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산업 노·사가 2021년 금속노조 요구를 놓고 본격 공방을 시작했다.

금속노조는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5월 11일 오후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2021년 4차 중앙교섭을 열었다. 이날 사용자협의회는 산업전환협약, 기후위기대응 금속산업 노사공동선언, 금속산업 최저임금 1만 원 등 올해 중앙교섭 요구 세 가지에 관해 질의하고, 노조는 응답했다.

김호규 노조 위원장은 교섭을 시작하며 경남지부 성우지회가 노조 통일요구인 산업전환협약과 중앙교섭 요구인 기후위기대응 노사공동선언을 사측과 합의했다고 운을 뗐다. 김호규 위원장은 “노조가 요구해서가 아니다. 성우 노·사 모두 시급하다고 판단했고, 상황이 절박하기에 이번 합의를 이뤄냈다”라고 설명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이어 최저임금 1만 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큰 폭의 물가 상승에 반해 지난해 중앙교섭에서 최저임금 시급 120원 밖에 못 올렸다”라며 “소비 진작과 내수 부양을 위해 미국 같은 나라들처럼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1만 원은 최소한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박근형 사용자협의회 회장직무대행은 교섭 인사말에서 “올해 노조 요구안 문구가 길고 불분명하다. 오늘 질의에서 의미를 정확하게 알려주기 바란다”라며 “최저임금은 각자 처지에서 해석이 다르다. 해외 사례와 단순 비교는 적절치 않다. 회원사 간 공통분모를 찾아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하겠다”라고 밝혔다.

▲ 금속노조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5월 11일 오후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2021년 4차 중앙교섭을 열고 있다. 신동준

금속산업 노·사는 먼저 산업전환협약 요구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사용자협의회는 산업전환 대응 계획을 결정·집행·점검할 노사협의체를 따로 만들어야 하느냐며 첫 질문을 던졌다.

▲김상민 노조 정책실장은 “단체협약상 각종 위원회를 이용할지 새로운 결정 체계를 만들지 각 사업장 노·사가 결정하면 된다”라며 “다만, 산업전환협약 주체는 노동조합이기에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노사협의회 참여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대답했다.

■사용자협의회는 협약 체결에 따른 산업전환 대응 활동을 별도 유급 노조 활동시간으로 인정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김상민 정책실장은 “이 문제 역시 공동결정을 위한 노동조합 활동을 충분히 보장한다는 전제 로 각 사업장 노·사가 결정하면 된다”라고 답했다.

■사용자협의회는 “산업전환협약을 올해 체결한다 해도 노조가 요구하는 2022년 상반기 가동은 아무래도 이르다. 가동 시기를 일률로 정하고 자동차 아닌 업종에 협약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라며 노조 의견을 물었다.

▲노조는 산업전환 대응계획에 관한 노·사 공동결정체계와 운영방안을 연말까지 결정하고 2022년 상반기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김상민 실장은 “기후 악화 상황과 산업전환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빠르게 대응하고 가동 시점을 분명히 정할 수밖에 없다”라며 “기후위기와 산업재편에서 자유로운 업종은 없다. 산업전환협약은 자동차업종만 아니라 금속산업 전체에 필요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사용자협의회는 산업전환 대응을 위해 노·사 모두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데, 사용자가 노동자를 다른 업무나 먼 지역으로 전환배치를 요구하면 노조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을 했다. 사용자협의회는 산업전환 과정에서 부품 축소·공정 변경 등에 따른 일자리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김상민 정책실장은 “산업전환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노조의 협력 여부가 아니라 일자리 변화를 집행·점검하는 모든 과정을 노·사가 함께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라며 “노조는 사측이 노조와 산업전환 계획을 공동 설계·결정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라고 되물었다.

■사용자협의회는 산업전환협약에 관한 마지막 질문으로 금속산업 노·사가 정부에 공동요구할 구체 내용이 무엇인지와 노·사·정협의체 구성 가능성, 노·사공동결정에 관한 국내외 사례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노조는 금속산업 노·사가 힘을 모아 정부의 산업전환 대응정책을 중소·중견 사업장 생존능력을 높이는 정책으로 바꾸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민 실장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생존하려면 정부가 매우 큰 규모로 직무전환 교육 훈련을 지원해야 한다. 현재 정부 계획과 정책 시행 정도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금속산업 노·사가 이 사업 우선 시행을 목소리를 높여 요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상민 실장은 “산업재편 시기를 무사히 지나려면 노·사·정협의체를 통한 노·사·정 공동대응은 필수”라며 “현재 여러 경로를 모색하고 있고, 6월부터 민주노총과 정부에 노·사·정협의체 구성을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노조는 한국에 공동결정 관련 법 제도가 없지만, 징계·고용안정·전환배치 등을 노·사 합의해 결정하는 단체협약을 일종의 공동결정이라고 본다. 독일과 스웨덴이 공동결정을 제도화한 대표 국가다. 독일은 직장평의회법으로 노사공동결정을 제도화했다. 스웨덴은 공동결정법에 따라 노조를 공동결정 주체로 인정하고 노·사관계에 영향을 주는 모든 사안을 노·사교섭을 통해 공동 결정한다.

▲ 박근형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직무대행이 5월 11일 4차 중앙교섭에서 노조 산별전환협약 등 요구안에 관해 질의하고 있다. 신동준

금속산업 노·사는 기후위기대응 금속산업 노사공동선언(아래 공동선언)에 관한 질의와 응답을 이어갔다.

■사용자협의회는 산업전환협약에 기후위기 대응 내용이 있는데 공동선언을 따로 요구하는 이유를 물었다. 

▲김상민 실장은 “기후 변화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금속산업이 기후에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라며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노·사 공동 노력과 사회책임 이행 약속이 공동선언의 취지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용자협의회는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사업환경 구축과 사내하청 비정규직 고용보장이 기후 위기 대응과 무슨 연관이 있냐고 물으며, “일부 회원사들은 탄소배출 저감 시행내용을 모든 사업장에 일률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비쳤다”라고 전했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전기차 생산 공수가 훨씬 적고, 철강 산업은 수소 환원 제철 공법 도입 시 공정 자체가 대폭 준다. 자본의 속성상 사용자는 탄소배출 저감과 연동한 공정 변화를 고용불안으로 연결한다.

▲노조가 요구하는 기후대응 공동선언은 사용자가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고용불안을 겪지 않는 방향으로 탄소배출 저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상민 실장은 “탄소배출 관련 국제사회 기준이 높아지는 등 한국 제조업을 둘러싼 조건을 볼 때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라며 “사업장마다 준비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노조 요구 내용이 과하지 않기에 사측에 부담을 주는 등 부작용으로 작용할 일은 없다”라고 짚었다.

■사용자협의회는 노조가 요구하는 공동선언을 단체협약으로 봐야 하느냐 물었다.

▲김상민 실장은 “산별협약에 선언 문구를 넣자는 주장은 아니다. 선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노·사가 교섭을 통해 문서로 만든 약속에 서명하면 그 효과는 단체협약과 같다.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 김상민 금속노조 정책실장이 5월 11일 4차 중앙교섭에서 사용자협의회의 노조 산별전환협약 등 요구안에 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동준

금속산업 노·사는 세 번째로 중앙교섭 요구인 최저임금 시급 1만 원으로 인상안을 놓고 상호 의견을 밝혔다.

■사용자협의회는 노조의 최저임금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사용자협의회는 노조가 요구한 최저임금 적용범위 가운데 어디까지 사외하청(외주협력사)으로 봐야 하느냐며 노조의 금속산업 최저임금 적용범위 확대 요구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기존 금속 산별협약은 사용자에게 사내 하청노동자 금속산업 최저임금 적용을 권고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중앙교섭을 통해 2022년부터 사용자가 사내·사외 하청노동자에게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적용하도록 강제할 계획이다.

■사용자협의회는 사내하청·사외하청(외주협력사) 사용자와 사용자협의회 회원사는 별개 사업장이라고 주장하며 “금속산업 최저임금을 제삼자에게 강요하는 모양새다. 갑질로 보일 여지가 크고, 법 제도 위반일 수 있다”라며 노조의 최저임금 적용 범위 확대 요구에 우려를 나타냈다.

노조 설명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사내하도급 지침은 사용자에게 사내하도급 노동자 적정임금 보장 노력을 권고하고, 도급계약 체결 시 사내하도급 노동자 인건비 단가를 최저임금 이상이 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현대제철 원청 사용자에게 원·하청 노동자 사이 불합리한 차별 시정을 위해 하청노동자 적정 도급비를 보장하라고 한 권고한 사례도 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16조 2항에 따라 하도급업체는 원청업체를 상대로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해 하도급 조정신청을 할 수 있다.

▲김상민 실장은 “노조의 금속산업 최저임금 적용 범위 확대 요구는 도급단가 현실화 등 원청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는 요구이다”라며 “금속산업이 저임금노동 활용으로 이윤을 남기는 산업이 아니라 스스로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노동력 수준을 높이고, 기술·품질 중심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의미도 있다”라고 답했다.

■사용자협의회는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지불 능력, 돈의 문제다. 대기업 원청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노조는 완성차를 비롯한 원청사들에 노조의 금속산업 최저임금 요구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근형 회장 직무대행은 질의응답을 마치며 “노조의 설명을 들었지만, 산업전환 노사공동결정은 분명한 기준점이 없다”라며 “기후 위기 노사대응을 공동선언 형식으로 제출한 이유도 이해가 안 된다. 최저임금 적용 범위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제기했다.

김호규 노조 위원장은 “재벌 대기업은 정부 지원이 많고 자체 능력이 있지만, 사용자협의회 소속 사업장들은 노·사가 손잡고 산업 재편기에 스스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대응도 마찬가지이다”라고 지적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금속산업 최저임금은 결국 원·하청 공정거래, 동반성장과 직접 연결돼 있다. 눈높이를 계속 맞춰 보자”라고 당부했다.

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이날 4차 교섭에서 중앙교섭 지역순회 교섭 시작 시기를 결정했다. 5월 25일 예정인 6차 교섭부터 지역순회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역과 교섭 장소는 실무 논의한다. 5차 중앙교섭은 노조 주관으로 5월 18일 노조 회의실에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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