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현대제철이 순천 단조 공장을 자회사로 분사하겠다고 일방 발표했다.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경영실패를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구조조정이라고 규정하고, 고용과 생존권 사수를 결의하고 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3월 4일 현대제철 순천 단조 공장 앞에서 ‘순천 단조 공장 분사 철회, 비정규직 노동자 생존권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광주와 화순, 광양, 순천 등에서 많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참가해 마치 집회를 방불케 했다.

현대제철은 오는 3월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4월 1일부터 순천 단조 공장을 (가칭) 현대IFC라는 자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가 3월 4일 현대제철 순천 단조 공장 앞에서 ‘순천 단조 공장 분사 철회, 비정규직 노동자 생존권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순천=박귀선

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이번 자회사 분사에 대해 “현대제철은 구조조정을 통해 기술력 부족과 경영 실패를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 꼼수이다”라고 비판했다.

현대제철 순천 단조 비정규직지회는 ▲자회사 전환 중단 ▲연구개발과 투자 확대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제철 산하 사업장의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는 전술로 분사 후 자회사 설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준현 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은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현대차 자본은 ‘경영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순천 단조 공장 매각을 시도하고,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며 노동자들은 내팽개치고 있다”라며 “지금 이 공장은 투자가 필요하다. 이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라고 결의를 높였다.

“한 달에 하루 쉬며 지킨 공장” 

장영석 노조 현대제철 순천 단조 비정규직지회장은 투쟁사에서 “단조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주에 하루, 동료가 일이 있으면 한 달에 하루만 쉬어가며 부족한 기술과 낡은 시설을 오로지 회사에 대한 헌신으로 감당해 왔다”라고 실상을 전했다.

장영석 지회장은 “사측은 한밤중이든 새벽이든 연락이 오면 공장으로 출근했던 노동자들의 생존권마저 외면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장영석 금속노조 현대제철 순천 단조 비정규직지회장이 3월 4일 기자회견에서 ▲자회사 전환 중단 ▲연구개발과 투자 확대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순천=박귀선

윤부식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장은 “순천지역 투쟁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라며 적극적으로 연대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순천 단조 공장은 주로 선박용 엔진 부품을 만들고 있다. 단조 공장은 높은 노동강도와 분진 등 근무 조건이 나쁘기로 유명하다. 현대제철 정규직 노동자 50여 명이 공장을 관리하지만, 직접 생산은 세 개 하청업체 소속 4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5년 SPP율촌에너지를 인수하고 2,300억 원을 투자했지만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금형강 테스트가 계속 실패하면서 개발이 지연되고,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순천 단조공장은 유동자산이 1,976억 원이다. 유동부채 714억 원과 재고자산 1,637억 원을 빼면 부채만 375억 원이 남는다. 현대제철 자본은 결국 자회사를 만들어 부채를 떠넘기고 피해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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