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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정밀 노동자들, 강릉에 금속노조 우뚝 세웠다[사람과 현장] 폐업 시도·노조파괴 탄압 뚫고 전진하는 신일정밀지회
박재영 편집국장, 사진=변백선, 편집=신동준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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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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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신일정밀지회 조합원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했다. 대표이사가 긴급한 경영상의 이유가 아니라 경영철학이 훼손당했다며, 지난 9월 18일 갑자기 폐업을 공고했기 때문이다.

민신기 대표이사는 “법을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된다”라는 신념으로 회사를 경영해 왔는데, 노동조합이 근로감독관과 함께 회사 여기저기를 살피고 다니더니 자신을 산업안전보건법 수십 건을 위반한 범법자로 만들려 한다고 항변했다.

민신기 대표이사는 폐업 공고문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도 없었다.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법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 왔지만, 본인의 신념과 경영철학이 부서지는 고통을 겪으면서 폐업을 결심하게 되었다”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민 대표의 항변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민 대표가 주장하는 경영철학 훼손 사건은 고용노동부 강릉지청이 현장 안전점검을 시행한 지난 8월 11일에 일어났다.

회사는 지회가 여러 차례 작업장 환경 개선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지회가 베어링 연마에 사용하는 썩은 절삭유에서 발생하는 악취 문제 해결을 요구하자, 회사는 마스크 착용을 내세웠다.

회사는 절삭유가 피부에 닿아 피부병을 일으키자 팔에 토시를 끼고 일하면 된다고 했다. 지회가 보여준 작업장 사진을 보면 작업장 바닥은 온통 절삭유로 범벅이 되어 찌들어 있었다.

   
▲ 민신기 대표이사는 폐업 공고문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도 없었다.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법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 왔지만, 본인의 신념과 경영철학이 부서지는 고통을 겪으면서 폐업을 결심하게 되었다”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민 대표의 항변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 제공

신일정밀 노동자들은 일상다반사로 허리와 다리, 손가락 등을 다쳤다. 사측은 사고가 나면 중대 재해로 이어지는 크레인 오작동까지 방치했다.

회사는 대책이라고 내놓은 개인 보호구 착용을 위반하면 복무규율 위반으로 징계하겠다며, 적반하장 으름장을 놓았다.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일하다 다치면 공상 처리하거나, 개인 연차를 사용해 치료했다.

노동부 강릉지청은 8월 11일 수십 건의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지시를 내렸다. 근로감독관들은 “올해는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한 불시 근로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알려주며, 사전예방조치를 당부까지 했다.

한 달쯤 지난 9월 16일 강릉지청 근로감독관들이 시정지시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일정밀을 다시 방문했다. 현장은 그대로였다. 강릉지청은 어쩔 수 없이 회사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을 통지했다.

회사가 산안법을 위반해 적발된 사례는 처음이 아니었다. 민신기 대표는 지난 2013년 산안법을 위반해 불구속으로 기소됐다. 2013년에 이어 올해 근로감독을 위해 신일정밀을 찾은 감독관은 “어떻게 2013년과 하나도 바뀐 게 없느냐”라며 혀를 찼다고 한다.

손재동 금속노조 신일정밀지회장은 “올해 공상처리를 제외하고 벌써 10여 건의 산재가 발생했다”라고 증언했다. 금속노조가 현장 안전점검을 한 결과 200여 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적발했다. 노동부 강릉지청이 적발한 위반 건수도 40여 건에 이르렀다.

강릉에 나타난 노조파괴 컨설팅 범죄자

신일정밀 경영 고문 이강훈 노무사. 이 씨는 창조컨설팅 인맥이다. 14개의 노조를 파괴한 창조컨설팅 노무사 김주목과 인연이 있다. 이강훈은 신세계 계열사 노조 설립 원천 차단 전략을 컨설팅해 준 범죄를 저질러 2013년 1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직무정지 징계를 당했다. 지회는 신일정밀 노사갈등의 배후로 이강훈 노무사를 지목했다.

한국노총 신일정밀 노조는 2013년 3주 연속 주말마다 퇴근 뒤에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노조가 2011년에 2015년까지 5년 치의 임금교섭을 미리 합의한 상태였다. 회사 매출과 비교하면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턱없이 낮았다.

회사는 게다가 노조가 없는 자회사인 신일SR로 물량을 넘기려 했다. 회사는 노조에 이미 임금협상이 끝났다며 노동자의 요구에 귀를 막았다. 회사가 막무가내로 버티자 차츰 노조 투쟁 동력이 떨어져 갔다.

노조 위원장마저 급기야 사측 회유에 넘어가 아무런 성과 없이 투쟁을 끝냈다. 노조 위원장은 투쟁을 접고 퇴사하면서 회사로부터 위탁업무를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반면 노조는 노사협의회 수준으로 약해졌다. 노조가 2013년 임금인상 투쟁에서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낸 시점에 이강훈 노무사가 등장했다.

   
▲ 자주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은 노동조합을 보며 “이게 과연 노동조합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손재동 지회장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열악한 노동환경을 이대로 놔둔다면 후배들이 힘들겠다”라는 사명감으로 노조 선거에 출마해 2019년 5월 위원장에 당선됐다. 사진=변백선

이강훈 노무사는 경영 고문이지만 회사에 자문 의견을 제시하는 일반 고문이 아니었다. 이 씨는 직접 현장을 돌며 관리했다. 노동자 부서배치는 물론, 트집을 잡아 근무 태만이라고 지적하며 노동자에게 문답서나 사실확인서를 요구했다.

이 씨는 지회장이 현장을 다니는 일상 행동에 대해서조차 근무시간에 노조 활동을 했다며 문답서를 보냈다. 회사는 이렇게 남발한 문답서를 조합원을 징계하는 근거로 사용했다.

신일정밀은 2014년에 상여금 600%를 기본급화했다. 2016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임금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노조는 56세가 되면 임금 15%를 깎고 57세 10%, 58세 10%를 깎는 임금피크제에 합의했다.

노동자들은 높아가는 숙련도에 반해 줄어든 임금을 받았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저임금이 문제였지만 30년, 40년 일한 노동자들은 큰 상실감을 겪어야 했다. 조합원들은 노조 집행부를 탄핵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회사는 노조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노조가 아무리 요구해도 소용없다는 현실을 조합원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다. 회사는 2019년 10월, 1~3년 차 직원의 기본급을 올렸다. 임금인상은 노사가 임금교섭을 통해 결정해야 하지만, 회사는 노조와 한마디 상의 없이 인상했다.

임금이 올랐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회사가 노사관계의 근본을 부정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임금을 올려주든 임금을 깎던, 그건 회사 마음이다”라는 메시지였다.

교섭 중 사무장 정직, 지회장 징계 예고

고 민병갑 회장은 회사를 세우면서 ‘믿음이 제일이다’라는 의미로 사명을 ‘신일정밀’로 지었다고 한다. 사훈도 ‘믿음’이다. 민병갑 회장은 노조에 우호적이었다. 2000년 노조를 세울 때 창립식에 참석해 “대한민국 최고의 노동조합이 되길 기원한다”라고 격려했다.

사측이 노조파괴 범죄를 저지른 이강훈 노무사를 위촉 채용하면서 노사갈등이 커졌다. 회사는 이후 더욱 노동자를 불신하며 노동자를 착취했다.

회사는 올해 임단협 교섭 중에 노조 측 간사인 용석일 사무장을 1개월 정직 처분했다. 사측 관리자와 실랑이를 벌인 일이 관리자 폭행으로 둔갑했다. 손재동 지회장은 교섭 자리에서 회사를 협박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임단협이 끝나면 인사 조처하겠다는 징계 예고 공문을 받았다.

   
▲ 한국노총 신일정밀 노조는 금속노조로 조직 형태 변경을 결의했다. 노조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면서 금속노조로 상급 단체를 바꿔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높은 상태였다. 신일정밀 노조는 올해 8월 19일 임시총회를 열어 금속노조로 조직 형태 변경을 결정하고, 2020년 임단협 결렬 시 쟁의행위 돌입을 결의했다. 지회가 9월 23일 임시총회를 열고 있다. 지회 제공

회사는 지회장이 회사를 협박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회사가 교섭 기간에 노조를 협박하고 있다. 지회는 이강훈 노무사가 “강성인 금속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라며 경영진에게 노조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본다.

손재동 지회장은 자주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은 노동조합을 보며 “이게 과연 노동조합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손재동 지회장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열악한 노동환경을 이대로 놔둔다면 후배들이 힘들겠다”라는 사명감으로 노조 선거에 출마해 2019년 5월 위원장에 당선됐다.

손재동 지회장은 당선 직후 노동 3권을 실현하는 노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임금피크제에 서명한 전 위원장을 제명했다. 전 위원장 제명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손 지회장은 사측에 이제 노동조합이 변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상징적인 조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신일정밀의 노사관계는 ‘일방’ 그 자체인 상태였다. 회사는 노동자 임금과 근무환경에 아무 관심이 없고, 노동자의 요구를 무시했다. 지금까지 노조 위원장이라는 사람은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임단협에 서명하기 바빴다.

한국노총 신일정밀 노조는 금속노조로 조직 형태 변경을 결의했다. 노조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면서 금속노조로 상급 단체를 바꿔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높은 상태였다. 신일정밀 노조는 올해 8월 19일 임시총회를 열어 금속노조로 조직 형태 변경을 결정하고, 2020년 임단협 결렬 시 쟁의행위 돌입을 결의했다.

금속노조로 다시 시작하다

지난 9월 3일 밤사이 태풍 마이삭이 강릉을 강타해 신일정밀 3공장 외벽이 무너졌다. 끊어진 전선이 그대로 방치되는 등 위험한 상황이었다. 회사는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일해도 되지 않냐며 작업을 강행하려 했다.

손재동 지회장이 작업중지를 요구해 그나마 한 시간가량 작업을 중단하고 현장을 점검한 뒤 안전조치를 취했다. 아침마다 형식상 안전회의를 열지만 사고 발생에 대응하는 매뉴얼은 없었다.

사측은 여전히 전환배치를 강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10명 이상 전환배치를 한 적이 없었다. 회사는 협의 없이 용석일 사무장을 혼자 기계 다섯 대를 맡아야 하는 자리로 배치했다. 지회는 노조 전임자가 없다. 팀장이던 전전 위원장이 부서 일을 하면서 노조 일을 할 수 있다며 전임자 시간을 회사에 반납했다.

현재 단체협약에 따르면 직무 전환배치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본인 의사를 존중한다’라고 되어 있지만, 회사는 “네 말을 듣고 내 마음대로 결정하겠다”라고 말한다. 지회가 교섭에서 단협에 따른 공정한 전환배치를 요구하자 회사는 “본인 의사만 물으면 되지 수용할 필요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 회사 폐업 공고에 조합원들은 더 단단하게 뭉치고 있다. 지회는 지난 9월 23일 임시총회를 열고 95.4%의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금속노조로 다시 시작하는 신일정밀지회에 어느 때보다 많은 지지와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이 신일정밀 조합원과 함께 2020년 임단협 투쟁 승리를 결의하고 있다. 지회 제공

사측은 고작 2.9%의 임금인상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기본급을 동결하자고 한다. “노후 기계를 바꿔야 하는데 영업이익에 이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다.” “경쟁사의 할인정책으로 경영이 어렵다”라며 죽는소리를 한다.

신일정밀은 2016년에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경영 비밀이라며 회사 운영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비밀에 부치기 시작했다. 지회는 회사가 매년 수십억 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회는 노조파괴 노무사인 이강훈 경영 고문이 물러나야 노사갈등의 매듭을 풀 수 있다고 보고 해촉을 요구하고 있다. 손재동 지회장은 “임금을 올려야 하지만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더 많이 쓰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손재동 지회장은 “노조만 살자는 게 아니다. 회사와 노동자가 함께 살자고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빨리 폐업 공고를 철회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손 지회장은 “금속노조와 시민단체들과 연대해서 지회의 요구를 관철하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회사 폐업 공고에 조합원들은 더 단단하게 뭉치고 있다. 지회는 지난 9월 23일 임시총회를 열고 95.4%의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금속노조로 다시 시작하는 신일정밀지회에 어느 때보다 많은 지지와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민신기 신일정밀 대표이사는 10월 5일 사임을 발표했다. 최종순 신임 대표이사는 폐업 철회 의사를 밝혔다. 지회는 10월 7일 첫 파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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