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과 폭력이 자행되는 노틸러스 효성과 효원 정보통신에서 금속노조 지회가 결성되자 회사는 묻지마 노조탄압에 돌입했다.

800여명의 노동자 중에서 600여명이 비정규직인 것을 감안해 두 지회는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없이 지회를 결성했다. 결성 10여일 만에 300여명이 가입했을 정도로 민주노조에 대한 열망은 높다.

▲ 5시 30분 퇴근시간에 노동자들이 속속 정문 앞 선전전에 결합하고 있다. 강선화.

그러나 그 희망을 꺾기 위한 회사의 탄압은 악랄하다. 대표적인 탄압수단은 해고다. 노조 결성 며칠 만에 20여명의 비정규직 조합원을 계약해지 시켰고, 작은 시비에도 해고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묻지마 해고

네 명의 조합원과 인터뷰 하는 도중 구창욱(효원 비정규직)조합원에게 급한 연락이 왔다. 주차 문제로 비정규 조합원이 경비원과 다툼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해고됐다는 것.
구조합원은 회사의 요구대로 노조 탈퇴서를 쓰고도 해고된 또 다른 조합원들의 기막힌 사연도 전한다. “두 비정규 조합원이 쉬고 있는 기숙사까지 찾아온 관리자가 노조 탈퇴서를 쓰기만 하면 뭐든 해줄 것처럼 이야기하더래요. 매일 협박하고 회유하는 것에 지쳐서 탈퇴서를 썼더니 ‘이제 그만둬’ 그러더래요.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바로 해고 됐어요”

이런 식의 노조탈퇴 강요에 시달리다 ‘더러워서 그만둔다’며 스스로 퇴직한 조합원만 10명이 넘는다고 한다. 하청 업체 관리자들은 비정규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촬영하고,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계약이 해지된다’는 등의 협박은 다반사가 됐다.

“봐라 노조 때문에 회사가 망한다”

비정규 정규직을 막론하고 노동자들을 가장 힘겹게 만드는 것은 물량.
회사는 500대였던 8월 달 목표 물량을 200대로 줄였다. 그리고 ‘노조 때문에 물량이 없다’, ‘회사가 망한다’는 등, 진원을 알 수 없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회사가 금속노조만 아니면 협상하겠다고 나오고 있고, 물량이 없어지니까 많이 불안해들 해요. 심지어는 꼭 금속노조여야만 하냐고 묻기도 하고요. 금속노조 때문에 물량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김기주 조합원은 회사의 비열한 핑계에 울분을 토했다.

그런데 구미지역 사람들 사이에서 노조 때문에 회사가 망한다는 의식은 깊게 뿌리박혀있다고 한다. 유성태 조합원은 “언론이 문제에요. 보수언론이 노조가 파업만 하면 회사 망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요. 저도 노동조합 활동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을 정도니까요”라고 설명한다. 노사 갈등을 넘어 노노 갈등으로 몰아가는 회사와 보수언론의 악랄함에 지회는 치를 떨었다.

교육할 공간이 필요해

지회 설립통보 23분 전 급조돼 한국노총 소속으로 설립신고를 마친 유령 노동조합을 빌미로 회사는 지회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회를 탄압하는 회사의 힘에 노조활동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할 공간도 없고, 장소가 있다하더라도 회사의 감시로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다. 김기주 조합원은 “우리가 교육하기도 전에 회사의 협박 때문에 탈퇴하는 조합원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라고 말한다.

데이트 하고 싶습니다

▲ 장대비속에도 조합원들이 꿋꿋이 '금속노조가'를 부르고 있다. 강선화.

악조건 속에서 지회는 50여명의 조합원과 매일 아침저녁으로 공장 앞 선전전을 하고 있다. 경비실에 출근도장을 찍고 다시 나와 선전전에 함께 하는 조합원들, 퇴근길에 장대비가 내려도 꿋꿋이 피켓을 들고 ‘금속노조가’를 함께 부르는 조합원들이 있기에 지회는 활기가 넘친다. 그리고 갖은 탄압 속에서도 속속 지회에 가입하는 효성, 효원 노동자들. 이들에겐 두려움보다 노동자답게, 인간답게 살고 싶은 요구가 더 앞서고 있었다. 그만큼 노동의 일상은 고달팠고, 탄압을 당하는 것보다 존재감이 없는 시간이었다.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 견뎌주는 조합원들 덕에 힘이 납니다. 그 어떤 탄압에도 우리는 이깁니다”라는 문성우 조합원의 두 눈에 굳은 결의가 비친다.

이제 시작이다. ‘인간다운 삶, 쉴 수 있는 권리, 데이트와 가정 등 남들이 다하는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그 소박한 바람’이 노조 결성한 이유라는 조합원들의 소망이 신중하게 한발 한발 이루어지길.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