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보진영 인사들에게 노동자계급을 두 개로 구분해 보라고 하면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로 구분한다. 아무래도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첨예한 이슈이다 보니 당연한 구분이다.

그런데 보수진영 쪽 사람들은 노동자 계급을 블루 칼라와 화이트 칼라로 구분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솔직히 생산직 노동자와 사무직 노동자라는 개념이 요즘에도 쓰이는지 의문이었는데 지인들을 통해 들어보니 정보기관들은 여전히 이 구분을 사용한다고 한다. 정보기관들은 세월호 집회나 민주노총 총파업이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는지, 시민들이 얼마나 참여하고 호응하는지 ‘화이트 칼라의 참여도’를 본다고 한다.

머리띠를 동여매고 투쟁조끼를 입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투쟁에 일반 시민들이 얼마나 동조하고 참여 하는지를 보기 위해 집회와 시위에 넥타이를 맨 정장 혹은 세미 정장을 입은 ‘투쟁의 현장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옷차림’을 주목한다는 것이다.

▲ 보수권력은 ‘유동층’ 화이트 칼라 계급의 움직임에 따라 자신들의 질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난 1987년 6월 항쟁에서 활약했던 넥타이 부대 함성과 2008년 MB정권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던 광우병 집회를 통해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붉은 머리띠에 투쟁 조끼를 입은 조합원 보다 말쑥하게 차려 입은 화이트 셔츠의 집회 참석자나 아이들을 무등 태워 나온 젊은 엄마, 아빠들에게 더 큰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2008년 6월10일 광화문네거리에서 열린 백만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 자료사진=신동준

특히 세월호 집회의 경우 유모차를 끌고 오는 젊은 엄마들이나 퇴근하고 들른 월급쟁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모든 집회와 시위에 정장을 하고 참여해야 하나. 정보기관을 헷갈리게 하기 위해서라도.

보수 권력의 입장에서 보면 블루 칼라 조합원들은 투쟁을 위해 조직한 사람들이고 아무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모조리 힘을 합친다 해도 경찰 등의 공권력과 보수 언론 등 자신들의 보수권력 네트워크를 통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역시 ‘유동층’ 화이트 칼라 계급의 움직임에 따라 자신들의 질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난 1987년 6월 항쟁에서 활약했던 넥타이 부대 함성과 2008년 MB정권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던 광우병 집회를 통해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보수권력은 붉은 머리띠에 투쟁 조끼를 입은 조합원 보다 말쑥하게 차려 입은 화이트 셔츠의 집회 참석자나 아이들을 무등 태워 나온 젊은 엄마, 아빠들에게 더 큰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최근 30, 40대 직장들에게 모바일 게임이 한창 열풍이다. 직장 스트레스를 가볍게 풀 수 있고 모바일이라서 직장상사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출퇴근 시간이나 화장실 등에서 쉽게 할 수 있어서 인기다. 최근 방송에 나오는 한 게임의 광고는 ‘붉은 색 반격하라’는 선명한 깃발로 광고가 시작된다. 말쑥하게 넥타이를 차려 입은 화이트 칼라가 계속되는 직장상사의 지시에 불연 듯 일어서고 투쟁의 길에 나선다. 엘리베이터에서 동지들을 만나 의기투합하고 붉은 깃발을 세워 혁명의 길에 나선다.

“너는 듣고 있는가?

일어선 우리의 노래.

더 이상 피하고 구르며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혁명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정장을 입은 화이트 칼라 계급 주위로 하이힐을 신은 멋쟁이 오피스 레이디와 수술복을 입은 의사, 스튜어디스 복장을 한 여성까지 모여들며 ‘반격하라’는 깃발 아래에서 혁명의 노래를 부른다. 비록 게임 광고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잠깐 동안 화이트 칼라의 혁명을 꿈꾸기에 충분했다.

정말 화이트 칼라의 혁명, 넥타이 부대의 반격은 불가능한 것일까?

김범우 / 광고회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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