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장소변경에 관한]

금속노조 위원장 호소문
 

톨게이트 투쟁 승리를 위해, 민주노조운동의 승리를 위해 대의원 동지들 김천으로 달려와 주십시오!

날 때부터 어른인 사람은 없습니다. 완성한 채로 시작하는 운동은 없습니다. 민주노조도 마찬가지입니다. 30년 전 생판 남인 옆 공장의 파업을 지키겠다며 담벼락을 넘던 노동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금속노조도 없습니다. 이 정신이 오늘의 민주노총을 만든 힘입니다. 이 힘을 우리는 ‘연대’라고 부릅니다.

민주노총은 9월 19일 가장 절박한 연대의 호소에 화답했습니다. 9월 23일 민주노총 69차 임시대의원대회를 긴급하게 서울에서 경북 김천으로 옮겼습니다. 그곳에는 정부에 의해 고용학살을 당한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가 있습니다. 하루밖에 걸리지 않을 대의원대회지만, 100만 민주노총 조합원과 현장을 대표하는 대의원 모두가 김천에 모여 지금 민주노총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이고, 또 톨게이트 노동자의 투쟁이 얼마나 정당한 투쟁인지 세상에 보여주는 행동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 땅 노동자의 연대가 살아있고, 연대의 힘으로 투쟁하며, 투쟁으로 승리하는 진짜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줍시다. 금속노조 소속 민주노총 대의원 동지는 한 명의 예외 없이 김천으로 모여주십시오. 연대의 마음을 품고 참관을 조직해 조합원 동지들과 함께 달려와 주십시오.

처우가 열악해도 원청의 갑질이 야박해도 그저 있는 일자리에 감사하던 톨게이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실상 정규직이었습니다. 사내하청 불법파견, 금속노동자에게 너무 익숙한 이름입니다. 조선소에서, 제철소에서, 완성차공장에서, 우리가 지긋지긋하게 싸우고 있는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똑같은 투쟁입니다. 불법이므로 정규직이라는 대법원판결을 무시하는 사측의 모습도 똑같습니다. 1,500명이 해고통지를 받았습니다. 대우자동차에서, 쌍용자동차에서 우리는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쳤습니다. ‘함께 살자’고 절규했습니다. 지금 김천 도로공사 로비에 갇힌 여성노동자들이 경찰과 구사대의 강제진압 공포 앞에 떨며, “해고는 살인이고 제발 함께 살자”라고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이 목소리에 화답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조가 아닙니다. 이 싸움은 남의 투쟁이 아니라 우리의 투쟁입니다.

도로공사의 주인은 정부입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의 고용주는 사실상 정부입니다. 고용학살의 주범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은 여당 민주당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입니다. 청와대가 내려보낸 사장입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정권이 정작 1,500개의 일자리를 없애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를 공약한 대통령이 정규직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다 떠나서 정부가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임기 내내 재벌·대기업과 거리를 좁히려 안간힘을 쓰던 문재인 권력은 결국 사내하청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 앞에서 자본과 하나가 됐습니다. 누가 재벌이고 누가 정부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톨게이트 노동자의 투쟁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어디에 있고,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자랑스러운 금속노조 조합원 동지들! 현장을 대표하는 대의원 동지 여러분! 9월 23일 하루는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가 우리의 공장입니다. 톨게이트가 우리의 작업장입니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참석에 더해 투쟁지침을 수행하기 위해 공장에 집결하는 각오로 모여주십시오. 동지의 기억 속 첫 파업 날의 떨림과 긴장을 되살려 주십시오. 뜨거운 연대의 의지로 심장을 가득 채워 김천으로 달려와 주십시오. 전국에서 쏘아 올린 연대가 화살처럼 김천에 내리꽂힐 때 톨게이트 투쟁은 승리할 것입니다. 불법파견을 끝장낼 것입니다. 노동법 개악을 막을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지킬 것입니다. 금속노동자가 해냅시다.

2019년 9월 2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김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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