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주주총회를 앞두고, 정주영-정몽준-정기선으로 이어지는 정씨 일가 3세 탈법 승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3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 앞에서 ‘현대중공업 탈법 재벌승계·사익편취 경영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부는 경영권 세습을 위해 현대중공업그룹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정몽준·정기선 대주주 부자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정씨 일가에 대해 ▲기업분할 이후 대주주 정씨 일가 지분 2배 이상 증가 ▲지주사 무리한 고액 현금배당 유지 ▲현대오일뱅크 지주사 편입과 상장추진 방식 의혹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38% 매입한 사모펀드 KKR 정체 등 크게 네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조경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이 3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 앞에서 연 ‘현대중공업 탈법 재벌승계·사익편취 경영 폭로 기자회견’에서 “현중은 오직 정기선 승계와 정씨 일가 사익만을 위해 움직인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규백

현대중공업그룹 사측은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기업분할을 진행했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가장 위에 현대중공업지주가 있다. 기존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과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으로 쪼개졌다.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에 신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이 속해 있다.

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대주주인 정몽준 현대중공업 전 회장은 2017년 기업분할 당시 현대중공업 지분을 매각해 지주사 주식을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정몽준 전 회장의 지분율이 10.15%에서 25.5%로 늘었다. 어떤 방식으로 지분을 두 배 이상 늘려 확보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대주주 정씨 일가 지분이 늘자 현대중공업지주는 2018년부터 3년 동안 2,800억 원을 현금 배당했다. 2020년 영업 손실 5,971억 원을 기록하는 등 영업이익은 계속 적자가 났지만, 고액 현금배당을 무리하게 유지했다.

“정씨 일가 지주 지분 늘자 고액 현금배당”

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현대중공업에 속해 있던 현대오일뱅크를 2조 원 가까이 되는 부채 이자도 제대로 환수하지 않은 채 지주사에 편입시킨 그룹 사측 처리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조선산업 위기 때 현대오일뱅크를 지주사 편입 전에 상장했다면, 현대중공업 현금흐름이 나아지고 숨통이 트였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 김용화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이 3월 23일 ‘현대중공업 탈법 재벌승계·사익편취 경영 폭로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 자본이 3세 세습하려고 노동자와 주주를 기만하고, 회사를 제멋대로 주무르고 있는데 정부 감독기관과 정치권은 찍소리도 못한다. 정기선 방지법이 시급하다. 금속노조가 현대중공업지부와 함께 탈법 재벌승계 방지를 위한 법 제정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규백

조경근 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 분리 과정을 시작으로 현대중공업그룹 전체에서 정기선 부사장 승계를 위한 편법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 탓에 현대중공업 단체교섭이 장기화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조경근 지부장은 “3월 24일 한국조선해양, 25일 현대중공업지주 주주총회에 앞서 주주와 국민에게 현대중공업 정씨 일가의 탈법 행태를 알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라며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조경근 현대중공업지부장은 “현중은 현대오일뱅크를 현대중공업지주에 집어넣은 뒤 5,800억 원을 현금배당하는 등 지주사 수익을 높여 대주주 일가의 배를 더 불려줬다”라며 “현중은 오직 정기선 승계와 정씨 일가 사익만을 위해 움직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경근 지부장은 “대주주 일가가 회사 곳간을 쏙쏙 빼먹는데, 사측은 돈이 없다며 단체교섭을 2년 넘게 끝내지 않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임금삭감, 임금 체불, 고용불안을 일상에서 겪고 있다”라며 “단체교섭을 하루빨리 정상 마무리하고 원·하청 노동자들이 일한 대가를 제대로 달라”라고 강조했다.

김용화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이 벌이는 정기선 승계 탈법행위는 역대 최악이다. 기업의 모든 활동이 오직 정기선을 위해 돌아간다”라고 지적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은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대표 등 직책을 갖고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 승계를 노리고 있다.

김용화 수석은 재벌의 탈법승계를 막기 위한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현대중공업 자본이 3세 세습하려고 노동자와 주주를 기만하고, 회사를 제멋대로 주무르고 있는데 정부 감독기관과 정치권은 찍소리도 못한다”라며, “정기선 방지법이 시급하다. 금속노조가 현대중공업지부와 함께 탈법 재벌승계 방지를 위한 법 제정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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