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6월 16-17일 한국을 방문하여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천안함 사건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미국은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이명박 정부의 발표를 적극 지지하면서 한국 등과 함께 UN안보리 제재를 추진하는 등 대북 압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공격 당사자로 지목된 북한은 물론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반론과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천안함 어뢰폭발의 결정적 증거라며 합동조사단이 제시한 알루미늄 흡착물질에 대한 검증실험에 따르면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가 조작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해 침몰됐다는 전제 하에 실시된 감사원 감사결과에서조차 군이 관련 사실을 은폐·조작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주한미군사령부 대변인도 ‘사고 당일 실시되던 대잠수함훈련이 천안함 내의 폭발 때문에(because of the blast aboard the Cheonan) 중단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 참여연대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에게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따라서 미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유엔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에 나설 것이 아니라 남북 공동조사나 남북미중 4개국 공동조사를 통해 천안함 사건의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해군전술자료체계(KNTDS) 레이더 영상 등 천안함 관련 정보와 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있고 사고 당시 한미연합연습을 지휘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천안함 진상조사를 위해 조사단을 파견한 미국의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겠는가.

한미당국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신뢰하기 어려운 주장을 근거로  해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기도에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해서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는 마땅히 중단되어야 한다. 이번 천안함 사건은 한반도에서 정전상태가 반세기 넘도록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구조적 문제이다. 천안함 사건의 재발방지는 침략적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대북압박정책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을 통해서 만 해결이 가능한 문제이다. 

올해는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이 합의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6·15공동선언 이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본격화되는 등 남북의 인적·물적 교류가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대북 적대감이 완화되고 북의 인민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은 6·15공동선언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대결국면으로 접어든 남북관계는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파탄상태에 빠졌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선박 영해 통과 금지, 남북 간 교역과 교류 중단, 적극적 억제 원칙 견지, 북의 무력 침범 시 자위권 발동, UN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회부, 북한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 요구를 천명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따른 역내외 해상차단훈련과 한미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실시하고, 대북 방송 등 심리전도 재개하겠다고 천명했다.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대북 신규 투자 및 방북 불허, 모든 물품의 반입반출 불허 등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대북 봉쇄정책으로 인해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었으며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위험마저 높아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는 이명박 정부가 통일의 원칙과 방향, 경제와 인도주의적 교류 협력 등을 다짐한 6.15공동선언과 그 실천지침인 10.4선언을 사실상 부정하고 북한 붕괴전략을 추구한 결과다.

▲ 참여연대가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후 참여연대 건물이 있는 서울 통인동에는 연일 수구세력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진보민중진영은 6.15공동선언을 통해 꽃 피우기 시작한 남북 화해 협력의 성과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도 뻔뻔스럽게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압박의도를 정확히 간파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운동을 조직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한 북풍몰이의 광기를 극복하고 6.2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한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헤아려야 한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명박 정부의 반민족적이고 반통일적인 반북 대결정책을 끝장내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되살려나가는 진보민중진영의 실천이 적극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나아가 60여년에 걸친 전쟁위기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이루기 위한 평화협정과 조국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만 한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함께 미군을 내보내기 위한 운동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참여연대가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UN안보리에 발송한 것을 계기로 수구세력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마녀사냥이 본격화 되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참여연대를 검찰에 고발한 라이트코리아 등 3개 단체는 안보리에 서한을 보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는 “참여연대와 마찬가지로 평통사도 국가 외교활동을 방해하고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를 했다”며 “평통사의 기존 활동은 국가보안법에도 위배되기 때문에 국보법 위반도 함께 검찰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보수단체들이 수사를 의뢰한 참여연대 ‘천안함 서한’ UN안보리 발송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6월 16일 “그동안 천안함 사건과 관련이 있는 상황을 공안1부에서 계속 파악해 왔고, 공안1부에서 조사를 담당했던 신상철 씨(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사건을 통해 이번 사건 내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안기구의 대대적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정권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왔던 것이 반정부 세력에 대한 마녀사냥이다. 마녀사냥은 일시적으로 정권의 안정을 담보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결국에는 정권붕괴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과거 1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은 결국 정권의 명줄만 재촉할 뿐이라는 것을 이명박 정부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김종일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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