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최소 466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20년 들어 노동자 다섯 명(5월 21일 기준)이 산재로 사망해 규탄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5월 2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와 사측 자료를 분석한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자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부는 1974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 550개월 동안 매달 0.85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숨졌다고 밝혔다.

현중 산재 사망자는 1970년대 137명, 1980년대 113명, 1990년대 87명, 2000년대 81명, 2010년대 44명으로 나타났다. 70년대 사례는 1974년 7월부터 5년 6개월이 조사 대상이었는데, 산재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노동자 목숨으로 한국 조선산업이 시작, 발전한 셈이다.

1980년대 산재 사망자를 연도별로 보면 1984년에 24명이 숨졌고, 1981년부터 1986년까지 두 자릿수 사망자를 기록했다. 지부는 “1987년 이후 현재까지 연도별 사망자 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라며 “1987년 현대중공업 노조를 세웠다. 노동조합이 산재 예방 역할을 했기에 산재 사망자가 그나마 줄었다”라고 주장했다.

▲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지부가 5월 20일 청와대 앞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자 살인 중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사업주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노조 조직실 제공

현대중 창사 뒤 최소 466명 산재 사망

2000년대부터 원청노동자 산재 사망이 줄어든 반면 하청노동자 사망이 증가했다. 지부는 “2000년대 한국 조선업 현장에 ‘위험의 외주화’로 불리는 현상이 확산했음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 불황에 따른 수주량 감소로 2010년대 산재 사망자 수가 줄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창사 이후 1991년까지 회사 자료를, 1992년부터 2013년까지 회사 자료와 노조 자료를, 2014년 이후는 노조 자료를 토대로 집계했다.

지부는 “1970·80년대 산재 사망자는 원청노동자인지 하청노동자인지 불분명하다. 1990년대부터 원청과 하청 산재 사망자를 별도로 집계했다”라며 “파악한 수치가 이 정도고 실제 산재 사망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중지부는 노조 소식지 등을 통해 확인한 1988년 이후 산재 사망사고 200건을 대상으로 사고 유형을 분석했다. 추락에 의한 사망이 60건으로 가장 많았다. 압착과 협착 유형의 사고가 53건, 충돌이 16건, 폭발·화재로 인한 화상·질식이 12건, 감전사가 5건, 유해물질사고가 2건, 익사가 1건, 매몰이 1건이었다. 과로사한 노동자는 41명이었다.

지부는 “동일 유형의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한다는 사실은 사측이 사고가 발생한 공정·작업장에 대한 예방조치를 소홀히 하고, 안전 강화보다 납기를 맞추기 위한 작업 강행을 반복했음을 뜻한다”라고 강조했다.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5월 20일 청와대 앞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자 살인 중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사업주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창사 이후 최소 466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현중지부 조합원들이 5월 20일 단체교섭 승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현장 순회 집회에서 산재 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지부 제공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지부는 5월 20일 ‘현대중공업 노동자 살인 중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사업주 구속 촉구 기자회견’에서 “기업에 책임을 묻지 않는 구조 때문에 산재 사망사고가 계속 벌어진다”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언제까지 사람 목숨으로 배 지을 건가” 

김용화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46년 동안 현대중공업 안에서 수백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지만, 법인과 대표이사는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기껏해야 벌금형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을 뿐”이라며 한탄했다.

김용화 수석부위원장은 “한국의 자본은 안전을 강화하는 비용보다 사고 처리 비용이 적게 들기에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라며 “노동자가 사고로 생명을 잃으면 회사가 발칵 뒤집히는 현실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산재사고가 사라진다”라고 강조했다.

조경근 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은 “조선업 불황으로 물량이 줄면서 산재 사망과 중대 재해가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만 노동자 네 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라며 “조선업은 여전히 다른 산업에 비해 중대재해율이 높다. 언제까지 사람 목숨으로 메워 조선산업을 유지할 참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문재인 정부 들어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 범위 해제 절차, 심의위원회 운영기준’을 개악했고, 산업안전보건법 ‘고용노동부 작업중지에 대한 규정’도 개악됐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작업중지 범위와 노동부 감독 내용이 축소됐다.

조경근 현대중공업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노동자가 계속 죽는데 고용노동부 울산지청과 공무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소극적이고 형식적인 태도를 보인다. 언제나 회사 편에 서 있다”라고 성토했다.

조경근 지부장은 “노동조합이 노동청에 찾아가 중대 재해가 터졌는데 뭐하냐고 항의를 해야 작업중지를 겨우 내린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조경근 지부장은 “노동자 생명보호에 정부와 노동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산재 사망 관련 현대중공업 사업주 엄중 처벌 ▲조선업종 다단계 하도급 금지 등 ‘국가인권위 간접고용노동자 생명안전 권고’ 노동부 수용 ▲‘중대재해 시 작업중지 명령과 해제 기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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