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아래 중대재해법)이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금속노조는 같은 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국회가 처벌 수위를 낮추고 삭제해 기업들에 살인면허를 내준 꼴이 됐다”라며 정부와 여야정치권 모두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중대재해법 발의 취지는 산업재해 원인을 노동자에게 돌리지 않고, 기업의 위험관리시스템 부재로 인한 결과로 보면서 안전관리 책임자인 법인,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안전에 필요한 비용보다 중대재해로 기업이 치르는 대가를 크게 해, 자연스럽게 노동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산재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국회가 제정한 중대재해법은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발의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 정부안보다 훨씬 후퇴한 법제사법위원회 제정안이다.

중대재해법은 ▲50인 미만 사업장 3년 적용유예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공무원 부주의에 대한 처벌 조항 삭제 등으로 실효성 사라져 누더기 법이 됐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 요구로 5인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에서 제외해 처벌을 피하기 위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국회 농성단이 1월 8일 법 본회의 통과 뒤 29일 간의 단식을 중단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노동과 세계>

금속노조는 성명서에서 “국회의 입법이 중대재해”라며 비판했다. 노조는 “처벌 조항은 죄다 낮추고, 완화하고, 제외하다 보니 이 법으로 과연 처벌받는 기업주가 나오기나 할지 의문”이라면서, “기업을 대리하고 재계의 논리를 대변하는 자들이 입법권으로 재난을 만들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누더기 법 제정 주범으로 집권 더불어민주당을 꼽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기 위해 전례와 규정을 무시하고 돌진하더니, 국민생명안전 문제 앞에서 야당 핑계를 대며 멈췄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막판에 5인 미만 제외 들이밀어”

노조는 문재인 정부도 비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공공연히 서울시장 출마를 이야기하면서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를 들이밀었다는 것이다.

나현선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노동자와 시민의 강력한 투쟁으로 법안이 통과되었으나 내용은 무참히 가위질당했다”라고 규탄했다.

나현선 국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80% 이상이고, 연 400명 넘게 숨지는 사각지대이다. 더구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3년 유예하는 등 정치하는 자들이 산재 사망사고를 막고 싶은지 의심스럽다”라고 비판했다.

나현선 국장은 “법 통과를 위해 노동자와 시민들이 힘을 모았던 시기에 여전히 전국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죽었다”라면서, 금속노조의 과제로 법 개정 투쟁과 현장 안전 주체인 노동자 참여 대책 마련을 제시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은 2020년 하반기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노조법 2조 개정’, ‘근로기준법 11조 개정’을 묶어 ‘전태일 3법’이라 이름 짓고, 입법청원운동을 시작으로 법 제·개정에 조직의 투쟁역량을 집중했다.

산재 유가족들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이 참여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법 제정을 촉구하며 12월 11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단식투쟁을 이어왔다. 운동본부는 8일 오후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9일간의 단식투쟁을 중단했다.

중대재해법은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017년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같은 해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된 이후 3년 동안 묶여있었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는 이천물류센터 화재 참사, 이한빛 피디의 죽음,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 포스코 폭발사고,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 사망 등 연이은 중대재해를 마주하며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계속 요구해왔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