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노동 교향곡그곳엔 각자의 자리가 자기만의 무대다. 주홍의 귀마개는 나만의 음악을 전해준다. 초록빛 망은 나만의 관객이다. 악기가 멈춰도 나의 노래는 흐른다. 푸른빛의 장갑은 모든 악기의 숨을 멎게 한다. 거대한 로봇이 생산을 멈출 때까지 각자의 교향곡은 흐른다. 조용하게 나만의 귀에 그리고 나만의 노래가 흐른다.공장을 들어서자 쉬지 않고 소리가 들려온다. 천천히 귀 기울이자 최종 포장 작업을 하는 팔이 여럿 달린 로봇의 소리가 가장 둔탁하게 그리고 무겁게 들려온다. 그리곤 어느새 나의 심장 박동이 그 소리에 맞추어 들려오기
노동자의 발걸음거대한 공장은 미로로 연결되어있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일 층에서 이 층으로 그리고 다시 아래층으로. 미로 속 각각의 공간은 서로 다른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로 뭉쳐져 그곳을 빠져나온다. 벨트의 속도에 맞추어 걸어야 하는 노동자의 발걸음은 조금 늦은 그 속도를 쫓느라 몸을 더욱 무겁게 한다. 빈 수레는 채워야 할 무게가 입력된 듯하다. 공기는 무겁게 흐른다. 그리곤 기다렸다는 듯 다른 모양새를 한 완성품은 그곳을 빛의 속도로 빠져 나간다.금속노조 인천지부 KM&I지회. 자동차 시트를 만드는 사업장이다. 전노
멈추지 않는 용광로차가운 은빛이 24시간 타오르는 델타캐스트 현장. 800도 이상 고온에서 녹아든 알루미늄은 노동의 손과 발걸음을 재촉한다. 고로의 열기에 문을 활짝 열고 있어도 실내온도는 50도를 넘나든다. 차가운 불덩어리 덕분일까 눈으로만 공기를 들이킨다. 잠시도 떠날 수 없는 이 곳. 24시간 쉼 없이 노동이 계속된다.금속노조 대구지부 델타캐스트지회(지회장 노창열). 대구 달성공단에 모여 있는 금속노조 사업장 가운데 비교적 늦은 2011년에 설립한 조합원 30여명의 작은 지회다. 용광로를 끼고 12시간 맞교대로 작업하면서도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