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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20년 참고 참다 터졌다”[사람과 현장] 인간차별과 노조 불인정 맞서는 한국히타치화성분회
박향주 편집국장, 사진=신동준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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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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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직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업무지시, 괴롭힘이 너무 심했어요. 노동조합도, 파업도 처음이지만 조합원 모두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요.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 우리가 옳으니까요.”

금속노조 경기지부 경기금속지역지회 한국히타치화성분회(분회장 김민호)가 8월 21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어느 투쟁사업장이고 절실하지 않은 곳은 없지만, 노동조합 임시사무실에 모인 조합원들의 표정은 결연했다. 조합원들은 한목소리로 “회사에 무시당한 세월이 너무 분하다. 노동조합 지키고, 꼭 파업 승리하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 금속노조 경기지부 경기금속지역지회 한국히타치화성분회(분회장 김민호)가 8월 21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어느 투쟁사업장이고 절실하지 않은 곳은 없지만, 노동조합 임시사무실에 모인 조합원들의 표정은 결연했다. 조합원들은 한목소리로 “회사에 무시당한 세월이 너무 분하다. 노동조합 지키고, 꼭 파업 승리하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안산=신동준

한국히타치화성분회(아래 분회)는 왜 칠십 일 넘게 파업 농성을 벌이고 있을까. 김민호 분회장은 “한 마디로 회사가 자초한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분회장은 “회사가 노동조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하는 수 없이 교섭에 나왔지만, 노조 무시와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금속노조 가입 통보

한국히타치화성전자재료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에 있다. 일본 히타치화성 한국지사로 감광성 드라이필름을 재단, 판매하고 있다. 곽명섭 분회 사무부장은 “감광성 드라이필름은 통신기기와 전자제품의 인쇄회로기판(PCB)에 들어가는 핵심소재”라며 “코리아써키트 같은 영풍그룹 전자부품회사와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에 납품한다”라고 소개했다.

이 노동자들은 지난 3월 31일 금속노조에 가입, 사실을 4월 1일 회사 측에 전달했다. 생산직, 사무직 통틀어 첫 노동조합이다. 생산 공정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 네 명을 포함해 모두 스물네 명, 이 가운데 열일곱 사람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조합원들은 “동료 대부분이 함께 움직여서인지 별다른 걱정은 없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민호 분회장은 “노조가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마침 회사에 통보한 날이 만우절이라 거짓말처럼 노동조합 만들었다면서 괜히 너스레를 떨었다”라며 “이제 우리 목소리를 회사에 당당히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한편 뿌듯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 김민호 분회장은 금속노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기회만 있으면 주변에 꼭 얘기한다. 금속노조에 왜 이제야 가입했는지 후회스럽다”라고 털어놓았다. 김 분회장은 “금속노조가 생기자 관리자들의 괴롭힘이 확실히 줄었다. 존재만으로도 금속노조는 노동자에게 힘이 된다”라며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금속노조가 끝까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산=신동준

노동조합 결성, 즉 단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 권리다. 하지만 노조 혐오와 노조파괴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 가입은 마음먹기조차 쉽지 않다. 조합원들은 금속노조 가입 계기로 사측의 생산직 노동자 차별 문제를 먼저 꼽았다. 김민호 분회장은 “회사는 우리를 무시하기 일쑤였다”라고 분노했다.

“생산직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수시로 벌어졌다. 당사자 의사를 무시한 채 잔업과 특근을 강요하고, 거부하면 인사고과에 바로 불이익을 줬다. 조건이 되어도 생산직은 툭 하면 승진을 누락시켰다. 조합원들은 최소 15년, 대부분 20년가량 히타치에서 일했다. 오랫동안 이 회사를 지켜온 우리를 사측은 동료나 동반자로 대하기는커녕 계속 차별과 무시로 괴롭혔다.”

생산직 노동자에 대한 회사의 차별과 무시

조합원들이 직접 겪은 부당한 사례가 쏟아졌다. 휴일에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다. 법정 공휴일이 주중에 끼어있으면 회사 눈치가 보여 울며 겨자 먹기로 출근했다. 산재 처리가 쉽지 않았다. 재단 작업을 하다 손을 다쳐도 병원 가기가 겁났다.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다음 날 출근했더니 관리자가 작업장 출입을 막았고, 회사 지시로 사무실 책상에 8시간 동안 꼼짝 않고 앉아 있어야 했다.

한국히타치화성 노동자들의 금속노조 가입 사실을 통보받은 사측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곽명섭 사무부장은 “특별한 대응은 없었고 무시 전략으로 나왔다”라며 “4월 1일 노조 가입 통보하면서 단체교섭 상견례를 요구했는데 사측은 정당한 사유 없이 회피했다”라고 꼬집었다.

회사는 금속노조의 꾸준한 교섭 요구에 마지못해 참가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회사 밖에서, 근무시간 외에 교섭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원칙”이라는 견해를 함께 전해 왔다. 김민호 분회장은 “왜 돈을 들여 교섭 장소를 빌려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라고 지적했다. 곽명섭 사무부장은 “절대 금속노조를 인정 않겠다는 사측의 강한 의지로 읽혔다”라고 덧붙였다.

   
▲ 조합원들은 노조 경기지부와 경기금속지역지회에 특별히 고마운 인사를 전했다. 김민호 분회장은 노조 임시사무실로 쓰는 컨테이너를 가리키며, “회사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있었는데, 경기지부가 컨테이너를 설치했다”라고 설명했다. 경기금속지역지회는 분회 운영과 교섭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안산=신동준

화가 나고 어이없었지만, 조합원들은 노동조합 요구를 제대로 알리고, 회사 의견을 들어보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다. 5월 8일 금속노조는 사측 제안대로 18시 사업장 인근에서 사측 교섭위원들을 만났다. 이날 교섭장에 처음 마주 앉은 노사 교섭위원들은 교섭 원칙을 정했고, 8월 8일까지 일곱 차례 교섭을 벌였다.

금속노조는 회사 측에 ▲조합 활동시간 보장 ▲조합비 일괄공제 ▲주간 연속2교대제 시행 등을 요구했다. 김민호 분회장은 “노동조합 인정하고 생산직 노동자 차별 중단하라, 심야 노동하지 않아도 물량 공급에 아무 차질 없으니 주간 연속2교대제 시행하라는 것이 노동조합 주된 요구”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분회장은 “단순한 요구인데 사측은 무리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측, 조합비 일괄공제조차 거부

사측은 회사 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노사 상호 진척한 내용도 다음 교섭에서 번복했다. 사측 교섭위원들은 본 교섭에 나오지 않는 대표이사 핑계를 대고 자신들은 권한이 없다며 무작정 버텼다. “회사는 그냥 교섭장에 나오기만 할 뿐”이라며 곽명섭 사무부장은 회사 태도에 분노했다.

허수아비 같은 교섭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분회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8월 19일 경기지노위는 “조합비 일괄공제와 회사 내 교섭을 받아들이면 조정 기간을 연장하겠다”라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회사는 이마저도 거부했고, 조합원들은 결국 전면파업을 결정했다. 11월 5일로 전면파업 77일째를 맞은 김민호 분회장은 현재 상황이 무척 안타깝다.

“노동조합은 파업하면서도 교섭을 열어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계속 애썼다. 노동조합은 절대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사측이 성실 교섭만 보장하면 바로 현장 복귀하겠다는데, 물러서지 않는다. 우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만 하니……. 안타깝다.”

회사가 얼토당토않은 고집을 부리는 과정에서 ‘직장폐쇄’ 발언이 나왔다. 김진용 대표이사가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다음 카드 알지? 직장폐쇄”라는 말을 뱉었다. 조합원들은 “김앤장 법무법인과 직장폐쇄를 준비하는 듯한 의심이 든다. 쉽게 풀 수 있는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지 답답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 곽명섭 사무부장은 “우리 분회는 조합원 열일곱 명의 작은 사업장이지만, 18만 금속노조는 절대 약하지 않다”라며 “10월 3일 히타치분회 투쟁승리 경기지부 결의대회에 생면부지 사람들이 금속노조 이름 하나로 연대했는데, 조합원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라고 전했다. 곽 부장은 “직접 겪어보니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안산의 다른 사업장들도 하루빨리 금속노조에 가입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안산=신동준

한국히타치화성은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자 김앤장에서 조언을 받기 시작했다. 김앤장은 갑을오토텍, 유성기업, 아사히글라스 등 다수 기업으로부터 상당한 자문료를 받고 노사관계에 개입해 생산현장을 어지럽혔다.

“회사가 김앤장을 끌어들이고 직장폐쇄 운운하면서 조합원들을 자극하는 행태는 금속노조를 의식하고 겁을 먹었다는 증거로 보인다. 노동조합으로 점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노동자들 호의와 배려를 회사는 끊임없이 외면했다. 이제 더 교섭을 구걸하지 말자고 조합원들이 말하고 있다.”

승리 확신에 이어 김민호 분회장은 금속노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기회만 있으면 주변에 꼭 얘기한다. 금속노조에 왜 이제야 가입했는지 후회스럽다”라고 털어놓았다. 김 분회장은 “금속노조가 생기자 관리자들의 괴롭힘이 확실히 줄었다. 존재만으로도 금속노조는 노동자에게 힘이 된다”라며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금속노조가 끝까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너희는 김앤장? 우리는 18만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노조 경기지부와 경기금속지역지회에 특별히 고마운 인사를 전했다. 김민호 분회장은 노조 임시사무실로 쓰는 컨테이너를 가리키며, “회사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있었는데, 경기지부가 컨테이너를 설치했다”라고 설명했다. 경기금속지역지회는 분회 운영과 교섭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곽명섭 사무부장은 “우리 분회는 조합원 열일곱 명의 작은 사업장이지만, 18만 금속노조는 절대 약하지 않다”라며 “10월 3일 히타치분회 투쟁승리 경기지부 결의대회에 생면부지 사람들이 금속노조 이름 하나로 연대했는데, 조합원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라고 전했다. 곽 부장은 “직접 겪어보니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안산의 다른 사업장들도 하루빨리 금속노조에 가입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인간차별과 노조 불인정에 맞서 싸우는 한국히타치화성분회의 일정과 계획이 궁금했다. 김민호 분회장은 “진행해온 일본대사관 앞 1인 시위는 계속할 것”이라며 “회사 태도 변화가 없으면 삼성전자 등 납품사에 찾아가 집회 등을 벌이며 사측을 압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1월 초 일본 본사에 찾아가 따질 계획이다. 노조 국제국 등과 시행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김민호 분회장은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다음 일정을 준비하는 조합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15년, 20년 참고 참다 결국 터진 겁니다. 그러니 쉽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회사는 더 시간 끌지 마십시오. 금속노조 믿고 끝까지 가보자고 조합원들과 약속했습니다. 곧 웃으며 현장으로 함께 돌아갈 겁니다. 순간마다, 고비마다 금속노조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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