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현대건설기계 불법 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농성 투쟁을 확대했다. 업체 위장폐업으로 일터를 잃은 현대건설기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20년 7월부터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앞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아래 현중사내하청지회)는 1월 25일부터 농성 거점을 서울 종로 현대중공업그룹 본사, 경기 성남 현대건설기계 본사, 부산 해운대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네 곳으로 확대했다.

현대건설기계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로 2017년 4월 현대중공업 건설장비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설립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그룹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1월 27일 서울 종로구 현대중공업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건설기계 불법 파견 노동자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향주

서울 현대중공업그룹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인 이성호 현중사내하청지회장은 고용노동부가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 파견을 인정했다며, “원청 현중에 직접고용 시정명령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 거점 농성을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업체인 서진이엔지는 굴착기 등 건설기계 장비를 만들었다. 2020년 5월 서진이엔지 사측은 단체교섭 도중 돌연 지회에 폐업을 알렸다. 노동자 60여 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사측은 코로나 19 여파에 따른 물량감소를 내세웠다.

지회는 코로나 19 위기와 무관한 ‘노조 파괴용’ 위장폐업으로 판단했다. 지회에 따르면 폐업 결정 자체가 너무 갑작스럽고 생산물량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서진이엔지 사측은 노동자들이 2020년 2월 쟁의권을 확보하자 원청 현대건설기계와 교감 속에 의도적으로 물량을 줄여왔다.

노조 파괴용 위장폐업 … 노동부 시정명령도 무시

지회는 원청 현대건설기계에 위장폐업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한편, 2020년 8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불법 파견 진정서를 접수했다. 현대건설기계 관리자들은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고 매일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현대건설기계 원·하청 노동자들은 혼재된 라인 공정에서 공동작업을 수행했다.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1월 27일 서울 종로구 현대중공업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건설기계 불법 파견 노동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저녁 선전전을 준비하고 있다. 박향주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1월 27일 서울 종로구 현대중공업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건설기계 불법 파견 노동자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향주

불법 파견 사실을 확인한 노동부는 2020년 12월 23일 현대건설기계에 서진이엔지 노동자에 대해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통보했다. 대상은 폐업 당시 서진이엔지에서 일하던 57명 전원이다. 현대건설기계가 1월 28일까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인당 1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성호 현중사내하청지회장은 “1월 28일로 시정기한이 지났지만, 원청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성호 지회장은 “현대건설기계 사측이 정부 명령에 불복한 채 과태료와 법률대응에 거액을 쓰고 시간 끌면서 긴 소송전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2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건설기계사업 확대를 꾀하며 정기선 부사장 주도로 현대건설기계 동종 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추진해왔다.

지회는 현대건설기계 불법파견 해결 없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는 꿈도 꾸지 말라고 못 박았다. 서울 그룹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조합원들은 한목소리로 “현대건설기계 하청 노동자들이 6개월 넘게 공장 밖으로 쫓겨나 싸우고 있다”라며 “무엇보다 원청 직접 고용이 가장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성호 지회장은 “진짜 사장 정기선을 만나기 위해 원청 본사에 올라왔다. 노동부가 우리를 정규직 노동자라고 인정한 만큼 물러설 수 없다”라고 결의했다.

이 지회장은 “지난여름 태풍·무더위·폭우에도 이탈한 조합원이 없었다. 한겨울 추위를 극복하고 원청을 상대로 직접고용을 쟁취하겠다”라며 현대건설기계에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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