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말입니다. “가장 널리 퍼진 미신 가운데 하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특별하고 명백한 특징들을 갖고 있다는 말인데, 그런 미신에 따르면 사람은 친절하거나 거칠거나 현명하거나 아둔하거나 원기 왕성하거나 감정이 없거나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강물과 같다. 모든 강물이 여기서는 폭이 좁아지고 저기서는 흐름이 더 빨라지며 여기서는 흐름이 느려지고 저기서는 폭이 더 넓어지며 때로는 맑고 때로는 차가우며 때로는 흐릿하고 때로는 따뜻하다. 사람도 이와 같다. 모든 사람이 자기 안에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특징의 싹들을 지니고 다닌다. 어느 때는 이런 특징이 드러나고 어느 때는 다른 특징이 밖으로 표현된다. 사람은 늘 같은 사람이면서도 때로는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아이에게 끝없이 사랑받고 싶은 부모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를 나누면서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뭘 좋아하며 뭘 싫어하는지를 말과 행동으로 부모에게 표현합니다. 그런데 그 표현이 아이에게 끝없는 사랑을 받고 싶은 부모를 혼란스럽게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얼마 전 작은 아이가 전화를 걸어 휴가 나갈 때 친구들과 약속이 많아서 그러니 용돈을 20만원만 달라고 합니다. “뭐? 10만원도 아니고 20만원을... 군인인 네가 뭘 그리 내야하니?” 목까지 올라오던 말을 멈추고 “그래, 친구들하고 계획이 많은 가보구나. ‘기대’되겠다. 오랜만에 좋은 시간이 되겠다. 근데 전화로 갑자기 20만원을 이야기하니 엄마가 뭐라고 말하기 어렵구나. 휴가 나오면 이야기하면 어떨까” 일단 생각하고 결정할 시간을 벌고 휴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휴가 나오면 이야기 하자라는 말에 아이가 실망하는 게 전화기 너머로 느껴졌습니다.

‘휴가’란 말에 마음이 약해지지만 ‘전화’로 갑자기 그런 큰돈을 이야기 하니 덥석 알았다고 하기엔 너무 난감하고 그렇다고 휴가를 나와 친구들하고 즐겁게 놀 기대에 부푼 아이에게 논리적으로 따져가며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실망한 마음에 괜히 미안하고 휴가 나오기 전까지 내내 초조하던 내 고민은 정말 별거 아니게 해결되었습니다. 아이는 큰돈이 필요하다던 들뜬 마음은 이미 없었고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얼마씩 달라더니 원래 필요하다던 돈에 훨씬 못 미치는 돈으로 즐겁게 휴가를 끝내고 돌아갔습니다.

아이들의 욕구가 좌절되지 않고 언제나 행복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항상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늘 행복하게 해주고 아이들이 항상 부모를 사랑해야 좋은 부모이고 성공한 부모라는 생각에, 아이의 사랑을 바라는 부모의 욕구가 강하면 강할수록 아이에게 “그것은 안 돼”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욕구 제한,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아요

부모가 자기의 욕구를 제한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슬그머니 잠자리에 들려 할 때 이를 닦으라고 하면 아이들은 “고마워요”라는 말 대신에 말대꾸하거나 화를 내거나 부모의 말을 무시하며 반항할 것입니다. 그 순간에 아이들은 욕구 좌절로 행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되면 아이들은 부모가 정한 규칙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싫어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와 부모가 시키는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도록 단호하게 말하거나 아이들의 요구를 거절하면 아이들은 “엄마 미워. 엄마 싫어”라는 말로 좌절의 분노를 표현합니다. “엄마 미워”는 아마 “저 오늘은 귀찮아서 그냥 안 닦고 자면 안 될까요? 그냥 자고 싶어요. 한번 안 닦고 잔다고 이가 망가지지는 않을 거에요”라는 뜻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때 부모는 표면의 말 “미워”에 집중해 아이들에게 언제나 사랑받는 부모가 되고 싶어 고민에 빠질 것입니다.

▲ 아이에게 어떤 중요한 가치를 가르쳐야 할 때는 아이의 사랑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을 무릅쓰고 단호하게 제한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욕구를 제한할 때 아이들은 대체로 행복하지 않으며 그 순간 부모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 그 말을 대수롭잖게 여기고 단지 아이가 화났다는 표현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제한을 하는 순간 아이들은 부모를 싫어하지만 아이들의 화는 일시적인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아이의 욕구를 단호하게 제한해야 합니다.

영희 : 엄마 아이스크림 사 줘!
엄마 : 감기 들어서 곤란한데.
영희 : 엄마 미워!
엄마 : 영희가 몹시 화가 났구나!
영희 : 응! 엄마 정말 싫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엄마 : 엄마가 밉다고 할 정도로 화가 났지만 엄만 영희 화가 풀릴 때까지 기다릴게.
영희 ; (한참 후에) 엄마 그럼 나 감기 나으면 사줄 거지.
엄마 : 그래, 우리 영희가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도 잘 참아 감기가 빨리 나을 거니까, 그럴 게.
영희 ; 그럼, 엄마 나 사탕 먹으면 안 될까.
엄마 : (기쁜 목소리로) 그래, 사탕을 먹을 수도 있구나. 영희가 달콤한 게 먹고 싶었나 보구나.

대부분의 부모는 “엄마 미워”라는 말에 상처를 입습니다. 부모의 제한이 싫어서 아이들이 “엄마 미워,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아. 엄마는 불공평해”라고 말대꾸할 때 부모들은 때로 ‘혹시 내가 너무 가혹하게 한 건 아닐까? 만일 내가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아이가 그렇게 말대꾸하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아이를 불행하게 했다는 죄책감과 실패한 기분에 압도됩니다. 아이가 행복해 하면 좋은 부모라는 생각이 들고 아이가 불행해 하면 나쁜 부모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희 엄마는 이것이 아이들의 일시적인 감정임을 알고 있었기에 영희의 말에 방어적이 되거나 나쁜 엄마가 된 것처럼 느끼지 않고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제한시키는데 성공했고 영희의 감정도 인정해주어 영희가 감정을 푸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영희가 다른 대안(사탕)이 있음을 발견해 스스로 좌절을 극복한 것을 기뻐해주었습니다. 영희가 “엄마 미워”라고 하는 것은 단지 그 순간에 아이가 노여움의 감정을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지를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좌절은 반드시 부정적인 경험만은 아니어서 다른 대안을 찾을 수도 있고, 언제나 내가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되어 다른 좌절의 순간에도 급격한 분노로 자신이나 상대를 공격하는 일은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주저하지 말고 단호하게

그런데 만약에 부모가 “안 돼”라고 말할 때 혹시나 아이들이 화를 내고 불행하게 느끼면 어떻게 하나 걱정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차린다면 아이들은 조르기 시작하거나 “안 돼” 라는 말에 흥분하고 논쟁을 벌이려 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안 돼”라고 할 때는 단호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안 돼”라고 하기 전에 아이들과 타협할 수 없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하고 한번 결정한 것은 철저하게 지켜야 합니다.

영희 : 엄마 아스크림 사 줘!
엄마 : 감기 들어서 곤란한데.
영희 : 엄마 미워! 어제보단 열이 많이 내렸잖아.
엄마 : 하지만 의사선생님이 먹지 말랬잖아. 아직 기침도 하고.
영희 : 지난번에도 아이스크림 먹었는데 괜찮았잖아!
엄마 : 글쎄. 알았어. 아이스크림은 기침에 좋지 않은데...그럼 조금만 먹기다.

부모는 아이가 “엄마 미워”라고 말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 이유는 부모가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신이 없거나, 아이가 불행해지는 것이 싫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희가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할 때 “그건 좋지 않은데”라고 주저하며 한발 물러섬으로써 영희가 한 번 더 조르게 된 것입니다. 즉 엄마가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아이스크림을 사주어야 할지 말지에 대해 확고한 견해를 갖고 있지 못 했을 뿐더러 영희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엄격하게 “안 돼”라고 하지 못하고 조금만 먹자며 오히려 애원하듯 대답했던 것입니다.

엄마가 “네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지금은 안 돼. 감기가 다 나으면 먹자꾸나”라고 했다면 훨씬 더 명확하게 제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만 엄마는 영희의 사랑을 잃고 싶지 않았고 영희가 불행해질까 걱정되어 단호하게 말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영희가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면 엄마는 영희의 요구를 거절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모가 아이들에게 “안 돼”라고 말할 때는 단호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아이의 요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에는 “잠깐 생각해 보자”라고 하거나, 대답하기 전에 마음속으로 열까지 센다면 해결할 방법을 찾거나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게 되어 아이와의 말다툼을 피하고 제한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자기 의사를 관철시키고자 때때로 “엄마 나빠 미워 싫어 형편없어”라는 말로 부모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그럴 때 부모는 아이들의 자극적인 말에 상처입고 방어적이 되지 말고, 그 순간 그 상황을 벗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더욱이 아이에게 어떤 중요한 가치, 즉 정직이나 비폭력, 배려 등을 가르쳐야 할 때는 아이의 불쾌감이나 아이의 사랑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을 무릅쓰고 단호하게 제한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 필요합니다.

아이가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막무가내로 요구하며 떼를 쓸 때는 난감합니다.

철수 : (소시지를 들고)엄마, 나 이 소시지 사주세요.
엄마 : 안 돼.
철수 : 먹고 싶단 말이에요. 사 주세요.
엄마 : 엄마는 소시지가 몸에 안 좋다고 생각해. 그래서 사 줄 수 없어.
철수 : (엄마를 때리며) 안 사 주면 엄마 미워할 거야.엄마 : (단호하게) 엄마를 때리는 건 안 돼. 자, 제 자리에 올려 놔. 엄마 간다.
철수 : (소시지를 들고 따라 온다.) 엄마, 사 줘. 먹고 싶단 말이야. 지난번에 영호네 아줌마 가 줄 때는 먹어도 뭐라 안 하고서.
엄마 : 그건 아줌마가 주니까 어쩔 수 없어서 그랬지. 엄마는 절대 소시지 안 사줄 거야. 네 몸에 안 좋으니까. 자 갖다 두고 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게.
철수 : (볼멘 얼굴로 갖다 두고 온다.) 엄마는 항상 엄마 맘대로야.
엄마 : 엄마의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아 고마워.
철수 : 하지만 제 기분은 안 좋아요. 먹고 싶어요.
엄마 : 네가 그렇게 먹고 싶어 하는 것을 참는 것은 힘든 일이야.

“원하는 것을 항상 가질 수는 없어”

만약 부모가 사랑하는 아이로부터 언제나 사랑을 받고자 하는 마음을 단념할 수만 있다면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면서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엄마 고마워요”라고 말하며 아이들이 행복해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철수가 여전히 욕구 좌절로 불행한 것처럼. 철수는 엄마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것은 아이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가르치려고 할 때 아이의 감정을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원하는 것을 항상 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철수 엄마는 이야기 도중 주제에 벗어나 아이와 논쟁을 벌일 뻔 했습니다. ‘영호 아줌마가 줄 때는 되고 지금은 왜 안 되는지’ 철수가 물어볼 때 엄마는 ‘아줌마가 주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지만 철수는 엄마의 설명을 단지 사 주기 싫어서 하는 변명으로 느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설명은 화가 난 사람에겐 변명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왜 이처럼 엄마의 설명(변명)은 영향력이 없는 것일까요? 그것은 부모가 아이들의 마음을 바꿔 부모의 뜻에 따르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너무 자주 설명(변명)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설명(변명)을 듣고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화내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철수와 달리 다른 아이들은 여전히 마음을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도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면서 원하는 것을 항상 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도록, 주제에서 벗어나 아줌마가 줄 때는 왜 그랬는지 더 부연 설명하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철수가 영호 아줌마 이야기를 한 것은 자기 욕구를 관철시키고자 부모를 혼란스럽게 하는 말이므로 아이의 자극적인 말에 당황해 방어적이 되어 그 순간 그 상황에서 해결해야 할 주제에서 벗어나지 말고 소시지를 두고 오도록 하는 것에서 벗어나면 안 됩니다. 즉 영호 아줌마 이야기는 논쟁에서 벗어난 말이므로 안 들은 것처럼 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요컨대 아이들은 부모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자기 의사를 관철시키려고 “엄마 나빠 미워 싫어 형편없어”라는 말로 부모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사랑을 잃을까 걱정하거나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흔들리지 말고 단호한 말로 감정을 인정하면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둔다면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도 원하는 것 중에서 안 되는 것이 있음을 가르치는데 어려움이 적을 것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욕구가 좌절되거나 실패할 때 몹시 감정이 흔들려서 분노로 자신이나 상대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감정을 인정하면서 아이에게 좌절과 실패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시간이 지나면 극복할 수 있거나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것임을 알게 해 주는 것이 아이들의 더 큰 좌절이나 그로 인한 분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이명남 / 서울 영림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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