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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처벌도 못하는 무용지물법?김신범의일과건강(11) 산업안전법 위반 과태료 부과기준 개악
김신범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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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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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동부에서 법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차등 적용하는 식으로 법을 개정하겠다고 입법예고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악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개악이 어떤 맥락에서 추진된 것인지 이해해야 대응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규제완화의 전반적 흐름 속에서 이번 사건을 분석해보았다.

이명박 초기, 끽 소리도 못하던 상황

어마어마한 지지율을 등에 업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을 때, 우리 모두는 규제완화의 폭풍이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에서는 앞 다투어 규제완화 요구를 청와대로 전달했고, 심지어 각 부서에 규제완화 할당량이 주어졌다는 얘기가 들렸다.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 규제완화는 모든 정부조직의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물론, 안전보건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다. 노동부 내에서는 산재발생에 대한 사업주 책임을 희석시키기 위한 규제개혁안들이 대거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부 각 부서에게 규제완화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사무관 한 명 당 몇 개 이런 식이다. 실적을 제출하지 못하면 무능한 공무원이며, 실적이 없는 부서는 필요 없는 부서라는 낙인이 찍힐 노릇이다. 공무원들은 현재 끽 소리도 못하고, 눈치만 보는 상태이다. 과거 경총에서 요구해왔던 규제완화 요구 파일에서 무엇을 선택해서 실적을 올려야할까 고민 중이다. 실적 앞에 논리는 사라졌다. 아무리 이명박이 경제를 살리자고 떠들어도 안전보건 규제 완화해서 경제 살릴 수 없다는 것쯤은 모두 다 알고 있다. IMF 직후 기업규제완화특별조치법으로 44개 조항의 안전보건 규제를 완화하였지만, 경제 살리는데 도움 되었다는 얘기는 없다. 그래도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찍히니까. 이게 노동부의 요즘 분위기이다.(일과건강, 2008년 5월호)”

일상적 규제완화 국면으로 돌입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촛불의 뜨거운 맛을 보면서, 규제완화의 속도가 조절되었다. 경제단체에서 요구해왔던 규제완화 중에서 GHS제도 시행을 연기하는 것은 비교적 빠른 시기인 2008년 6월 27일에 공표되었지만,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선임 보고의무 폐지'와 '산재발생건수 공표대상 사업장 선정기준 완화'는 1년 후인 2009년 7월 30일에 공표되었다. 규제완화의 폭탄이 한 방에 터져버린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끈질기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법 위반의 96.2%에 대해 시정조치 밖에 취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감사원에서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노동부에서는 근로감독관집무규정만 손보는 것이 아니라, 과태료 부과방식을 변경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예를 들어, 산재통계제도개선위원회에서는 ‘산업재해를 4일 이상 요양재해로부터 4일 이상 휴업재해로 바꾸자’는 것이나, ‘뇌심혈관계질환이나 정신질환 같은 것은 사업주의 법위반을 따지지 않도록 하자’거나 하는 주제들이 산재통계제도개선위원회에서 등장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잘 막아내고 있는 편이다. 어느 곳에서 어떻게 규제완화가 추진되고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며, 신속한 대응으로 초기에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명박 집권 초기에 비하면, 그나마 우리의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난데없는 지방이양 결정, 이명박식 규제완화

하지만 올해 3월, 전혀 생각도 못했던 “노동부 안전보건 업무 지방이양 결정”이라는 돌발변수가 출현하였다. 지방분권촉진위원회에 의해 자행된 것이라 노동부에서도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노동부 직원들은 몰랐어도 장관은 알고 있었던 일이며, 청와대와 노동부장관의 모종의 합의 속에 추진된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야말로 이명박 식의 난데없는 규제완화가 추진된 것이다. 지방이양에 대한 비판은 거의 한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당사자인 노동부 직원들도, 전문가들도, 노동자들도 모두 지적하는 것은 ‘준비 없음, 개념 없음’이었다. 이로써 우리의 규제완화에 대한 대응투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민주노총에서는 1인시위부터 시작하여 국정감사까지 연결하는 대응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과태료 순차 적용, 기존 규제완화와 다른 맥락에서 추진된 것

이제 과태료 얘기를 해보자. 최근 노동부에서는 과태료 부과기준을 법 위반 횟수에 따라 차등적용 하겠다고 입법예고했다. 첫 번째 법 위반 시에 100만원, 두 번째 위반 시에 150만원, 세 번째 위반 시에 300만원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기존의 규제완화 흐름과 다른 맥락 속에 있다. 이유는 ‘계기’이다.

이번 개악은 경제단체들의 규제완화 요구에 의해 규제개혁위원회가 노동부를 압박하여 추진된 것이 아니다. 배경은 이러하다. 이천참사, 한국타이어 집단사망 문제 등으로 인해 노동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추진되었고, 그 결과 노동부가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법 위반시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명시해놓고서, 법적 근거도 없는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다가 1차 법위반시에는 ‘시정조치’를 하도록 정함으로써, 일선의 근로감독관들이 처벌을 못하고 시정조치만 남발하는 문제가 발생되었다는 것이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법 위반의 96.2%에 대해 시정조치 밖에 취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감사원에서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노동부에서는 근로감독관집무규정만 손보는 것이 아니라, 과태료 부과방식을 변경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노동부의 속내는 뻔하다. ‘산안법도 모르는 사업주에게 과태료를 덜컥 부과해버리면, 사업주부담이 너무 크지 않느냐’는 생각일 것이다.

정권은 없어져도 관료는 남는다고 했던가. 전 정권에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노동부에서는 벌금보다 높은 금액의 과태료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함으로써 실질적 처벌의 목적을 달성하자고 둘러댔었다. 그렇게 해서 과태료라는 것이 등장하였다. 그런데, 여전히 사업주 처벌은 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는 과태료를 삭감해주는 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조삼모사 그 자체인 셈이다. 노동부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노동부는 사업주를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다.

과태료 개악안에 분노하는 이유

과태료부과방식에 대한 산안법 개악안의 배경은 전통적 규제완화 흐름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이명박 정권에 의한 파쇼적 규제폐기도 아니다. 오래된 노동부의 한계가 드러난 사례일 뿐이다. 사업주를 처벌하지 못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은 무용지물이다. 이미 해외의 여러나라에서는 법의 집행력과 권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것을 선택하였다.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고서는 노동자의 생명에 대한 존중과 보호를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처벌에 있어서 고려되는 것은 사업주가 모르고 했느냐 고의로 하였느냐 하는 것이다. 고의로 법을 위반하여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기업에 의한 살인’으로 처벌되는 나라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동부는 이러한 길로 갈 생각이 없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자신의 권위를 세울 기회가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비겁하게 도망가 버렸다. 노동부에서는 이번 기회를 잘 살렸어야 했다.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어떻게 할 것이며, 산안법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테이블을 만들고 논의하려 했다면, 이번 기회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좋은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다. 노동자 목숨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교정하고 노동부의 역할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스스로 포기해버렸다. 바로 이것이 화를 참을 수 없는 진짜 이유이다.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당장에는 산안법 개악을 반대하고 무효화하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과태료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벌금으로 다시 돌아가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업살인법’을 도입하도록 운동을 활성화하는 방법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과태료 개악안을 놓고 이명박의 규제완화라고 퉁 치지 말고, 사업주의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위한 우리의 요구를 다시 묶어 세워야 한다.

김신범 /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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