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노조파괴 전문가’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를 고소한 지 2년 8개월 만에 검찰이 기소했다. 서울남부지검은 6월5일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방조한 혐의로 심종두 전 대표, 김주목 전무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6월25일 밝혔다.

검찰은 심종두 전 대표가 직접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부정했다. 보쉬전장과 상신브레이크 건은 부당노동행위 방조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 노조가 5월27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노조파괴를 기획한 창조컨설팅 심종두 대표와 김주목 전무에 대한 신속한 기소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김형석

검찰은 심 씨가 2010~2011년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아래 발레오전장)와 유성기업이 기업노조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기업노조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검토하고 관련 절차를 알려준 행위가 부당노동행위 방조에 해당한다고 기소했다.

검찰은 심 씨가 유성기업과 공모해 사무관리직 직원들을 기업노조에 가입시키고, 발레오전장과 공모해 발레오만도지회 탈퇴에 미온적인 조합원에게 성과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주는 등 노조 운영에 지배·개입한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유성기업 직장폐쇄를 부당하게 개시·유지한 혐의에 대해 “직장폐쇄와 관련된 일반절차, 법률사항을 자문해 주었을 뿐 직장폐쇄 개시 및 유지에 관한 세부사항은 사측이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이란 심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혐의 처분했다.

▲ 5월27일 남문우 노조 수석부위원장과 발레오만도, 유성기업, 상신브레이크 등 노조파괴 사업장 대표자들이 서울 남부지검에 수사촉구 서한 전달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김형석

검찰은 심 씨가 보쉬전장과 공모해 보쉬전장지회를 비방하는 내용의 경영소식지를 발행하고, 상신브레이크와 공모해 지회 사무실 출입을 통제하는 등 보쉬전장과 상신브레이크에서 노조 운영에 지배·개입한 혐의도 무혐의 처분했다.

홍종인 충남지부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창조컨설팅은 직장폐쇄 시행 이전부터 직장폐쇄 시기, 방법 등을 논의했고, 회사가 그대로 실행했다. 증거 불충분은 말이 안 된다”며 “검찰은 이번 기소로 창조컨설팅에 면죄부를 주었다. 앞으로 창조컨설팅 같은 집단이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비판하고 우려했다.

정연재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 비대위원은 “대구고등법원과 서울행정법원은 심종두가 발레오전장과 대책회의를 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게 어떻게 단순한 자문이냐. 어이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4월14일 노조파괴자 엄벌촉구 대검찰청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홍종인 유성기업아산지회장, 이정훈 유성기업영동지회장, 정연재 발레오만도 비대위원이 결의발언에 나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형석

김태욱 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노조파괴 사업장 사용자가 기소 자체가 적고, 검찰이 이중 일부만 창조컨설팅 혐의로 인정했다. 그마저도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 혐의만 인정했다”며 “이번 기소는 실제 범죄 행위보다 혐의를 굉장히 축소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태욱 변호사는 “창조컨설팅이 계획한 대로 실행한 행위가 상당히 많다”며 “검찰 주장처럼 단순한 조언에 그친게 아니다. 창조컨설팅은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검찰이 무혐의 판단을 한 부분에 대해 재수사를 요구하는 항고를 검토 중이다.

창조컨설팅은 발레오만도, 유성기업, 보쉬전장, 상신브레이크, 콘티넨탈 등 노조 소속 사업장에서 회사와 공모해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기업노조를 설립하는 등 노조 파괴에 앞장섰다. 2012년 국정감사와 청문회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고용노동부는 2012년 10월16일 심종두 전 대표, 김주목 전무의 공인노무사 자격을 취소했다. 노조는 2012년 10월23일 심 씨와 김 씨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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