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제조업 생산 노동을 하는 노동자 상당수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 노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시가 제조업 노동환경 개선에 뒷짐 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서울도심제조노동조합연석회의가 12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연 ‘도심제조업 노동조건 실태와 지원정책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서울도심제조노동조합연석회의는 금속노조 주얼리분회와 민주일반연맹 제화지부, 화학섬유식품노조 서울봉제인지회 등이 만들었다.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토론회 발제를 통해 “전국 제조업 사업장 가운데 서울지역 노동자들이 비공식 노동 상태로 일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라고 분석했다. ‘비공식 노동’은 무등록·특수고용노동자, 무급 가족 종사자처럼 사업장을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으나, 사회제도와 노동관계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공식’ 일자리를 의미한다.

2018년 전국사업체 조사에서 서울 제조업체 노동자는 26만 7천 명이었다. 전국사업체 조사는 사업주 자료를 바탕으로 시행한다. 같은 해 벌인 지역별 고용조사 가운데 서울 제조업 노동자는 42만 4천 명이다. 지역별 고용조사는 취업자 등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한다. 

▲ 서울도심제조노동조합연석회의가 12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도심제조업 노동조건 실태와 지원정책 개선 방향 토론회'을 열고 있다. 박향주

제조업 노동자 수는 지역별 고용조사와 전국사업체 조사 결과가 달랐다. 전국사업체 제조업 노동자 수는 지역별 고용조사 제조업 노동자 수 대비 전국 평균 90.9%였다. 서울은 이 비율이 62.9%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주환 연구원에 따르면 노동자 본인은 취업자에 속한다고 판단하지만, 사측이 사회보험을 신고하지 않는 등 미등록한 경우가 많아 두 결과 수치에 차이가 생긴다.

이주환 연구원은 “다른 광역시도보다 낮은 사회보험 가입률만 따져도 서울지역 제조업 노동자들이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며 “서울시는 창업이나 새로운 고용 창출에 열을 올리고, 기존 일자리 개선은 뒷전”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서울 ‘비공식 노동’, 다른 광역지자체 보다 많아

이주환 연구원은 “주얼리센터, 제화 아카데미 등 서울시 지원으로 보석가공이나 봉제·제화 기술을 익혀 도심제조업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이 많지만, 열악한 노동조건 탓에 쉽게 이탈한다”라고 지적했다. 기존 일자리 질을 높이지 않으면 서울시의 신규 일자리 확대 정책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이다.

도심제조업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서울시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까. 관련 노조와 연구자들은 제조업 지원사업에 사업주협회 등 사업주단체만 참여시키는 서울시 정책을 시급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 김정봉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주얼리분회장이 12월 8일 ‘도심제조업 노동조건 실태와 지원정책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최소한의 사회 보호장치이자 당연한 노동자 권리인 사회보험 가입이 사용자 거부와 행정당국 방치 탓에 가로막혀 있다. 사용자가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행정지도와 명령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향주

서울시 제조업 지원사업을 사업주단체가 주도하니 지자체의 도움이 가장 절실한 노동자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은 노동조합·공제회 같은 노동자단체가 서울시 제조업 정책사업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도심제조노동조합연석회의 등은 서울시가 ‘비공식 노동 해소’를 노동정책과 제조업 발전사업의 기본방향으로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주환 연구원은 이 밖에 ▲노사정 협의로 단가·노임 표준화 ▲노동 이력 증빙 제도 도입 ▲집적지에 맞춤형 쉼터·상담공간 마련 등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서울 도심제조업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강력한 행정 집행 요구가 쏟아졌다. 김정봉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주얼리분회장은 “서울시는 주얼리 산업 육성 명목으로 사업주들에게 여러 지원을 하고 있지만, 사용자 불법행위에 따른 노동자 피해에 눈을 감는다”라고 비판했다.

김정봉 노조 주얼리분회장은 “사용자들이 세금 회피 등 목적으로 종로의 대다수 주얼리 노동자를 ‘있지만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라고 폭로했다. 김 분회장은 “최소한의 사회 보호장치이자 당연한 노동자 권리인 사회보험 가입이 사용자 거부와 행정당국 방치 탓에 가로막혀 있다. 사용자가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행정지도와 명령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사정 협의체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정봉 분회장은 “영세사업장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서울형 고용보험’의 확대 등 주얼리 산업 노동환경 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서울시와 안정적으로 논의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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