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포항지부 동림지회 장두석 조합원은 지회장이다. 박영훈 조합원은 부지회장이고 최종락 조합원은 사무장이다. 강성운, 오승협, 황영만, 김성숙 조합원은 각각 지회 조직부장, 노안부장, 교선부장, 회계감사를 맡고 있다.

금속노조 조합원은 이렇게 일곱 명이 전부다. 조합원 모두 노조 간부다. 복수노조 아래에서 소수노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작은 노조’이기도 하다.

교섭권을 빼앗긴 소수노조는 고달프다. 이 고달픔에 서럽다. 집회 참가도 파업과 농성도 적은 인원이 집행하기는 힘에 부친다. 조합원이 적다고 사업비가 적게 드는 것도 아니다. 조합원이 적으니 조합비가 적다.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어렵게 만든 노동조합을 사측 이간질에 포기하고 빼앗길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동림지회 일곱 간부이자 일곱 조합원은 다가올 교섭 창구 단일화를 앞두고 다수 노조 지위를 되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동료 등에 칼 꽂는 복수노조

동림 노동자들은 용광로의 쇳물이 튀지 않도록 하는 슬러그 진정제를 만들어 포스코에 납품한다. 4조 3교대로 일한다. 종이와 철 찌꺼기, 무연탄 등을 혼합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분뇨 냄새 같은 악취와 분진이 대량 발생한다. 일이 고되다고 임금이 다른 사업장보다 높은 건 아니다. 최저임금에 가깝다. 회사는 툭하면 더 좋은 회사 있으면 거기로 가면 될 거 아니냐고 한다.

평균연령 50대 초반의 노동자들은 2018년 12월 4일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회사에 교섭을 요구했다. 상견례를 하고 임시 단체협약을 회사에 건넸다. 현장 현안도 회사에 얘기했다. 회사는 묵묵부답이었다. 포스코와 계약 등을 핑계로 댔다. 지회는 파업과 농성을 벌였다. 그러자 기업노조가 들어섰다.

“노조를 만들면 서광이 비칠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렇지는 않더군요.” 장두석 지회장은 노조를 만들었지만, 사측이 조합원들을 역차별하자 막막해졌다. “의기투합해서 불같이 일어나 노조를 만들었지만”, 모든 것이 녹록하지 않았다. 노동조합 활동 한번 한 적 없는 조합원들이었다. 노조만 만들면 다 되는 줄 알았지만, 길은 이제 시작이었다.

장두석 지회장은 사측이 기업노조를 만들었다는 소리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한다. 기업노조는 차장으로 승진한 조업팀장이 지회 조합원 다섯 명을 빼가서 열 명으로 만들었다.

▲ 금속노조 포항지부 동림지회 일곱 간부이자 조합원들에게 물었다. 왜 노동조합을 하느냐고. 각자의 이유는 달랐지만, 끝은 하나의 대답이었다. “노동자는 언제든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은 노동자의 잘못이 아니라 사용자의 탐욕 때문이다”라고. “그러니 노동자가 의기투합하면 현장을 바꿀 수 있다”라고. 사진 왼쪽부터 김성숙 회계감사, 박영훈 부지회장, 황영만 교선부장, 오승협 노안부장, 최종락 사무장, 장두석 지회장. 포항=박재영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함께 뭉쳐 투쟁하면 더 나은 노동력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데, 왜 기업노조로 갔을까. 장두석 지회장은 등에 칼을 맞은 것 같았다고 했다. 말 그대로 공황 상태가 왔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파업 대체 인력 일용직 투입했지만, 무혐의

회사는 포항시로부터 악취 배출 문제로 2019년 8월, 10월 두 차례 경고와 연말까지 시설개선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회사는 야간이나 비가 올 때, 바람이 주거밀집지역과 반대 방향으로 불 때를 이용해 시설을 가동했다. 불시 점검에 대비해 정문에 CCTV와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민원에 따른 단속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포항시청은 동림을 포함한 철강산업단체 업체들과 악취 방지시설 설치협약을 맺고 자금의 90%를 지원했다.

노조 동림지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시가 가동을 중단해야 할 업체에 오히려 상을 주고, 사용자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노조를 승인했다”라며 규탄했다. 동림은 포항시청의 지원으로 악취를 줄이는 설비를 설치했으나, 악취가 줄어든 것뿐이라 주민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회는 계속해서 사측에 임금과 복지, 분진·악취 문제 해결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지회를 만들었을 때부터 뚜렷한 반응이 없었다. 지회는 회사가 노조 설립에 어떻게 대응할지 몰랐을 것이라고 한다. 회사는 노무사를 채용하고 노조 탄압을 시작했다.

지회는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사측은 지회 몰래 대체 인력을 투입했다. 분진 청소업무를 위해 고용한 일용직 노동자들을 대체 인력으로 생산업무에 투입했다. 증거를 모아 노동부에 신고했다.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났다. 지회는 사측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 10건을 고발했다. 이 역시 모두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노동부는 사측 편이었다.

“다수노조 회복한다”

2019년 3월부터 교섭에 돌입한 지회는 사측이 무성의로 일관하자, 7월 17일 전면 파업을 벌였다. 지회는 9월까지 부분파업을 벌이다가, 아예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부분파업과 농성이 길어지자 지회 팩스로 다섯 장의 탈퇴서가 날라왔다. 곧이어 기업노조가 들어섰다.

노조 동림지회는 설립하고 이룬 성과가 많다. 노조를 만든 2018년 겨울 성과급을 따냈다. 처음 받아본 성과급에서 투쟁기금을 걷었다. 노조로 뭉쳐서 이룬 성과는 노조를 강화하는 데 쓰이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적지만 2018년, 2019년 임금을 올렸다. 회사가 퍼트린 “금속노조 하면 회사가 망한다”라는 유언비어처럼 회사가 망하지 않았다. 노조 만들어서 “잃은 것은 저임금이요 얻은 것은 노동조건 개선”이었다.

노조 동림지회는 긴 싸움 끝에 2020년 3월 26일 교섭을 재개했다. 5월 29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2021년 3월 31일 단협 유효기간이 끝나면,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지회는 기업노조로 넘어간 동료를 다시 금속노조로 돌아오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기업노조로 가면서 틀어진 관계를 되돌리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지회 일곱 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왜 노동조합을 합니까?”

일곱 간부이자 조합원들에게 물었다. 왜 노동조합을 하느냐고.

각자의 이유는 달랐지만, 끝은 하나의 대답이었다.

“노동자는 언제든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은 노동자의 잘못이 아니라 사용자의 탐욕 때문이다”라고. “그러니 노동자가 의기투합하면 현장을 바꿀 수 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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