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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장, 내 옆에 비정규직이 있다”[사람과 현장] 일상의 차별 거부하고, 사내하청분회 조직해 함께 가는 서연씨엔에프지회
박재영 편집국장, 사진=변백선, 편집=신동준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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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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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단지 연대의 대상을 넘어 노동자로서 운명을 함께한다. 비정규직의 저임금은 정규직의 임금 상승 조건이 아니라 자본의 이윤 증가일 뿐이고, 비정규직의 증가는 결국 정규직의 일자리를 위협할 뿐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투쟁할 때 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파업을 벌이면 반드시 승리한다. 정규직의 파업에 비정규직이 공동파업으로 호응하면 자본은 속수무책이 된다. 코로나 19 세상에서 연대의 의미는 흩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노동자의 생존을 건 투쟁에서 연대는 뭉치는 것이다. 이렇게 단결과 연대는 노동자의 ‘삶’이 된다.

금속노조 울산지부에 서연씨엔에프지회와 서연씨엔에프사내하청분회가 있다. 서연씨에엔프 노동자들은 울산공장과 아산공장에서 자동차 시트에 들어가는 헤드 레스트와 암 레스트, 시트 패드 등을 생산해 주로 현대자동차에 납품한다.

울산공장에 얼마 전까지 정규직 지회만 있었다. 사내하청분회는 지난 8월 9일 창립했다. 정규직 지회가 먼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사내하청분회 조직을 결의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차별을 더는 묵과하기 힘들었다.

   
▲ 서연씨엔에프 울산공장에 얼마 전까지 정규직 서연씨엔에프지회만 있었다. 서연씨엔에프사내하청분회는 지난 8월 9일 창립했다. 정규직 지회가 먼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사내하청분회 조직을 결의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차별을 더는 묵과하기 힘들었다. 윤성만 서연씨엔에프지회장이 조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울산=변백선

우리 공장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차별과 사내하청 문제를 수수방관한다면 머지않아 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사내하청 문제의 원칙적인 해결”만이 답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상품권 받는 노동자와 김 세트 받는 노동자는 하나다?

서연씨엔에프 정규직 노동자는 명절이 오면 상품권이나 떡값을 받았다. 비정규직 노동자 손에는 하청업체 사장이 주는 김이나 참치 세트가 전부였다. 상품권과 김 세트 가격 차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고 고작 돈 몇 푼에 사람 치사해지기 싫었다. 정규직은 미안했고 비정규직은 서러웠다. 하지만 명절 연휴가 끝나면 매일 얼굴 맞대고 일할 동료들이라 서로 불편함 없이 지내는 게 더 중요했다.

2019년부터 물량이 늘었다. 지회는 사측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요구했지만, 거부했다. 회사는 도급 확대 전환을 통해 늘어난 생산량을 감당하면서 불법 파견 문제도 해결하려 했다.

사측은 “노조 조합원들은 손대지 않겠다. 하지만 2020년부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계속해서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요구하면 조합원들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하겠다”라고 협박했다. 교섭 끝에 물량 합의서만 받아낸 지회는 ‘회사에 밀렸다’라는 생각과 함께 사내하청 노동자를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 이영진 서연씨엔에프사내하청분회장은 지난 6월에 작업 도중 손가락을 다쳤다. 다쳤는데 계속 일을 하자니, 막막했다. 이영진 분회장은 “다친 것도 서러운데... 편의점에서 일해도 여기서 받는 임금보다는 더 받겠다” 싶은 생각에 잘릴 각오를 하고 산재 신청을 했다. 그러던 중 정규직화 투쟁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믿을 만한 친구들과 함께 결국 분회장까지 맡으며 앞장서고 말았다. 이영진 서연씨엔에프사내하청분회장이 분회 결성 과정을 전하고 있다. 울산=변백선

두 번의 임금 삭감, 바늘구멍 같은 정규직화도 막혀

사측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두 번 삭감했다. 사내하청에서 도급으로 전환하면서 상여금이 없어졌다. 올해 주간 연속2교대제를 시행하면서 또 한 번 임금이 줄었다. 10·10 근무제에서 8.5시간 근무제로 노동시간이 바뀌면서 임금을 줄였다. 때마침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시급 수준의 임금은 더 줄었다. 정규직은 대체로 임금을 보존 받았다.

이영진 서연씨엔에프사내하청분회장은 지난 6월에 작업 도중 손가락을 다쳤다. 다쳤는데 계속 일을 하자니, 막막했다. 이영진 분회장은 “다친 것도 서러운데... 편의점에서 일해도 여기서 받는 임금보다는 더 받겠다” 싶은 생각에 잘릴 각오를 하고 산재 신청을 했다.

그러던 중 정규직화 투쟁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믿을 만한 친구들과 함께 결국 분회장까지 맡으며 앞장서고 말았다.

회사는 그동안 임단협이나 회사 현안에 관한 노사 합의가 있는 경우 보통 2년에 한 번꼴로 사내하청 노동자 두세 명을 정규직화해왔다. 하지만 회사는 관행을 깨고 정규직 전환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그렇게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모든 잡일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일해왔다. 그런데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무너졌다. 이영진 분회장은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동료들과 불법 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나섰다.

전원 비정규직화 VS 전원 정규직화, 빼앗아 먹던 빵을 돌려주는 일

지회는 사측이 도급 전환과 함께 1공장은 정규직 공장으로 2공장은 비정규직 공장으로 나누려 한다고 보고 있다. 정규직 공장과 비정규직 공장으로 분리해 차츰 비정규직 공장으로 물량을 몰아주다 결국 모든 공장을 비정규직화하는 것이 사측이 노리는 수라고 내다 본다.

   
▲ 윤성만 지회장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나 집회에 나가면 너도나도 비정규직 철폐를 외친다. 막상 현장에 가면 바로 옆자리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지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공장의 주인이 되어 같은 임금을 받으며 일한다면 임금이 조금 오르면 어떤가. 차별 없는 공장, 안정된 일자리를 위해 우리가 먼저 실천해보자고 나섰다. 정규직이 함께 나서면 아무래도 비정규직 철폐가 조금은 수월하지 않겠는가”라며 승리를 낙관했다. 울산=변백선

하나의 공장을 정규직 공장과 비정규직 공장으로 나눌 경우 물량을 놓고 노노 갈등이 벌어질 게 뻔하다고 윤성만 서연씨엔에프지회장은 설명했다.

사측의 갈라치기를 통한 외주화 전략에 맞선 지회의 전략은 ‘전 공장의 정규직화’였다. “사내하청 노동자 불법 파견이 명백한 상황에서 모두 정규직 노동자가 된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라고 지회는 생각했다. 그러나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투표해보니 의견은 정확히 50:50으로 갈렸다.

윤성만 서연씨엔에프지회장은 공동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빼앗긴다고 생각하지 마라. 지금까지 우리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빵을 빼앗아 먹었다. 동일노동을 하지만 임금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는 잘못된 일을 원상회복하는 것이다.”

사측이 의도를 관철하면 정규직은 일거리를 잃고 고용을 위협 받는다. 사측이 비정규직을 두세 명이라도 정규직화하던 관례마저 깬 상황에서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임금을 빼앗기게 된다. 격론 끝에 자본 앞에 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힘들어도 우리는 어깨 걸고 함께 간다.”

경고. “사내하청분회 건드리지 마라”

서연씨엔에프사내하청분회 창립식 다음 날 지회는 하청업체 사장들에게 경고했다. “사내하청분회 조합원을 회유하거나 압박할 경우 서연씨엔에프지회는 총파업은 물론 어떠한 투쟁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울산과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지회와 분회가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회사는 검토 중이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회사는 비공식으로 단계별 정규직화를 제안했다.

지회와 분회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지금까지 같이 고생하며 일한 동료들이다. 어떻게 줄을 세우고, 누가 순번 표를 줄 수 있나.” 이영진 분회장은 “무조건 일괄 채용해야 한다”라고 잘라 말한다.

   
▲ 이영진 분회장은 “선전전을 하다가도 내가 노조 활동을 하고 게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번쯤은 우리도 노조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해봤을 거다. 물론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 용기를 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울산=변백선

윤성만 지회장은 분회를 함께 준비하면서 조합원들에게 “회사 회유에 넘어가지 말자”라고 여러 번 당부했다. 윤성만 지회장은 “만약 회사 회유에 넘어가 정규직이 돼 지회 조합원으로 들어온다면 지회는 절대 조합원으로 받지 않겠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금속노조 1사 1노조 원칙에 따라 사내하청 노동자를 지회로 직접 가입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윤성만 지회장은 현실적 이유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윤성만 지회장은 “지회 조합원으로 들어온다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단체협약을 적용받지 못한다. 괴리감이 커질 우려가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설명했다.

윤성만 지회장은 “분회가 독자 단체협약을 체결해 처우부터 개선하며 아직 조직하지 못한 노동자를 조직할 예정이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당연히 1사 1노조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영진 분회장은 분회가 이제 막 시작해서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한다. 이영진 분회장은 “지회가 없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지회 조합원들이 힘내라며 많이 응원해 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연씨엔에프 노동자들의 사내하청 정규직화 투쟁은 서연 자본 안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사측은 대응책을 마련 중인지 아직 대응하지 않고 있다. 울산지역 사업장들은 서연씨엔에프 노동자들의 투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영진 분회장은 “선전전을 하다가도 내가 노조 활동을 하고 게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번쯤은 우리도 노조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해봤을 거다. 물론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 용기를 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윤성만 지회장은 “대의원대회나 집회에 나가면 너도나도 비정규직 철폐를 외친다. 막상 현장에 가면 바로 옆자리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지만, 신경을 쓰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윤성만 지회장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공장의 주인이 되어 같은 임금을 받으며 일한다면 임금이 조금 오르면 어떤가. 차별 없는 공장, 안정된 일자리를 위해 우리가 먼저 실천해보자고 나섰다. 정규직이 함께 나서면 아무래도 비정규직 철폐가 조금은 수월하지 않겠는가”라며 승리를 낙관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는 처지와 조건, 이해관계의 충돌 때문에 공허한 구호로 남기 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연씨엔에프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본의 갈라치기가 만들어낸 이해의 충돌이라는 허상을 뛰어넘어 공동 투쟁을 벌이고 있다. 단결과 연대라는 과정에서 이미 승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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