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이츠가 ‘공장 폐쇄로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게 된 노동자들을 존중하는 자세’로 희망퇴직을 자행했다.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희망 퇴직금이나 청산위로금 등 어떠한 돈도 받을 수 없다는 협박을 덧붙였다.

100여 명의 노동자가 눈물을 흘리며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본사인 게이츠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효율성 개선을 위해 30년 흑자 기업인 한국게이츠 공장을 폐쇄하고 판매법인만 남긴다. 게이츠는 중국 게이츠 부품을 수입해 현대차 등에 판매할 예정이다.

▲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금속노조와 함께 7월 22일 대구시 현대백화점 앞에서 ‘한국게이츠 공장 폐업 철회, AVO카본코리아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대구지역 노동자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대구=박재영

AVO카본코리아는 지난 6월 23일 코로나 19로 경영이 어렵다며, 열세 명의 노동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사측은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았고, 해고 대상자는 모두 금속노조 조합원들이다. 복수노조 사업장인 노조 AVO카본코리아지회는 8년 만인 올해 2월 다수 노조가 됐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금속노조와 함께 7월 22일 대구시 현대백화점 앞에서 ‘한국게이츠 공장 폐업 철회, AVO카본코리아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대구지역 노동자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줄기차게 비가 내리는 가운데 금속노조와 대구 노동자들은 대구광역시청까지 행진하며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대회사에서 “한국게이츠와 AVO카본코리아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 시작이다. 더 많은 사업장에서 악랄한 이윤 착취가 강화될 것이다”라며 “투쟁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갈 길은 없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이름으로 정리해고를 막아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쟁하지 않으면 정리해고 번진다”

김호규 노조 위원장은 투쟁사에서 “무슨 엄청난 비밀인지 한국게이츠와 중국산 자동차 동력전달 벨트의 가격 차이를 알아낼 수가 없다.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고, 소비자에게 국내산 제품 가격을 전가하리라 의심할 수 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 7월 22일 대구시 현대백화점 앞에서 연 ‘한국게이츠 공장 폐업 철회, AVO카본코리아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대구지역 노동자 투쟁 승리 결의대회’에서 채붕석 노조 한국게이츠지회장과 박주현 노조 AVO카본코리아지회장이 투쟁사를 하고 있다. 대구=박재영
▲ 7월 22일 대구시 현대백화점 앞에서 ‘한국게이츠 공장 폐업 철회, AVO카본코리아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대구지역 노동자 투쟁 승리 결의대회’ 마친 조합원들이 대구 도심에서 행진하며 해고와 공장폐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박재영

김호규 위원장은 “한국게이츠와 AVO카본코리아 정리해고를 막지 못하면, 대구의 자본가들은 노동자를 만만하게 보고 구조조정을 더 거세게 밀어붙일 것이다. 그래서 이 투쟁은 단위 사업장의 싸움을 넘어 대구와 금속노조 전체의 싸움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채붕석 노조 한국게이츠지회장은 투쟁사에서 “블랙스톤 투기자본은 31년 동안 고용을 유지했으니 감사하라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를 만만하고 보고 대통령이 와도 안 된다고 한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니 투기자본이 마음대로 노동자를 유린하고 있다”라고 분노했다.

채붕석 지회장은 “남은 조합원 스물일곱 명은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흔들리지 않고 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나서서 투기자본의 먹튀를 해결해 달라”라고 촉구했다.

박주현 노조 AVO카본코리아지회장은 투쟁사를 통해 “사측은 금속노조가 교섭권을 쟁취해 교섭을 요구하자 느닷없이 정리해고를 들고나왔다. 지난 10년 동안 흑자를 낸 기업이 무슨 정리해고인가. 코로나 핑계로 민주노조를 없애려는 목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박주현 지회장은 “노동자가 단결하지 않으면 자본은 언제든 민주노조를 공격한다. 지회 조합원들은 정리해고에 맞서 싸워서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라고 결의했다.

대구 도심에 행진을 벌이고 연 대구광역시청 앞 마무리 집회에서 윤종화 노조 대구지부장은 “단호한 연대와 투쟁으로 구조조정을 분쇄하겠다. 대구지부가 앞장서겠다”라고 결의를 높였다.

“단결하지 않으면 자본은 공격”

한국게이츠는 노동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이번 희망퇴직 패키지는 타사 사례와 비교해 유리한 조건”이라고 떠벌리며 7월 20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하라고 했다. 사측은 “업계 모범 사례에 부합하는 퇴직 및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7월 22일 대구시 현대백화점 앞에서 ‘한국게이츠 공장 폐업 철회, AVO카본코리아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대구지역 노동자 투쟁 승리 결의대회’ 마친 조합원들이 대구 도심에서 행진하며 해고와 공장폐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박재영

한국게이츠지회는 “흑자 폐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 청구에 대비해 강제 해고가 아닌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오는 7월 31일 한국게이츠 대구공장을 폐쇄하면 노동자 147명을 비롯해 협력업체 노동자와 가족까지 2만 6천여 명의 생계가 위협받는다.

AVO카본코리아는 지난 5년 동안 순이익이 세 배 가까이 증가한 흑자기업이다. 사측은 코로나 사태를 틈타 ‘긴박한 경영상 이유’를 들이대며 ‘징계 여부를 기준’으로 금속노조 조합원을 표적 해고했다. 민주노조 활동으로 징계를 받은 금속노조 조합원 열세 명은 오는 7월 31일 정리해고 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번 정리해고 대상자에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폭발사고 화상으로 수개월 동안 산재 치료를 받은 뒤 복귀한 노동자도 포함했다.

한편, 이날 노조 부산양산지부는 부산시청 광장에서 ‘대우버스 울산공장 폐쇄 철회, 베트남 반대, 생존권 사수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까지 행진을 벌였다.

노조 울산지부는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정문 앞에서 ‘현대자동차그룹 불공정거래 박살, 영실· 삼정 고용안정 쟁취, 현대제철 민주노조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 대전충북지부는 이날 네 시간 파업을 벌이고 한온시스템 대전 공장 앞에서 ‘재벌체제 청산, 모든 해고와 구조조정 반대, 임금 삭감·동결 반대, 자본의 경제 위기 노동자 책임 전가 중단, 생존권 사수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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