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과의 직접교섭을 요구하며 양재동 본사 앞에서 시작한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의 농성이 27일 현재 벌써 16일째다. 농성을 시작하고 매일 매일이 뉴스거리다. 사상 최대 물대포 공격에 생각지도 못했던 매연 공격. 사이렌 공격과 연일 이어지는 회사의 질서 확립 캠페인을 가장한 농성 방해까지. 요즘은 조합원들 머리 위로 모래를 뿌리고, 조합원들이 보도블록 위에 앉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매일 5개씩, 10개씩 보도블록을 뺐다 꼈다 하며 공사까지 한다. 재미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농성장에는 현대기아차 그룹의 탄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 7명 조합원이 맨 몸으로 자리 깔고 지켰던 농성장에 하나 둘 씩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그리고 기아자동차지부(지부장 김성락)는 19일부터 지금까지 매일 2명씩 24시간 릴레이 연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지부 화성지회 이용덕 쟁의부장과 이재선 환경부장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현대기아그룹 본사 앞에 기아자동차 정규직 노동자와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앉은 사연을 들어보자.

기아차-동희오토 함께 앉은 사연

지부는 16일 지부 쟁의대책위원회에서 이 연대농성을 결정했다. 현재 지회별로 2일 씩 돌아가며 오후 2시부터 24시간 릴레이 농성을 한다. 이재선 환경부장은 기아차지부와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가 직접적인 연대 투쟁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이어질 지부와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에 거는 기대 또한 클 수밖에 없다.


“내가 적극적으로 같이 하지 못한 곳에 올 때 느끼는 그런 미안함 있지 않습니까. 여기 와서 하루 있는 동안 그런 미안한 마음과 정규직으로서의 책임감을 정말 많이 느끼죠. 불쌍해서 도와주러 오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게 당연한 건데...” 이들은 2004년 당시 사실상 기아차노조의 동의하에 동희오토 공장이 생겨났다고 전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장에서 탄압받는 노동자들. 그 투쟁이 6년이 다 되어가고 양재동 바닥에서 처절한 농성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껴지는 책임감을 피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부장은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강한 연대의 끈을 이어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이 부장과 동희오토 조합원들이 농성장에서 처음 만난 것은 아니다. 동희오토 조합원들이 화성지회 선전전을 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 공동 선전전을 한 경험이 있다. 화성지회에서 선전전을 한 번 할 때도 회사에서는 “선전물을 돌리는 것과 방송을 하는 것 중 하나만 해라”라며 훼방을 놓기도 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탄압을 받아들일 것도 없이 화성지회 상집간부와 조합원들은 동희오토와 공동 선전전을 진행했다.

“불쌍해서 도와주는 것 아니다”

마침 이 부장이 농성을 한 26일은 처음으로 회사가 물대포 공격을 하지 않은 날이었다. 농성장에 와서 뭘 하고 있었냐고 묻자 “당연히 물대포도 맞고 싸움이 있을 줄 알고 마음먹고 왔더니 할 일이 없더라구요”라고 한다. 밤에도 다행히 별 일 없이 잠을 잘 수 있었다. 이 부장은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매일같이 물대포에 밤에 잠 한 숨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농성을 같이 한 날 별 일 없던 것이 다행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안하다고 했다. 이런 마음부터가 함께하는 시작 아니겠는가.

본사 앞을 지키고 있는 용역들을 보고 있으면 “다 우리 돈으로 용역 불러 이런 짓이나 하고…”하는 생각에 분노가 치민다. 기아차지부를 상대로 사무실 집기를 뺏고 전임자를 무급휴직 처리하고 전화선을 끊는 등 현대기아자본의 탄압도 봐줄 수 없는 지경이지만 본사 앞에서 자행되는 치졸하고 악랄한 행태를 보고 있으면 정말 심각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사실 지부 내부에서는 기아차지부 상집이 농성장에 있으면 회사의 도발이 덜하다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지부는 임단협도 해야하고 정신없을텐데”라며 지부가 이번 투쟁에 움직이지 않기를 바라는 모습도 보였다. 그만큼 지부와 동희오토지회의 연대가 회사에 압박이 되는 것.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심인호 대협부장은 “지부 쟁대위에서 동희오토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결정을 했다는 것에 사실 놀랐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부 간부들이 농성에 결합하면서 용역들의 침탈이 완화됐고, 같이 이 자리를 지킨다는 것만으로도 지회에는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연대 농성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우리가 연대를 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기아차지부가 타임오프 투쟁의 전면에 서있는 만큼 주체 대 주체로 만나 공동투쟁을 벌여나가야죠”

‘연대’는 회사 압박의 효과적 수단

지부 또한 올 해 임단투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은 더 확대된 연대 투쟁을 만드는 것이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이번에 시작한 연대의 끈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부가 같이하고 있다는 것도 계속 보여줘야 하구요”

하지만 임단투 타결 이후에는 더 확대된 투쟁이 필요하다. “대의원들도 동희오토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같이 움직여서 현장에서 이 문제를 알리는 조회 한번만 해도 효과가 아주 클 겁니다. 바로 그런 걸 우리들이 앞장서서 해야죠” 이 부장은 농성장에서 느꼈던 미안함을 현장에 돌아가 더 많은 조합원들에게 선전하고 동희오토 투쟁의 장에 같이 서도록 하는 것으로 갚아나가겠다고 말한다. “동희오토 투쟁이 승리해서 똑같은 처지의 조합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부장의 바람이 이뤄지기 위한 공동투쟁이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기아차지부 뿐만 아니라 동희오토 농성장에는 다양한 연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충남지부 지회들도 돌아가면서 농성장을 찾는다. 이 날도 현대다이모스지회 조합원들이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동지들을 생각하며 시원한 수박을 들고 농성장에 왔다. 특별한 ‘우유 연대’도 진행 중이다. 며칠 전부터 농성장 앞을 지나다니는 우유 납품업체의 한 노동자가 “힘내서 끝까지 싸워요”라는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우유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우유납품 노동자 매일 무상 우유지원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심 대협부장은 “처음 예상보다 농성투쟁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지회는 처음 이 달 29일까지 농성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사실 그 기간까지도 이 자리를 사수하지 못하고 밀려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굳건히 본사 앞을 지키고 있다. 기아차지부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도 됐다. 지회를 만들고 몇 년 째 교섭이 없었는데 농성 10여일 만에 하청업체 사장이 교섭을 하자고 나섰다.

심 대협부장은 “양재동 본사 앞이 투쟁의 상징적 거점이 되고 있고, 노동기본권 사수 투쟁의 중심에 서있는 정규직과 원청사용자성 인정, 파견확대 저지를 위해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투쟁이 전체 금속노조의 투쟁으로 합쳐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이번 투쟁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투쟁의 전선을 더 강고하게 만들어나가기 위해 지회는 29일까지로 계획했던 농성을 휴가 이후까지 지속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다음 주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휴가를 떠나지만 지회 조합원들은 용역깡패의 탄압, 더위와 싸워가며 양재동 본사 앞을 지킬 예정이다. 8월 3일과 5일 저녁에는 촛불문화제도 진행한다. 8월 계속해서 진행되는 치열한 양재동 투쟁에 아름다운 연대의 발길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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