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7개 수술에 대해 올해 7월부터 ‘포괄수가제’를 전면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제도의 변화에 대해 국민은 시행을 눈앞에 두고서야 관심을 기울이는 정도다. 정보의 양이 제한돼 있기 때문. 포괄수가제 이건 뭔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돼 온 진료비 보상제도는 이렇다. 환자가 진찰받으면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 각각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요양급여기준’에 따라 책정된 가격에 횟수 등을 곱해 최종 병원비가 산정된다. 이는 의사가 진료 행위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의사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로 과잉진료의 문제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많은 나라는 치료과정이 비슷한 입원환자들을 분류해 치료행위를 모두 묶어서 하나의 가격을 매기는 의료비 지불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것이 포괄수가제다. 이번에 우리나라도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자궁수술, 제왕절개분만에 대해 입원기간 동안 제공된 검사, 수술, 투약 등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물론 같은 질병이라도 환자에 따라 일부 차등을 두고 있다.

▲ 이제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야하지 않을까? 의료의 문제는 삶의 문제이다. 이러한 정책결정과정에 국민은 얼마나 접근해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제도의 변화에 다양한 갈등이 따르기 마련이다. 중요한 정책일수록 공론의 장에 미리 나와야 한다. <자료사진>
물론 정부가 밝히고 있는 포괄수가제 시행의 가장 큰 이유는 과잉진료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지출 부분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의사협회는 개별 환자의 특수성을 무시한 포괄수가의 책정은 환자 선택권을 빼앗아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의 주장, 사실 일리가 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의료기관이 90%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의료공급자들은 지불제도 변경 때문에 잠정적으로 감소할 수 있는 이윤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의협이 의료의 질과 국민 건강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이것이 핵심이다.

“하루를 입원하거나 한 달을 입원하거나 치료비가 똑같기 때문에 돈을 버는 목적이 아닌 공공병원에 적용한다면 문제없지만 돈을 벌어야 하는 민간병원에 적용한다면 병원 운영자들이 환자를 일찍 퇴원시키려 할 것이다”. 의협회장이 공공연히 하는 말이다.

“의료기관에서 과소진료를 하게 될 경우 다음 해에 수가를 조정 당하게 되므로 쉽게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줄이지 못한다. 오히려 병원 감염이나 합병증이 발생하면 의료 질 경쟁에서 뒤쳐지고, 병원이 지출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게 돼 병원은 손해를 본다. 따라서 사전에 합병증을 줄이려는 병원의 노력은 는다.” 의협 주장에 대한 정부 측 대답이다. 의사협회나 정부나 시장 논리 안에서만 부딪히고 있는 꼴이다.

의료는 이윤 이전에 삶의 문제이다. 그런데 그 정책결정과정에 국민은 얼마나 접근해 있을까? 삶의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정책일수록 공론의 장이 미리 마련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은 포괄수가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을 때, 의료의 질 저하 때문인지 낮은 수가가 문제인지 솔직한 입장을 드러내야 했다. 거기에 정부도 답하고 시민사회도 토론에 응하면서 질문과 의견이 오가야 했다.

문제가 공론화 될수록 본질에 접근하게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지불방식 문제, 수가문제, 과잉진료 문제, 과소진료 문제, 의료전달체계 문제 등이 모두 드러나고 논의돼야 한다. 논의의 시작은 물론 의료 공공성이다.

류현철 / <터의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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