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노사가 자율 교섭으로 결정하는 산별 최저임금을 사실상 부인했다.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6월 18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9차 중앙교섭을 열었다. 교섭은 사측이 ‘질문할 가치조차 없는 제시안’을 내면서 공전했다.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는 이날 교섭에서 법정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전에 금속 산별 최저임금 제시안을 낼 수 없다고 밝혔다. 사용자협의회는 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지부 단체협약에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중앙교섭의 역할과 의미를 부정했다.

▲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6월 18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9차 중앙교섭을 벌이고 있다. 광주=신동준

노조는 사측에 “소탐대실하지 말라. 10차 교섭에서 일괄타결안을 제시하지 않으며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사측 교섭 대표인 박근형 사용자협의회장 직무대행은 “정부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올해 법정 최저임금을 동결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은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법정 최저임금이 윤곽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금속 산별 최저임금 제시안을 낼 수 없다”라고 밝혔다.

박근형 직무대행은 “법정 최저임금 소정근로시간이 209시간인데, 금속 산별 최저임금 소정근로시간은 226시간으로 계산한다. 산별 최임을 법정 최임과 같게 책정해도 사실상 인상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법정 최임 나올 때까지 제시안 못 낸다”

박근형 직무대행은 납품·하도급 계약 시 불공정 거래 폐지 요구가 하청업체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지난 교섭에 이어 반복했다.

▲ 김호규 노조 위원장이 6월 18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연 9차 중앙교섭에서 사측에 10차 교섭까지 타결안을 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광주=신동준

박근형 직무대행은 “하청업체는 회원사 밑에 있는 업체이고, 도급업체는 위에 있는 업체이다. 상위 도급업체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어떻게 이행하느냐”라며 원하청 개념을 다시 트집 잡았다. 박 직무대행은 “노동기본권 보장은 추상의 개념이므로 하도급업체에 노동법 준수를 권고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사용자협의회는 일터 괴롭힘 금지 요구에 대해서 “정서적 고통이란 표현이 맞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라며 요구안 문구 개념을 계속 문제 삼았다.

권오정 사측 경기 대표는 뜬금없이 현대차지부 단체협약을 지적하고 나섰다. 권오정 경기 대표는 “금속 산별협약은 현대차 단협보다 더 나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노조가 더 높은 요구를 하고 있다. 중앙교섭에 완성차업체가 참여하지 않아 현대차 단협과 금속 산별협약이 형평이 맞지 않는다”라는 흰소리를 했다.

노조는 “사용자협의회는 지금 노사 자율교섭과 합의를 정부 결정이 없어 못 한다고 자꾸 핑계를 댄다. 파국을 원한다면 노조는 피하지 않겠다”라며 경고했다.

▲ 김현석 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이 6월 18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연 9차 중앙교섭에서 사측이 금속산업 최저임금에 관한 제시안을 내지 않자 비판하고 있다. 광주=신동준

홍지욱 노조 경남지부장은 사측이 계산된 도발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지욱 지부장은 “금속노조 자존심을 건드려 보는 발언인가? 노동조건을 하향 평준화하려고 교섭하는 게 아니다. 필요하면 현대차보다 더 좋은 조건을 위해 교섭하는 게 금속 중앙교섭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석 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은 “사측은 최임 제시안을 줄 수 없다며 노조가 마치 최저임금을 구걸하는 듯이 표현한다”라고 비판했다.

“소탐대실 말라. 25일 일괄 타결안 내라”

이전락 노조 포항지부장은 “사측은 노조 요구안을 노조에 교육하려는 듯한 발언을 하지 말라”라며 사측의 교섭 태도를 질타했다.

김정태 노조 대전충북지부장은 “사용자협의회가 노조 요구안에 나오는 하청업체 개념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비비 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6월 18일 노조 광주전남지부 교섭위원과 노조 중앙교섭위원들이 간담회를 마치고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광주=신동준

김호규 노조 위원장은 “사용자협의회가 법정 최저임금이 결정되지 않아 산별 최저임금 제시안을 낼 수 없다고 하니 중앙노동위원회에 ‘정부가 금속 노사 관계에 개입해 산별 최저임금 결정을 막고 노조의 파업을 부추기고 있다’라는 의견을 내겠다”라며 법정 최임을 핑계 대며 산별 최임 제시안을 내지 못하겠다는 사측을 비판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금속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현대차그룹에 하후상박 격차 해소 연대임금안을 제시했다. 노조의 격차 해소 임금인상 요구는 사용자협의회 회원사의 어려움도 배려한 요구이다”라고 설명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사용자협의회는 노조가 낸 작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려고 현대차 단협을 들먹이다 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함께 사는 더 큰 이익을 놓치지 말라”라고 충고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사측은 10차 교섭에서 일괄 제시안이 아니라 한 번에 타결할 수 있는 일괄 타결안을 제시하라. 시간이 많지 않지만 아직 타협 여지는 남았다. 지혜롭게 판단하기 바란다”라며 교섭을 마무리했다.

10차 중앙교섭은 오는 6월 25일 경주에서 사용자협의회 주관으로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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