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고 문중원 열사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넘어, 마사회 적폐 청산을 향한 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민주노총은 열사의 죽음에 대해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의 책임을 물으며,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인 마사회가 71년 동안 저지른 부정부패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문중원 열사가 목숨을 끊은 지 72일째 되는 날인 2월 8일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 앞에서 ‘문중원 열사 진상규명·책임자 처벌과 한국마사회 적폐 청산을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 민주노총이 문중원 열사가 목숨을 끊은 지 72일째 되는 날인 2월 8일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 앞에서 ‘문중원 열사 진상규명·책임자 처벌과 한국마사회 적폐 청산을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과천=박재영

민주노총은 대회에 앞서 경마공원 안에 있는 마사회 본관 앞에서 김낙순 회장 면담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항의면담 투쟁을 벌이는 동시에 경마가 열리고 있는 경기장 안에 마사회 비리를 폭로하는 유인물 1만여 장을 뿌리며 김낙순 마사회장 문책을 촉구했다.

김낙순 마사회장은 출장을 핑계로 자리를 뜨고 없었다. 경찰은 차량으로 본관 출입문을 막고 유족과 조합원들을 방패로 밀어냈다. 마사회와 경찰은 지난해 12월 24일에 마사회장 면담을 요구하는 열사 부인의 머리를 발로 차고 목을 조르며 폭행했다.

민주노총은 면담 요구가 가로막히자 마사회 본사 앞에서 약식 규탄대회를 열었다.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마사회가 열사를 모독하고 유족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분노했다. 진기영 공공 수석부위원장은 “교섭 자리에서 마사회에 유가족의 마음을 아냐고 물었다. 마사회는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경남경마공원 숙소 옆에 ‘심리치료실을 만들어 유족들이 치료받게 하겠다’라고 대답했다”라며 분노에 몸을 떨었다.

▲ 민주노총이 문중원 열사가 목숨을 끊은 지 72일째 되는 날인 2월 8일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에서 문중원 열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면담을 시도하고 있다. 과천=박재영

민주노총은 곧이어 전국노동자대회를 시작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마사회는 열사의 죽음에 대해 법률상 책임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자 일곱 명이 죽고, 부정과 비리가 판을 치는 투전판이라는 고발에도 불구하고 마사회를 청렴한 조직이라고 평가했다”라고 규탄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마사회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오는 4월 총선에서 정부의 책임을 심판하고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겠다”라고 경고했다.

열사의 아버지인 문군옥 씨는 유족 발언에서 “죽은 중원이를 보니 이를 악물고 두 주먹을 꽉 쥔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리고 석 장의 유서를 확인했다”라며 유서에 적힌 마사회 비리를 고발했다. 문군옥 씨는 “오죽하면 서울까지 올라와 죽은 자식의 시신을 광화문 길모퉁이에 두고 싸우겠냐”라며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석병수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장은 투쟁사에서 공정 경마라는 목적을 상실한 마사회는 더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석병수 본부장은 “마주가 외국에서 1등할 능력이 있는 20억 원 정도의 말을 사오면, 고객들은 그 말에 배팅하게 돼있다. 그때 마주와 조교사는 기수에게 ‘절대 5등 안에 들어오지 말라’라고 부당경마를 지시한다. 다섯 번 정도 5등 밖으로 밀려나면 고객들은 그 말에 배팅하지 않는다. 마주와 조교사, 마사회 직원들이 그 시점에 그 말에 배팅을 수많은 돈을 챙겨간다”라고 고발했다.

▲ 민주노총이 문중원 열사가 목숨을 끊은 지 72일째 되는 날인 2월 8일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 앞에서 ‘문중원 열사 진상규명·책임자 처벌과 한국마사회 적폐 청산을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과천=박재영

석병수 본부장은 “문중원 열사는 부당경마 지시를 듣지 않고 마사회법대로 최선을 다해 달렸다. 부당 지시를 거부하고 2등으로 들어온 문중원 열사의 삶은 망가졌다. 마주와 조교사는 더는 문중원 열사를 말에 태우지 않았다. 지금 마사회에 공정 경마는 없다”라고 분노했다.

유족과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들은 매주 목요일 헛상여를 매고 청와대로 간다. 매일 저녁 7시에 광화문 시민분향소 앞에서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문중원 열사의 시신은 승합차에 실려 시민분향소 한 쪽 길 위에 44일 넘게 누워 있다.

지난 1월 2일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신년사에서 열사가 숨진 지난해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정진한 해”라고 평가하며 올해 중점 사업의 하나로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꼽았다. 이날은 고 문중원 열사가 마사회 비리를 죽음으로 고발한 지 35일, 냉동차에 실려 광화문 시민분향소에 자리 잡은 지 6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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