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의 도시 포항. 버스를 타고 포항에 들어서면 철강산업의 대표주자인 포스코 공장이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철강산업단지의 지도를 보고있자면 한 쪽 면이 모두 ‘포스코’라고 적혀 있을 만큼 규모 자체도 상당하다. 규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포항의 지역경제는 포스코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항에는 3년 여의 시간동안 투쟁을 하고 있는 장기투쟁사업장이 2곳 있다. 바로 진방스틸과 DKC. 포항을 찾아간 16일, 진방스틸과 DKC의 노동자들은 포스코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었다. 왜 포스코인가?

“진방스틸, DKC 문제는 포스코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진방스틸과 DKC의 탄압 양상은 많이 닮아있다. 진방스틸 노동자들의 싸움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사측은 일방적인 배치전환을 시작으로 같은 해 6월 1차 정리해고, 11월 2차 정리해고를 자행했다. 2008년 12월 3일부로 단체협약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DKC 사측도 2008년 3월 일방적 배치전환을 시작으로 진방스틸과 비슷한 시기인 12월 단체협약을 해지했다. 이후에도 직장폐쇄,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 회유, 조합원 정직, 해고 등 각종 징계 남발까지.

두 회사의 목적은 분명하다. 노조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 금속노조 포항지부(지부장 황우찬)와 진방스틸, DKC지회 노동자들은 오랜 싸움에 조합원이 줄어들기도 하고 생계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단 한 명이 남더라도 끝까지 민주노조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 16일, 포스코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에 대한 차별철폐와 진방스틸, DKC의 노조탄압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대회가 포항 포스코 본사 앞에서 진행됐다.

진방스틸은 건설사업에 사용되는 강관, C형강 등의 철강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데, 자재를 포스코에서 사서 제품을 만든다. DKC는 스테인레스 후판 제작 업체다. 생산제품은 석유화학, 건설, 원자력발전소, 담수화설비 등에 사용된다. DKC는 현재 포스코와 독점 계약을 맺고 있는 국내 유일의 스테인레스 후판 전문 생산업체로 국내 시장 점유율이 75%에 달한다. 두 업체 모두 포스코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 그렇기 때문에 지부와 지회 모두 두 회사에서 자행하고 있는 노조탄압에 포스코가 깊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아니, 설령 포스코가 연관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포스코가 자재 판매 등으로 압박을 가한다면 얼마든지 회사를 움직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진방스틸과 DKC는 장치산업, 즉 각종 대규모 생산설비를 설치해서 생산을 하는 산업이다. 그러다보니 공장 문을 닫는다는 것은 설비 자체의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회사가 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가 아무리 노조를 없애고 싶어도 자기 자본을 모두 잃으면서까지 할 수는 없죠. 그런데 지금 사측의 행태를 보면 회사 문을 닫는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해보겠다는 건데, 뭔가 다른 대안이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란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부는 두 자본의 향후 계획까지 보장해줄 수 있는 거대 자본이 뒤에 있다는 의혹을 더욱 강하게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무노조 포스코 왕국

포스코는 삼성과 함께 대표적인 ‘무노조 재벌사’다. 물론 노동조합이 있기는 하다. 10여명 남짓의 이른바 ‘유령노조’. 포스코는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조합, 금속노조에 가입한 노동조합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강력한 무조노 정책을 회사 내외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에는 4만 여명의 노동자가 있다. 그 중 1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협력하청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다. 하청업체는 자신들이 포스코에서 일하도록 넣을 수 있는 노동자의 수를 1년 마다 계약한다. 하청업체는 몇 명을 배당받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이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포스코 자본의 요구에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포스코아, 포스코개발 등 단지 내 3분의 1이 포스코 자회사다. 포스코 내부의 노무관리 방식 그대로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 자회사가 아니더라도 철강산업단지에 위치한 사업장들은 대부분 포스코에 자재를 납품하거나, 포스코에서 제품을 사서 가공 후 판매하고 있다. 포스코와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업체는 거의 없는 상황.

▲ 포스코 포항제철소 모습.

포항 지역에도 몇 년 전까지는 철강산업단지 내에 금속노조 사업장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노조를 탈퇴하라는 온갖 압력과 회유로 많은 사업장이 노조를 탈퇴했다.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자재나 물량을 주지 않는 등 탈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 지부는 포스코에서 여전히 철강관리공단 사장 모임, 협력업체 및 연관업체 노무담당자 모임 등을 진행하면서 포항 전체의 노무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한다.

포스코가 주변 공단 사업장의 노조까지 철저히 관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우찬 지부장은 포스코 자본은 외부의 노조 설립 분위기가 내부로까지 퍼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한다. 내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사이에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특히 정규직의 55% 정도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고 1년마다 재계약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비정규직 사이에서 노조에 대한 열망,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터져나오는 불만들이 주변 사업장의 노조 활동에 자극을 받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지부는 내년 복수노조가 허용됨에 따라 포스코 내부에서도 다양한 움직임이 생길 것이고, 노조 설립에 대한 요구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철저한 노무관리를 자랑하는 포스코에서는 이미 2006년 복수노조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다는 소리도 전해진다.

포스코를 상대로 한 싸움, 1명 남아도 끝까지 간다

“포스코는 해결할 힘이 있어요. 그러니 포스코가 나서서 진방, DKC 문제 해결하라는 것이고, 최소한 그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까지 포스코 앞에서 시끄럽게 하면서 괴롭힐 수 있어요” 황 지부장은 몇 천명 대규모 인원이 모인 집회를 하지 못하더라도 10명만 있어도 플랜카드 걸고 1인시위 하면서 포스코랑 끝까지 싸울 거라고 얘기한다.

▲ 진방스틸과 DKC 노동자들은 직장폐쇄, 정리해고, 단협해지 등 노조 말살을 위한 사측의 탄압에 맞서 3년여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진방스틸과 DKC의 싸움은 두 자본이 아닌 포스코를 상대하는 싸움이다. 지역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 포스코를 움직이지 않는 한 해결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부의 판단이다. 지부는 이 싸움이 “개별 자본의 노조 무력화 시도가 아닌 포스코 자본을 중심으로 한 지역 총자본의 노동탄압 공세”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번 싸움은 포기할 수도, 밀릴 수도 없다. 황 지부장은 포스코의 자본력과 정보력을 상대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알고 있고 노조를 빼앗길 수 없다는 양심을 지키기 위해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간존중 포스코, 이 문구 속에 노동자는 없다. 포스코 자본을 상대로 한 포항 노동자들의 한 판 싸움은 자기 목소리를 당당히 내는 노동자가 진정한 인간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끝까지 간다” 이것이 노동자의 저력이고, 자존심이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