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가 사내하청업체 서진이엔지 노동자 57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 시정명령을 사실상 거부했다. 사측이 소송전을 통한 시간 끌기에 나서지 않을까 노동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는 2월 2일 서울 계동 현대중공업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건설기계에 대한 고용노동부 직접고용 시정명령 이행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 노동자들은 현대건설기계 사측에 불법 파견 문제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다.

김동성 노조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노동자에게 인색한 고용노동부마저 현대건설기계의 불법 파견을 인정했다”라며 “1월 28일로 시정기한이 지났지만, 원청 사측은 노동부 시정지시를 따르기는커녕 아무 반응도 없다”라고 꼬집었다.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가 2월 2일 서울 계동 현대중공업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건설기계에 대한 고용노동부 직접고용 시정명령 이행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 노동자들은 현대건설기계 사측에 불법 파견 문제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다. 변백선
▲ 변주현 노조 현중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이 2월 2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건설기계에 대한 고용노동부 직접고용 시정명령 이행촉구 기자회견’에서 불법 파견 피해당사자 발언을 하고 있다. 변백선

서진이엔지 사측은 2020년 5월 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와 단체교섭 도중 폐업과 해고를 통보했다. 지회는 ‘노조파괴용 위장폐업’과 원청 현대건설기계의 고용 승계 책임을 주장하며 7월 30일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지회는 2020년 8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서진이엔지 불법 파견 진정을 냈다. 노동부는 12월 23일 현대건설기계에 서진이엔지 노동자 57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지시했다. 1월 28일까지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현대건설기계 사측에 직접고용 대상자 1인당 1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재벌·대기업 사람장사 언제까지

김동성 부위원장은 “재벌 대기업이 ‘중간착취·사람장사’ 불법 파견 범죄를 저지른 것만으로도 화가 나는데, 이제 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까지 뭉개고 있다”라며 “도대체 언제까지 하청 착취구조 같은 전근대 경영을 고수할 셈이냐”라고 원청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건설기계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문제도 지적했다. 김동성 부위원장은 “국가의 시정명령을 거부한 현대건설기계가 같은 업종 기업을 인수한다니, 용납할 수 없다”라며 “문재인 정부는 범죄기업 현대중공업에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특혜를 베풀 꿈도 꾸지 마라”라고 경고했다.

▲ 김동성 노조 부위원장이 2월 2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건설기계에 대한 고용노동부 직접고용 시정명령 이행촉구 기자회견’에서 “재벌 대기업이 도대체 언제까지 중간착취·사람장사 같은 전근대 경영을 고수할 셈이냐”라고 원청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건설기계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다. 변백선
▲ 이성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지회장과 김동성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2월 2일‘현대중공업그룹 현대건설기계에 대한 고용노동부 직접고용 시정명령 이행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교섭 요구 공문을 전달하려 하자 경비 용역이 가로막고 있다. 변백선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지난 1월 25일부터 서울 계동 현대 사옥 앞에서 원청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변백선

서상훈 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고용법률실장은 “사측 태도로 볼 때 소송전이 예상돼 우려스럽다. 사측은 거액의 과태료와 소송비용을 들이더라도 끝까지 버틸 것”이라며 “누가 봐도 불법 파견이라 원청이 당연히 직접 고용해야 한다. 왜 불법과 범죄를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서상훈 실장은 “사내하청지회가 1월 25일부터 서울 그룹 본사 등 전국 거점 농성을 시작하고 날이 더 추워져 걱정했다”라며 “원·하청 노동자 단결 투쟁이 민주노조가 나아갈 길, 노동자가 살길이다. 직접고용 쟁취까지 현대중공업지부가 함께 한다. 포기하지 말자”라고 지회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노조와 현중사내하청지회는 현대건설기계 사측에 노동부 직접고용 시정명령 즉각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불법 파견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교섭을 제안했다.

서울 현대중공업그룹 본사 앞 노숙농성 중인 변주현 현중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사측이 계속 노조 면담 요구를 거부하고 노동부 시정지시도 무시하고 있지만, 우리 역시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다”라며 “무의미한 소송전과 시간 끌기를 포기하고 하루빨리 당사자들끼리 만나 직접 대화로 풀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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