그러면 자기가 가지고 노는 시간이 적다고 반대) 가위바위보로 정한다.(엄마, 철수 동의 민수는 가위바위보에 자신이 없다.)

이 해결책이 언제나 평화를 주지는 못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엄마는 동생에게 형을 험담하는 극단적인 방법이나 일방적 설교로 일을 해결하지 않고,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해결책을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감정을 수용해주었기에 불필요한 반감을 줄이고 아이들이 힘이 아닌 방법으로 서로 욕구를 충족하는 문제해결법을 조금이나마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선택하게 한다는 것에 대해 더 이해를 돕는다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선택하게 할 때는 강자에 의해 지배당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교실에서 공을 갖고 노는 아이에게 공을 사물함에 넣으라 하면 가끔 아이들은 한 번 더 공을 튀겨보거나 잠시 틈을 둡니다. 그건 아이들이 자율성이 훼손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읽혀집니다. 그래서 자율적으로 선택한다는 느낌을 주도록 “영수야, 공은 사물함에 넣어”가 아니라 “수업이 시작되니 공을 사물함에 넣어주지 않을래”라고 합니다. 공을 사물함에 넣기 바라는 같은 말이지만 아이가 교사나 부모가 자신의 판단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게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할 때 비록 자기 욕구가 실현되지 않더라도 기꺼운 마음으로 자기 마음을 포기하고 부모 말을 따르게 됩니다. 놀고 있는 아이에게 “엄마를 도와주었으면 좋겠구나. 저녁 시간인데 수저를 놓을래? 반찬을 갖다 놓을래?”가 좋을지 “엄마 바쁜데 엄마 좀 도와라. 놀기만 하지 말고. 수저 좀 갖다 놔”가 좋을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무엇이 마음을 움직이나요?

아이들은 엄마가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있을 때 더 잘 좋은 해결책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러니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줘도 됩니다. 저도 우리집 아이들에게 배운 적이 많습니다.

작은 아이는 무서움이 많아서 나이가 들어도 형하고 함께 자도록 떼어놓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설득해도 아이는 여전히 무섭다고 할 뿐이어서 잠잘 시간마다 곤란했는데, 큰 아이가 손전등 갖다 놓자고 하자 동생이 눈을 꿈벅이며 얼굴이 환해집니다. 그리곤 작은 아이가 막대 하나 옆에 두어도 되냐고 물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예전에 산에 놀러갔을 때 나무 막대기 하나 들고 온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유를 물었을 때는 아무말도 없더니 아마 나무 막대기가 자기를 지켜준다는 기대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후 손전등은 필요 없었으나 한참동안 나무 막대기는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이 이야기가 우리집 소중한 추억이지만 그 당시 무조건 안 된다거나 남자가 그게 뭘 무섭냐며 비합리적(남자도 무서울 수 있다)으로 다그치기만 했다면 어땠을지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부모는 아이들이 열등감을 느끼지 않게 하면서 중요한 것을 배우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문제가 하나 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풀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자.』
『지혜를 모아 이 문제를 한번 풀어보자. 이 문제를 해결할 길을 찾으면 너희뿐만 아니라 나도 기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규칙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자. 그래서 우리가 모두가 많이 배우고 함께 잘해 나갈 수 있도록 말이야 규칙을 정할 때 너희들이 거들어주었으면 좋겠구나.』

A(sk) : 무엇이 문제지? 서로 원하는 건 뭐지?
B(rainstorming) : 해결책을 생각해보자
C(hoose) : 각자 해결책에 대한 의견을 말하며 모두가 동의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실행 방법을 생각한다.
D(o it) ; 실행해보고 시행착오가 생기면 일정 시간 뒤에 다시 의논한다.

또, 이것은 자신의 문제 해결을 위해 순서대로 해보면 바람직한 해결책을 발견하게 도와줄 수 있으니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의 문제 해결을 통해 자아존중감을 얻기 바랍니다. 약속이 겹치거나, 일정한 돈에서 지출해야 할 곳이 여러 군데이거나, 아이의 공부에 관한 것 등등 어른들도 고민해야할 문제가 있을 때 ABCD를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명남 / 서울영림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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