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동자가 정치계로 대거 진출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44명의 후보를 배출하고 19명이 당선됐다. 그중 부산북구 가선거구에서 현 노동조합 대표가 당선돼 이목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대우버스 김만종 지회장. 대우버스 현지회장인 김지회장이 구의원 출마를 결심하고 당선되기까지 속내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 6월 9일 부산양산지부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한 김만종 대우버스 지회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리지회장님은 싸워서 진적이 없어요”


지회는 김지회장 구의원 당선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40년 노동자 인생, 지회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싸움닭’이었던 김지회장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인기만점 지회장이다. 그가 싸워서 진 싸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싸움도 김지회장의 한판승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4월 507명 정리해고 싸움에서 지회장은 ‘이기는 싸움’ 하겠다며 조합원들을 모았고, 한달 파업 만에 결국 승리했다. 한 조합원은 정리해고 파업 중 지회장이 뭘 믿고 그렇게 장담하나 하면서 파업현장을 찾았다고 한다. 그때 그가 본 광경은 지회장 아내와 딸과 아들이 모두 조끼를 입고 파업을 동참하고 있던 모습이었다. 가수를 한다는 딸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아내는 조합원들에게 마이크를 들고 호소하고 있었다. 그때 그 조합원은 생각했다. ‘가족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힘이면 뭐든 할 사람이다’라고. 김지회장은 솔직함과 열정으로 주변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김지회장이 구의원에 출마한다고 말했을 때 모두 환영했다. ‘그래 우리 이야기를 해줄 정치인도 필요하다. 일하는 사람, 없는 사람을 대변해줄 노동자가 필요하다’며 지회는 반대한마디 없이 대의원대회와 총회를 거쳐 지회장을 구의원으로 출마시켰다. 그렇게 대우버스지회가 구의원을 출마시켰다.

노동자 대변해줄 정치인 한명 있었더라면…

김지회장은 정치인은 개인의 부와 욕심, 성취감 때문에 출마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동자는 희망을 갖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희망을 만드는 노동자였던 김지회장이 개인의 욕심을 부리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결심한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이야기, 노동자 이야기를 대변해줄 정치인이 없다는 것. “507명 정리해고 투쟁 당시 3일 동안 라면을 먹으니 눈물이 나더라” 하지만 그렇게 처절하고 치열한 공간에 구의원도, 시의원도, 시장도 한명의 정치인도 찾지 않았다. 부산의 중견기업이고, 매년 흑자를 달성하는 건실한 지역 토박이 회사였음에도 노동자들의 생존문제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떠올랐다. 20년 전 대의원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할 때 아내가 전했던 한마디. ‘없는 사람을 위해 일해주세요’. 김지회장은 그 약속을 지키는 길이 정치인이 돼 ‘없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부산 북구 구의원 당선자 대우버스지회 김만종 지회장

조합원과 아름다운 동행 “위대한 조합원, 사랑합니다”


출마를 결심하고, 선거운동을 하고, 당선이 되고, 그리고 지회장으로 다시 선 지금까지. 김지회장은 단 한번도 조합원들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회장이 선거에 출마하면 노동조합 집행 공백은 어쩌나’라는 상식적인 질문이 나올 법도 하지만 지회장은 무작정 조합원들을 믿었다. 잊지 못할 지난해 정리해고 싸움 당시 김지회장은 위대한 조합원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대우버스 조합원 전원을 불러 모아 한 달을 싸웠습니다. 하지만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승리의 표본을 만든 위대한 조합원입니다. 사랑합니다”. 인터뷰 내내 조합원에게 “사랑합니다”라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김지회장의 모습과 지나가던 김지회장에게 조합원들이 뛰어와서 당선을 축하한다고 기뻐하며 악수를 청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동행, 그 자체였다.

노동후보가 부족하다고요? 천만의 말씀!

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노동자가 정치인이 된다는게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질문을 무색케한 김지회장의 답변은 “공장에서 일을 해보고 노동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 일방독주가 아닌 더불어 함께 회의를 진행할 줄 아는 사람이니 더 큰 장점 아니겠습니까. 노동자가 정치하면 더 잘한다는 것을 꼭 보여줄 것입니다!”.
실제 선거운동 과정도 보수정당 후보자들과는 달랐다고 한다. “다른 후보들은 차를 타고 큰 스피커를 틀어놓고 듣지도 않는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하지만 직접 질문하고 설명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걸었다. 하루 종일 만나 주민만 2만명이 넘을 것입니다”.
선거운동 초반에 한 아주머니가 “당신이 당선될꺼야”라고 말했단다. 그런데 선거운동을 하다보니 그게 빈말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김지회장이 출마한 선거구 주민은 5만 여 명, 중소상인부터 독거노인까지 2~3번을 만나니 만나는 사람마다 “이제 한나라당은 싫다”, “이번엔 당신을 뽑겠다”는 진심어린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름도 모르는 새까만 노동자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공장생활로 다져진 건장한 체력이 한 몫 했기 때문이다.

6.2지방선거는 노동계급의 승리다

김지회장이 출마한 후 900여명의 조합원들은 부산 북구 연고자를 찾기 시작했다. 또 한진, 대우정밀, 철도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 역시 부산 북구 연고자를 찾고 김지회장 지지를 호소했다. 선거운동을 하며 길을 걸어가면 지나가던 차가 경적을 울리며 ‘김만종 지지! 5번 지지’를 외쳤다.
조합원들은 “솔직히 지난 선거에서 조합원 중에서도 한나라당 찍는 사람도 많았습니다”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달랐어요. 평소 믿고 따르던 우리 지회장이 민주노동당으로 의원출마를 했으니 당연히 우리 노동자 정당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죠”라며 조합원들은 스스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실천하고 있었다. 이런 지회의 정치 변화를 김지회장은 “이번 선거는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피부로 실감했던 소중한 선거”라고 평한다.

▲ 김만종 대우버스지회장이 6월 9일 부산양산지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다.

대우버스 조합원과 북구주민 두 마리 토끼 잡겠다


김지회장은 10여일 선거운동을 떠나며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다. ‘제가 없는 동안 만약에 조합원동지들의 고용과 생존권이 대두되는 일이생기면 구의원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한걸음에 노동조합으로 복귀해 조합원 동지들을 살신성인 정신으로 지킬 것을 약속합니다’.
그리고 북구주민들에게 약속했다.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농민, 노동자 등 소외 받고 없는 사람을 위해, 나보다 주위사람을 위한 대변인이 되겠습니다’라고.
두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김지회장은 오늘도 바쁘다. 1년여 정년을 앞둔 이 시간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한 임단협 투쟁에 열심이다. 그리고 7월 1일 당원 복을 당당히 입고 구의회로 입성한다.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뛰기 위해.
김지회장은 다음 선거에서도 또 출마할 결심을 갖고 있다. 다음엔 시의원으로. 더 많은 서민들에게 노동자 정치인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살맛나는 부산시를 만들기 위해서다. 김지회장의 욕심이 개인의 욕심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그가 노동자로, 노동조합 간부로, 그리고 선거운동을 통해 보여준 살신성인의 정신과 실천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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