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신문 '금속노동자' 173호에 실린 진희씨.

한 달 전 노조 신문에 ‘대문짝만한 얼굴’이 알려지면서 KEC 스타가 된 진희씨. 신문기사가 나온 뒤에 사무직이었던 진희씨에게 피해나 가지 않았을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걱정됐다. 지난 13일 KEC 가족문화제에서 꿋꿋이 천막을 지키고 있는 진희씨를 만났다. <편집자 주>

 

한 달 만에 찾은 KEC 정문 앞에 들어서자마자 진희씨가 있던 천막을 찾았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천막에 들어서는 순간 여전히 햇볕에 붉게 그을린 건강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진희씨의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말 반가웠다.

지회에서는 스타, 회사에게는 악녀

“진희씨 잘 지냈나요?”
“기사가 나온 뒤에 정말 스타가 됐어요. 지회에서 인터넷 신문 기사를 프린트해서 앞에 붙여놓기까지 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1면에 내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온 ‘금속노동자’ 종이신문 보고 깜짝 놀랐죠. 원래 얼굴은 작은데~”.

함박웃음을 지으며 얼굴 사진 이야기로 반가움을 표하던 진희씨.
사실 진희씨는 기사 이후에 마음고생이 있었다. 회사가 진희씨의 인터뷰를 악용하며 조합원을 설득시켰던 것.
“앞 뒤 말 빼고 한 문장, 한 문장만을 때서 자기들 입맛에 맞게 악용하더라고요. 그 말에 설득당한 조합원은 없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회사는 “정규직이어서 고용이 보장되고, 하루 8시간 근무하는 KEC는 그녀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다(금속노동자 173호 6면 중)” 등의 기사 일부를 정문 앞 전광판에 그대로 인용하며 ‘이런 회사를 상대로 왜 파업을 하냐’는 논리로 조합원들을 괴롭혔다.

시간이 갈수록 소중한 노동조합

마음고생이 심했을 그녀가 여전히 이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이유가 뭘까 궁금해졌다.

“인터뷰 후 한 달 동안 진희씨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힘은 뭐예요?
“점점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고 있어요. 시작할 때는 이렇게까지 노동자들을 탄압할지 몰랐어요. 그런데 회사도 큰 손해를 봐가면서도 이렇게 까지 할 때는 뭔가 큰 결심을 하고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것이 구조조정, 정리해고라는게 이제 피부로 느껴져요”

자본은 항상 ‘정리해고, 구조조정’ 카드로 노동자를 길들이고,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켜왔다. KEC 노동자들은 60여일의 천막농성을 통해 자본의 악랄한 꼼수를 제대로 본 것이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참 맛도 함께 보고 있었다.

동지들과 함께라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에 조금 당황은 했지만, 사무직인 내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면 다른 사무직 동지들에게 힘이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전 이기지 않으면 복귀하지 않을거에요”. 함께 하는 사무직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결심을 보여주는 진희씨다.

▲ KEC 조합원들은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고 천막을 지키고 있다. 맨 왼쪽이 이진희 조합원.

“아! 하지만 노동조합이 복귀하자고, 천막에 있는 동지들이 함께 복귀하자고 하면 결과와 상관없이 함께 들어갈 거예요. 다 같이 한마음으로 정리하는 것은 곧 승리하는 것이니까요” 진희씨의 눈동자에 진심과 결의가 담겨있다. 진희씨 우리 함께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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